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따라 마음 따라]: 책 읽기 & 감상 80

[일상&독서: 후회하지 않는 삶은 가능한가]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윤동주의 시, 《팔복(八福)- 마태복음 5장 3 ~12 절》(동주와 빈센트,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에서)무릇 복을 받고자 한다면 슬퍼할 줄 알아야 한다. 슬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 것 같다.잠 없는밤에는시를 쓴다시에 박힌상처가꽃처럼 피어난다곧 불어올바람모진바람이 또상처를남기고 간다슬퍼할 줄 모르는 나는 바람만 불면 마음에 구멍이 생긴다. 어제도 심한 바람이 가슴을 치고 갔다. 하늘 높은 꼭대기에는 바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바람기둥이 나를 마구 때리고 ..

[일상&독서: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읽기 2]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은 [서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의 생애와 품고 있었던 생각], [제1편~12편], [생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한평생 지낸 일], [예림미디어/함희준 옮김]으로 편집,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되어 있다.[제2편 2]작은 육체, 적은 호흡, 그리고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이성, 이것들은 바로 나 자신이다. (책을 잊어버려라. 더 이상 그것을 열망하지 마라. 그것은 당신의 소양(素養)의 일부분이 아니다.)이미 죽음에 이른 사람처럼 첫 번째 것- 육체의 끈적이는 피, 육체의 신경과 정맥과 동맥의 망상 조직- 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라. 호흡도 그렇게 생각하라. 호흡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 번 내뿜는 숨이다. 그 숨은 언제나 한결같이 않지만 순간마다 내쉬고 다시 들이마신다. 그런데 ..

[일상&독서: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읽기1]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은 [서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의 생애와 품고 있었던 생각], [제1편~12편], [생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한평생 지낸 일], [예림미디어/함희준 옮김]으로 편집,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되어 있다.[제2편 1]당신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라. 오늘 나는 훼방을 받고, 배은망덕을 당하고, 불충을 당하고, 악의를 겪고, 그리고 이기심을 겪게 될 것이다. 무례한 자들이 선이나 악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은 일어난다.나는 선의 본질과 선의 고귀성, 악의 본질과 악의 비열함을 안 지 오래이고, 범죄자 자신의 본성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범죄자는 나의 형제 (신체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같은 이성과 신성의 일부를 타고난 같은 인간이라는 ..

[시 읽기& 감상: 마음이 가난해지면]

마음이 가난해지면 지옥도 나의 것이다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마음이 가난해지면 비 온 뒤 지옥에 꽃밭을 가꾸기로 했다채송화 백일홍 달맞이꽃을 심어 마음이 가난해질 때마다 꽃 한 송이 피우기로 했다감나무도 심어 마음이 배고플 때마다 새들과 홍시 몇개는 쪼아 먹기로 했다마음이 가난해지면 지옥의 봄날도 나의 것이다 지옥에 봄이 오면 당신을 사랑할 수 있다기에 죽어도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기에 지옥에 텃밭도 가꾸기로 했다상추 고추 쑥갓 파 호박을 심어 호박잎에 저녁별을 쌈 사 먹을 때마다 마음은 더욱 가난한 흙이 되기로 했다흙을 뚫고 나온 풀잎이 되기로 했다(마음이 가난해지면/정호승)-----------------------------------------[시 읽기&감상]마음이 가난해지고 글이 배고픔을 느낄 때 나..

[일상&오늘의 수필: 안병욱의 조화(調和)]

부조화의 연속이다. 내가 그렇고 사회가 그렇고 국가가 그렇다. 현기증이 난다. 어지럽다. 내가 조화롭지 못하다는 것은 뭔가 내가 집단 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나만의 결점이 있기 때문이다. 내 안의 나나 내 밖의 내가 나와 합일을 이루거나 섞일 수 없다면 나는 내 스스로를 부정하거나 비하 또는 자폐증을 불러올지도 모른다.철학자 안병욱의 를 오늘의 수필로 선정해 본다. 조화의 원리를 다양한 시각으로 서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요소를 절제하고 객관적이고 지적인 태도로써 조화의 원리를 주제로 쓴 수필이다. 조화(調和)를 미의 원리, 생명의 원리, 정의의 원리, 건강과 행복의 원리로 규정하고 있다. 내가 아닌 우리, 우리가 아닌, 너와 나의 객체요, 주체로서 각기 제 자리에서 서로를 보담아 가는..

[일상&산문: 산울림 영감, 법정을 생각하다]

수필 로 유명한 법정 스님의 이란 산문집을 읽고 있다. 왜 스님은 홀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임에도 굳이 이란 제목을 표제로 삼았을까.향년 77세로 10여 년 전 입적하신 그의 글을 오늘의 '수필산책'으로 삼아 본다.홀로 사는 즐거움/법정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 세상에 올 때도 홀로 왔고 살 만큼 살다가 떠날 때도 홀로 간다. 가까운 사람끼리 함께 어울려 살면서도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사람의 얼굴이 각기 다르듯 삶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업이 서로 따르기 때문이다.우리 같은 독신 수행자는 주어진 여건 자체가 홀로이기를 원한다. 한 곳에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살면서도 저마다 은자처럼 살아간다. 서로 의지해 살면서도 거기에 매이거나 얽혀 들려고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독립과 자유를 ..

[일상&산문: 김억, 주요한, 황석우를 생각하다]

봄이 오고 있다. 담벼락 아래서도 거실바닥에서도 봄이 오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면 한 줄 시가 당긴다. 이리저리 시집들을 훑다가 김억(金億)의 '봄'과 주요한(朱耀翰)의 '불놀이'란 시를 오랜만에 본다. 두 사람은 1918년 '태서문예신보(泰西文藝新報)'를 통하여 프랑스의 상징시를 번역 소개하면서 활동한 시인들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시인인 황석우(黃錫禹)와 더불어 이들은 근대시 형성에 크게 이바지하며 우리 시단의 성격과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들과 함께 한국 현대시의 흐름으로 볼 때 자유시의 형성기는 1910년에서 1919년으로 본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894년 갑오개혁, 1910년 한일합방으로 인한 국권 상실, 이어 1919년 3.1 운동이 일어나기까지 약 10년간의 시기를 ..

[책 읽기&감상: 고금소총 한 토막]

겨울답게 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린다. 군고구마가 당기는 계절이다. 따끈따끈한 고구마를 후후 불며 고금소총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금소총은 조선 중기 홍만종이란 사람이 ‘옛날과 지금의 우스갯소리’를 끌어모아 편집한  이야기책이다. 쉽게 말하면 나이 좀 먹은 싱거운 사람들이  즐겼던 음담패설이다. 듣기 좋게 말하면 설화요 설화 중에서도 민담, 또는 야담이라 한다.고금소총에는 적어도 총 54편이 실려 있다고 하나 진본을 보지 않은 나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도서출판 움터미디어'에서 출판한 조그만 책에는 150편이 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저런 이본들에서 현대인들의 기호에 맞게 각색을 하거나 윤색하여 재 편집해서 엮은 이야기들로 보인다. 어쨌거나 남녀 성과 관련된 패설들이고 보니 읽는 ..

[책 읽기&감상: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김영하의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제1화 의 줄거리와 의미를 리뷰해 본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김영하 나이 27세 때 쓴 데뷔작이다. '마라의 죽음, 유디트, 에비앙, 미미, 사르다나팔의 죽음' 등 5화로 구성되어 있다.제1화, 을 통해 작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란 상징적 표제를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제1화 ,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자코뱅당의 거두 마라가 살해를 당했다. 마라를 죽인 샤롤로트 코르테라는 여자는 지롱드 당의 청년 당원이었다. 나이 스물다섯, 사건 직후 체포된 확신범 코르테는 사일만에 처형되었다. 자코배당은 혁명파요 지롱드 당은 온건파다. 혁신과 온건 양파의 치열한 대립 속에 고립된 프랑스 왕정기, 마..

[수필&감상: 해와 달의 시간]

청춘을 돌려달라고 노래해 보지만 어찌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있으랴. 이미경 수필가의 《해와 달의 시간》 , 2015년 수필집 《모자이크》에 이은 그녀의 두 번째 수필집을 들었다. 글이 깔끔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필요한 말이 필요한 만큼만 딱 녹아있다. 해와 달의 시간, 청동기 유물인 고인돌 너럭바위 앞에서 차근차근 할머니를 다독거리며 친정어머니를 떠올린다. 전편을 관통하고 있는 화자의 따스한 시선이요 마음씨다. 1부 커피칸타타를 들으며 커피 향에 빠져보기도 하고 2부에서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그리고 3부에서 유혹의 변주로 단조로운 일상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보기도 하지만 해와 달의 시간은 어쩌면 피해 갈 수 없는 대유의 시간이다. 해를 달이라 하고 달을 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