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103

[일상&자작시: 가슴앓이]

봄사랑은 어지럽지 않고 조용조용하다 바람이 불다가도 그치고 싸락눈이 오다가도  멈춰버린다 시나브로 개나리와 봄풀들이 얄밉게 웃고 있다 봄이 되면 왠지 잊혀진  님이 올  것만 같다 가슴이 아린다 봄밤 봄사랑이 매화가지에 달려있다님이 좋아 님을 부른다 내가 좋아하는 님은 늘내 곁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님도 나를 좋아하는지 틈만나면 님은 내 볼을 어루만진다사랑이 별것 있나 서로 좋아하고 서로 만지고서로 위무하면 사랑이지 봄날이 오고 간다그리운 사람이 봄만 되면 먼 산 아지랑이처럼 피고 진다 가슴이 아프다 (2025.3.27.)

[자작수필&감상: 나도 그렇다]

혼자여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같이 있어도 외로운 것이 사람이다. 어쩌다 외로움이 밀려 들 때면 나는 그를 즐긴다. 그를 즐기는 방식에는 여럿 있지만 주로 노래를 하거나 시를 읽는다. 그렇다. 노래는 그놈을 토해내고 시는 그놈을 먹어 버린다. 하여 노래가 시가 되고 시가 노래가 될 때쯤 가벼워진 몸은 허공을 날고 있다. 그놈 참 무겁긴 무거운 모양이다.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가라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

[시&감상: 마음이 아픈 날은]

마음이 아픈 날은 화첩을 본다화첩 꽃도 꽃이다할미꽃도 있고 물망초도있고 나팔꽃도 있고튤립도 있다꽃마다 그려지는 얼굴그리움에 미소 짓는 얼굴보다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꽃이 가슴속에 피어난다화첩 꽃도 꽃이지만가슴속에 피는 꽃이꽃이더라마음이 아픈 날은가슴속 피는 꽃이하루 종일 피었다 진다마음이 아픈 날이 있다. 무엇을 해도 가슴이 아프다. 드러내 놓고 울지 못하는 가슴이 안으로 파고들며 더욱 마음을 들쑤신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같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 '아이고~ 가슴이야', '아이고~ 가슴이야' 하시며 들고 계시던 숟가락을 놓고서는 가슴을 토닥토닥 치실 때는 어머니의 가슴이 오늘 나처럼 시린 줄은 몰랐다. 나는 요즘 미사를 보면서 '내 탓이요, 내 탓이요~'를 세 번 외치면서 가슴을 후려친다. 전..

[수필&감상: 겨울 모기는 소리도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들이 다 볼 수 있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다. 겨울 유리창에도 꿈틀거리는 생명체가 있다. 겨울 유리창에 겨울나무 하나가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춥다.아닌 것은 아니다. 그래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야 한다. 직선이 속이 후련한 인상을 주겠지만 직선은 곧은 만큼 쉽게 부러진다. 그래서 때론 직선 같은 곡선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굽 돌아, 돌아 가지만 끝까지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는 부드러움이 있다.강하다고 해서 다 강한 것이 아니다. 또 약하게 보인다고 해서 다 약한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해가 있고 달이 있고 별이 있다. 심지어는 이름 모를 혜성이 있는가 하면 끊임없이 구름이 스쳐가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곧 무너질 것 같은 하늘이..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만평역]

대구도시철도 지상철 3호선 만평역이다. 3호선은 전국 유일의 지상 모노레일이다. 만평이라고 해서 주변에 만 평 논밭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만평네거리가 있어서 만평역이 되었단다. 나는 만평네거리를 만평로터리로 기억하고 있다. 만평역은 하트모양이다. 하트는 보기만 해도 좋다. 단순한 상징을 너머 세계공통어가 되어 버렸다. '사랑합니다', '만평역'. 기적소리 없는 전동차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울림이 크다. '사랑합니다. 만평으로 오세요'.'만평 사랑, 그녀도 나도 윤동주의 서시(序詩)를 좋아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만평역에 내리는 순간 만평은 만평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만평로터리를 함께 돌았던 그녀, 하트 모양의 만평역이 눈치를 챈 듯 살포시 웃고 있다. 이렇듯 만평역을 보..

[수필&감상: 대구, 나는 좋다]

수성못을 돌고 돈다.서너 바퀴 째 돌고 있다. 둘레길이 약 2km이니 살짝 땀이 나기도 하지만 잘 정비된 흙길이라 다리가 편하다. 입구 버드나무도 신이 난 듯 살랑살랑 가지들이 춤을 춘다. 둘레길은 사계절 수성못을 찾는 이들로 하여금 낭만과 여유를 누리게 한다. 해가 갈수록 수성못 나들이 객이 늘어간다. 특히 여름밤에는 각종 버스킹은 물론 다양한 페스티벌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수성못도 많은 사람이 밟으면 밟을수록 더 빛나는 것 같다. 주변 풍광과 조화를 이룬 분수쇼는 환상적이다. 음악과 함께 흥에 겨워 치솟는 물기둥은 어깨춤을 추고 아름다운 조명은 수성못을 갖고 놀듯 얄밉게 교태를 부린다. 20세기 팝의 여왕 페티페이지의 체인징 파트너가 흘러나올 때는 신바람 난 분수쇼와 나는 하나가 된다. 흥겹다. ..

[시&감상: 말의 그늘이 살아나고 있다 ]

수성못 늦가을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하늘을 즐기고 있다. 코스모스의 꽃말 ‘소녀의 순정’은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이 소녀가 가을바람에 수줍음을 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유래되었다고 한다. 신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제일 처음 만든 꽃이 코스모스요, 처음 만들다 보니 모양과 색을 요리조리 다르게 만들어보다가 하늘하늘하고 여러 가지 색을 가진 꽃으로 만들어졌다는 전설을 안고 있는 꽃이 코스모스란다.아름다운 코스모스꽃 전설이 수성못 둘레길을 수놓고 있다. 이렇고 보니 아담한 수성못도 소녀의 순정을 닮은 듯 수줍게 일렁이고 있다.지난밤 나는 순수를 잃은 말들을 두고 한밤 내 잠을 설쳤다. 몸도 마음도 아프다.《생(生)이 만선이다》, 박복조 시인의 시집을 들었다. 만선이라고 해서 다 좋..

[자작수필&감상: 뮤지컬, 선택]

[자작수필&감상: 뮤지컬, 선택] 봉산문화회관에서 뮤지컬, '선택'을 관람했다. 아담한 회관, 50명 내외의 관람객은 공연이 막을 내리자 환호와 함께 박수를 치며 배우들을 향해 일어서고 있었다. 젊은 배우들의 풋풋한 내음과 또렷하게 다가왔던 노랫가락이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것 같다. 탄탄한 구성, 극적반전의 서막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재창조된 《뮤지컬 '선택'》, 기존의 뮤지컬 양식에 우리나라 전통놀이 문화를 혼합하여 무대가 마당이 되고 마당이 무대가 되는 공간에서 9명의 케스트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한 청년의 현재와, 운명처럼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거, 이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전하고자 때론 강렬한 몸짓..

[자작수필&감상: 가을이다]

[자작수필&감상: 가을이다]가을이다. 귀뚜라미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어둠이 내린 창가를 바라보며 가을향을 맡아본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지만 이별의 계절이기도 하다. 절로 나오는 노래, "가을엔~떠나지 말아요~하얀 겨울에 떠나요~~." 계절이 노래를 반기고 노래가 계절을 손짓한다.샤르도네 프랑스 포도주 한 병을 들고 센강에 도착한 시간은 센강이 저녁놀과 춤을 추는 때였다. 해가 중천에 있을 때 만물은 훤히 보이지만 빛나지는 않는다. 어둠이 살짝 내리고 만물이 고개를 살포시 숙일 때 만물은 빛난다. 그것도 아름답게 빛난다. 그녀도 나도 빛나고 있었다. 내가 왜 그녀와 함께 밀랍인형 에펠을 바라보며 사랑에 젖어 있었는지 모른다. 가을밤 풀벌레 소리가 이어지는 강변을 따라 이국적 정취에 빠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