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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감상: 막걸리 한 사발에]
막걸리 한 사발에
사람이 달리 보인다
그와 나의 이마에
막걸리가 그늘처럼 매달려 있다
노란 참외가 검은 봉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 잔
또
한 잔
기다림은
늘
기다림이다
막걸리 한 사발에
퍼올린 그늘이 한 말 이다
그늘이 주름이고
주름이 아픔인 것을
막걸리 한 사발에
사람이 달리 보인다
그와 나의 이마에
막걸리가 그늘처럼 매달려있다
*부추전에 한 잔 막걸리를 마셨다. 그늘진 두 사람이 만나 그늘진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막걸리가 한 사발이다. 그와 내가 만나면 자주 막걸리를 마신다.
옛날에는 막걸리에도 힘이 있는 듯, 한두 잔 마시고 나면 힘이 솟구치고 온몸이 달아올랐지만 요즘 마시는 막걸리에는 힘도 맥도 없다. 세월 따라 막걸리에도 주름이 생긴 듯 내 마음에 자꾸 그늘이 생긴다. 주고받으며 부딪힌 막걸리잔이 아프다. 막걸리에도 잔주름이 생기고 주름골이 깊어지는 것을 보면 막걸리도 나이를 먹는 것 같다.
막걸리 한 잔에 그늘이 한 말 이다. 나이타령, 신세타령, 세월타령, 시절타령, 사람타령, 갖가지 타령이 주렁주렁 매달리며 그늘이 깊어지면 막걸리잔도 쪼그라진다. 그도 나도 그늘진 사람이라 막걸리 한 사발에 그늘이 한 말 이다.(202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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