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104

[자작수필&감상: 가을이다]

[자작수필&감상: 가을이다]가을이다. 귀뚜라미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어둠이 내린 창가를 바라보며 가을향을 맡아본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지만 이별의 계절이기도 하다. 절로 나오는 노래, "가을엔~떠나지 말아요~하얀 겨울에 떠나요~~." 계절이 노래를 반기고 노래가 계절을 손짓한다.샤르도네 프랑스 포도주 한 병을 들고 센강에 도착한 시간은 센강이 저녁놀과 춤을 추는 때였다. 해가 중천에 있을 때 만물은 훤히 보이지만 빛나지는 않는다. 어둠이 살짝 내리고 만물이 고개를 살포시 숙일 때 만물은 빛난다. 그것도 아름답게 빛난다. 그녀도 나도 빛나고 있었다. 내가 왜 그녀와 함께 밀랍인형 에펠을 바라보며 사랑에 젖어 있었는지 모른다. 가을밤 풀벌레 소리가 이어지는 강변을 따라 이국적 정취에 빠진 ..

[자작수필&감상: 답이 없다]

[자작수필&감상: 답이 없다]대문밖 잡초를 제거하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다. 한여름 두세 번 작업을 했지만 이놈의 잡초란 어찌나 생명력이 강한지 밑동을 완전히 잘라도 막무가내다. 언제 새끼를 쳤는지 일이 주만 지나면 무더기로 고개를 쳐들고 '나 살아 있지요'하는 듯 어깨동무를 하고서는 온갖 잡동사니 풀을 친구로 맞아들인다.제초작업을 하고 있지만 실은 나도 잡초처럼 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잡초보다 더 간교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이 없는 잡초야 그냥 뿌리박고 살면 되지만 생각 많은 나는 잡초하나 뽑는데도 온갖 상념이 자리를 잡는다. 그래도 잡초란 놈은 남의 눈치 안 보고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데 나는 또 남의 눈치를 보며 이놈을 죽이고 있으니 세상만물의 존재 치를 어디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거..

[자작수필&감상: 호모 비아토르를 생각하다]

[자작수필&감상: 호모 비아토르를 생각하다]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를 두고 호모 비아그라(Homo Viagra)라고 말해 버린 순간 나는 몹시도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공식 석상에서 툭 튀어나온 말이라 얼마나 당황했던지. 인간의 학명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순간 불쑥 튀어나온 비아그라 때문에 일순 나는 머쓱했지만 뜻하지 않게 그날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말았으니 역시 비아그라가 주는 효능이란 묘하다고나 할까. 유명한 심리학자이요 철학자인 가브리엘 마르셀은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를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했다. 비아토르(Viator)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나그네 또는 여행자(traveler)라는 의미의 단어다.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향수, 그래서 우리..

[자작수필&감상: 문학의 메카를 꿈꾸며]

[자작수필&감상: 문학의 메카를 꿈꾸며]분명 일기예보는 비가 온다고 했다. 차분하게 일상을 읽어가는 이들의 손엔 우산이 들려 있었고 대개의 경우는 밝은 미소로 일기예보 따위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신록이 무르익은 오월의 끝자락, 이름하여 ‘대구문협-문학기행’의 축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낯선 곳으로의 움직임, 삼삼오오 나이에 걸맞게 짝지은 문우들의 얼굴엔 동일한 목적지를 향한 설렘이 약간의 흥분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공동의 목표, 문학의 메카를 향한 그 첫걸음엔 시와 수필이 있고 일렁이는 동심 속에 소설 같은 인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름하여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 각기 분과는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하나 된 문인이어라.문협 회장 -박해수, ‘이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그는 오늘도 외로..

[자작시&감상: 신천 폭우]

*신천이 폭우로 울고 있다울어도 그냥 우는 것이 아니다백로도 왜가리도 오리도 자취를 감춘신천이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울어도 그냥 우는 것이 아니다엊그제 설치한 물놀이 기구도대성통곡을 하며물이 되어 흘러갔다여름이 되면 물 불 가리지 않고찾아오는 물 불이하루 건너 하루씩불침번이 된다신천이 폭우로 울고 있다울어도 그냥 우는 것이 아니다온몸을 떨며대성통곡을 하고 있다--------------------------------------------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폭염과 폭우로 천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신천이 울고 나도 운다. 차라리 한 줌 먼지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싶다. 엊그제도 신천은 울었다. 그냥 운 것이 아니라 대성통곡을 했다. 바퀴벌레가 암수짝을 이루며 사랑을 과시하고 있는 듯 그저 촉수를 하늘..

[자작수필&감상: 태양을 생각하다]

[자작수필&감상: 태양을 생각하다] 태양이 열병을 앓고 있으니 내 몸도 덩달아 열이 올라간다. 열이 올라가니 혈압이 올라가고 혈압이 올라가니 머리가 어지럽다. 태양이 하늘이고 하늘이 곧 태양이다. 태양이 정말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특히 여름만 되면 태워 죽이고 싶도록 미운 모양이다. 나는 결코 태양을 미워한 적이 없는데 태양은 왜 이토록 나를 미워할까. 불더위가 곧 나를 죽일 것만 같다. 어디를 가도 한증막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는 이미 검게 타버린 숯이다. 사람인 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 한지도 모르면서 땀을 줄줄 흘리고 있다. 용서를 빈다. 묵은 죄가 불덩이가 된 모양이다. 알 수 없는 죄는 기도로 다스려야 한다. 기도 없이는 태양의 분노를 삭일 방도가 없다. 돌이켜보니 눈만 뜨면 거짓말을 ..

[자작수필&감상: 난세를 생각하다]

[자작수필&감상: 난세를 생각하다]충북 괴산군 화양동에 가면 화양동 계곡이 있다. 이곳의 경치가 중국의 무이구곡에 버금간다 하여 우암 송시열이 아홉 개의 구비마다 이름을 붙이면서 화양구곡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계곡 따라 풍광 좋은 제4곡 언저리에 우암 송시열이 지은 암서제(巖捿齊)가 있다. 암서제는 계곡을 바라보며 물 따라 바람 따라 강론을 하거나 풍류를 즐긴 정자라 보면 된다. 이 정자 밑 반석에 송시열이 읊었다는 한시(漢詩) 하나가 새겨져 있다. 溪邊石涯壁 계변석애벽作室於其間 작실어기간經坐深經訓 경좌심경훈分寸欲蹄攀 분촌욕제반溪邊石涯壁 (계변석애벽)이라. 실제 가보니 계곡 물길 따라 바위벽들이 눈에 들어오는 절경이다. 그야말로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물 따라 병풍처럼 펼쳐진 열린 바위가 비단 ..

[자작수필&감상: 비나이다 비나이다 나라님께 비나이다]

[자작수필&감상: 비나이다 비나이다  나라님께 비나이다]경북 포항시 운제산 자락 오어사, 인공호수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암자, 주변 풍광은 말 그대로 선경이다. 신라 26대 진평왕(585) 시절 창건, 창건 당시 항사사(航沙寺)라 불렀다.오어사(吾魚寺)란 사명(寺名)은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이곳에서 수도할 때 서로의 법력을 시험하고자 생긴 것. 물고기를 한 마리씩 삼킨 두 고승(高僧), 똥을 누고 보니 한 마리는 죽고 한 마리는 살아 있음이라. 살아서 돌아온 고기를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 ‘나 오(吾)’, ‘고기 어(魚)’로 ‘오어사(吾魚寺)’라 명명했다고 한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물고기를 삼켰으면 당연히 죽었어야 하는데 살아서 돌아오다니. 둘 중 한 사람은 정상이 아니거늘. 도대체 무엇을..

[자작시&감상: 앞산 둘레길]

[자작시&감상: 앞산 둘레길] 앞산 둘레길 장맛비가 이마를 훑고 간 날 머리카락이 뭉티기로 날아가 버렸다 산다는 것은 늘 가로등 불빛과 같다 한 무리의 하루살이들이 온몸에 피를 토하고 있다 교미를 끝낸 하루살이가 장맛비를 타고 흘러간다 맨발의 청춘도 아닌 아낙들이 맨발로 원시림을 거닐고 있다 지나가는 길손들이 바람을 일으키고 길숲 토끼 세 마리가 놀고 있다 부부인 듯 두 마리 토끼가 입맞춤을 한다 즐거운 세상이다 쫑긋 서 버린 두 귀가 발정을 하는 사이 한 놈이 시샘을 하며 뒷다리를 차고 오른다 여전히 맨발의 아낙들이 원시림을 거닐고 교미를 끝낸 두 마리 토끼가 콧구멍을 실룩거리고 있다 얼굴 없는 아낙들이 멀겋게 흘러가는 빗물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맨발의 대학이 원시림 유생들을 유혹하고 세 마리 토끼는 ..

[자작시&감상: 가까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작시&감상: 가까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당신이 있기에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망설임 없이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이 내 곁을 떠나 이방인처럼 나를 쳐다보기라도 한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를 잃어버릴지 모릅니다. 오로지 당신이 내 곁에 ‘있음’으로 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 이것은 당신만이 나의 유일한 하늘이요 땅이기 때문입니다.하지만 때론 내가 그랬듯이 많은 사람들도 당신이 너무 가까이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당신이 있는 ‘있음의 의미’를 잊어버리고 사는 것만 같습니다. 여태껏 사랑이 겸손이었음을 몰랐던 사람, 하여 높은 하늘과 땅의 믿음, 그 ‘있음’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온 당신과 나는 어쩌면 사랑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