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104

[시&감상:라이너마리아 릴케의 시,<넓어지는 원> ]

[시&감상: 라이너마리아 릴케의 시,] 넓은 원을 그리며 나는 살아가네 그 원은 세상 속에서 점점 넓어져 가네 나는 아마도 마지막 원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 일에 내 온 존재를 바친다네 이 시는 라이너마리아 릴케, 의 일부다. 이 시를 읽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지금 나 여기, 이 나이에 나는 어떤 원을 그리며 살고 있는가. 아니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원을 그리며 살아온 것인가. 자의든 타의든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의 동심원은 축소되어 왔다. 특히 은퇴를 하고 난 이후는 스스로 좁혀 가기에 급급했다. 쉽게 타인을 멀리하고 타인 또한 쉽게 나를 거부한 듯 마음의 문은 점점 좁아졌고, 넓고도 높은 하늘은 나지막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기울어 가고 있다. 이제는 보는 것이 두렵고, 듣는 것이 괴롭울 때..

[시&감상: 마샤 메데이로스의 시, 서서히 죽어가는 ]

[시&감상: 마샤 메데이로스의 시, 서서히 죽어가는 ] 수성못을 돌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시계방향으로 도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방향으로 도는 사람들이 있다. 대충 봐도 반반이다. 누가 시키시 않아도 오른쪽 보행을 하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고 보니 자연스레 수성못이 돌아간다.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간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이 잘 돌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끔찍할까. 수성못을 거니는 사람들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팔과 다리는 쉴틈이 없고 입은 잠시도 다물지 못한다. 끊임없이 말하고 뛰고 걷는 이들을 보노라면 "서서히 죽어 가던" 내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느낌"이다. 시인 "마샤..

[시&감상: 루미의 시,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시&감상: 루미의 시,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기가 찬다. 똑같이 보는 사물도 시인이 보면 죽은 나무의 잎이 살아나고, 가슴속의 작은 심장은 넓은 하늘이 된다. 그 속에 슬픔과 사랑과 행복이 아무리 들어가도 심장은 터지지 않는다. 시인의 눈을 보면 심장보다 작은 눈이 오히려 심장보다 더 크게 보인다. 시인의 작은 눈이 이러할진대 시인의 심장은 도대체 그 크기가 얼마나 될까. 심장에도 방이 몇 개 있다. 잘은 모르지만 2 심방 2 심실로 방이 네 개라고 배웠다. 심장에 네 개의 방이 있는 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도리도리 까꿍'이란 별명을 가진 유튜브로 유명한 대구평화방송 이상재 신부는 우리의 가슴에 '네 개의 감'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불안감, 죄책감, 우울감, 고독감이다. 기똥차게도 이 '네 개의..

[자작시&감상: 물새여 날아라]

[자작시&감상: 물새여 날아라] 계절이 바뀌는 시기, 이상하게도 환절기가 되면 수필보다는 시에 자꾸 눈이 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경계선에서 한 계절을 통째로 말아먹고 싶은 생각 때문이랄까. 한 계절이 지나가는 문턱에서 나는 계절이 남긴 이삭을 한 줄 시로 노래하고 싶을 때가 많다. 신천을 거닐다 한 마리 물새를 보았다. 멍하니 혼자 물을 보듯 하늘을 보는 외로움이 겹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 마리 물새도 그놈의 사랑 때문에 멍 때리고 있는지...... 조용히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계곡물도, 미풍에 흩날리는 미세먼지도 그냥 흘러가고 흩날리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깊이만큼 아픔을 동반한다. 물새여 날아라. ♤물새여 날아라/백송 바람을 따라가면 바람이 되고 물을 따라가면 물..

[명상수필: 3호선, 분명 대구의 명물이어라]

[명상수필: 3호선, 분명 대구의 명물이어라]대구에는 지하철 1, 2호선과 지상철 3호선이 있다. 밤에 3호선을 탔다. 형형색색의 네온 불빛 위를 조용히 달린다. 용지역을 출발하여 범물, 지산역을 지나면 수성못이 들어온다. 이미 대구의 명소가 되어 버린 수성못, 한여름 분수쇼는 해를 거듭할수록 예술적 완성도를 더해 가는 느낌이다. 못물에 푹 빠진 사람들, 대구의 사랑이 살랑살랑 일렁인다.수성못역을 지나 황금역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그야말로 황금이다. 가을이면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이라 황청동이라 했지만 황천동과 유사한 발음이라 지금의 황금동으로 고쳤다고 한다. 잘 정비된 실개천이 청계천을 흉내 내며 신천으로 흘러간다. 어린이회관역, 수성구민운동장역을 지나면 수성시장역이 눈에 들어온다. 민심이 오고 가는..

[명상수필: 부활의 칼]

[명상수필: 부활의 칼] 부활의 밤은 또 지나갔다. 세례를 받던 마음으로 새 삶에 대한 서약을 했다. "~~ 믿습니까?" "~~ 믿습니다." 성수가 머리에 꽂혔다. 하느님의 물로 몸과 마음을 닦는 일에 헌사한다. 천국이 고요히 내려와 말씀의 하느님을 빛으로 맞아들인다. 하늘이 있고 천사가 있는 밤, 빛으로의 하느님이 부활의 길을 걷고 있다. 나도 따라 걷고 있다. 뜻깊은 날에 정호승의 시집을 꺼내 들었다. 《당신의 칼》이란 시를 읽다가 전부나 일부를 인용하려다가 저작권 시비 때문에 접었다. 마음이 아프다. '일부나 전부를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와 창비 양측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문구를 보고 포기했다. 작은 글씨의 '반드시'란 말이 비수처럼 다가왔다. 좋은 시에도 숨겨진 칼이 있으니 함부로 어떻게..

[명상수필: 팔공산 거북바위, 황홀한 외도]

[명상수필: 팔공산 거북바위, 황홀한 외도] 그날도 나는 바람을 타고 있었다. 아니 바람을 탔다기보다 차라리 외도를 꿈꾸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진초록의 싱그러운 풀냄새를 한껏 들이키며 숲 속 능선을 오르내리는 마음은 부풀 대로 부풀어 올랐다. 사랑이라 이름 짓는 여인의 몸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 길게 쭉 뻗은 연분홍 철쭉이 오목하니 들어간 보조개로 나를 반겼다. 설렘이랄까. 좁은 암벽 사이 벌어진 하늘구멍에 대한 호기심. 진실한 사랑이 아름답다면 그 사랑을 위한 외도 또한 위대한(?) 것이 아닐까. 팔공산 수태골 지나 거북바위는 이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틈새를 뚫고 잘 자란 노송 하나, 땅이 아닌 바위를 뚫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외도의 위력이란 그래서 아름다움으로 피는 것일까. ..

[명상수필: 로고송, 별난 명곡으로 거듭나길]

[명상수필: 로고송, 별난 명곡으로 거듭나길] 세월이 흘러도 듣기에 싫증이 나지 않는 노래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명곡임이 틀림없다. 잘은 모르지만 명곡은 굳이 화려한 무대나 유명세를 지닌 노래는 아닐 성싶다. 그렇다고 다수의 사람들이 밥 먹듯 요구하는 곡만도 아니다. 그저 세월 따라 귀에 익은 노래, 그러면서도 남녀노소의 가슴에 새겨진 노래가 있다면 그것은 명곡이 아닐 수 없다. 여하튼 명곡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나에게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니 잊히지 않는 추억의 별난 명곡이 있다. 이른 새벽이면 으레 들려오던 청소차의 시그널 뮤직(Siginal Music)이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이 노래 따라 꿈을 먹었던 어린 시절, 동심은 새벽 잔별과 함께 아름다웠다. 그리..

[명상수필&시: 영끌 영혼, 님은 갔습니다]

[명상수필&시: 영끌 영혼, 님은 갔습니다] 비 개인 오후 높은 하늘 기중기가 한숨을 쉬고 있다. 빈 하늘에 검은 새 한 마리가 기중기에 앉았다 날기를 반복한다. 검은 새 한 마리, 먹이도 없는 높은 하늘,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날고 싶어도 날아갈 길이 없다. 어디로 갈 것인가. 사람들은 저마다 어디론가 가지만 젊은이들은 갈 길이 없다. 막막한 현실, 빌릴 것 다 빌려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집을 장만했지만 폭락한 집값, 치솟는 이자. 어른들의 돈놀이에 젊은이들의 꿈은 사라졌다. 드라마 같은 현실, 하늘 높은 건설현장. 하늘 꼭대기에 검은 새 한 마리가 날고 있다. 하지만 보금자리 하나 없는 하늘을 두고 몸은 벌써 구천을 헤매고 있다. 하나둘씩 포기할 수밖에 없는 ..

[명상수필: 내 마음 나도 몰라라]

[명상수필: 내 마음 나도 몰라라] 마음이 왜 이리 어지러운지 모르겠다. 조금 전까지 잠잠하던 마음이 갑자기 요동을 치며 불안에 휩싸인다. 금방 웃었다가 갑자기 말이 없어지는 것을 보면 이것이 우울이나 조울의 초기 증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 가까운 앞산을 오르며 나는 몇 번이고 내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금방 가슴에 들어온 내 마음이 초록빛 숲 속을 거닐면서 웃는가 싶더니 우뚝 서 있는 큼직한 바위 앞에서는 이내 얼어 버린다. 참으로 이해 못 할 내 마음이다. 뿐만 아니다. 어떨 때는 내 마음이 큰 바다처럼 넓고도 넓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 없이 남에게 퍼줄 것 다 퍼주고 허탈해하는가 하면 어떨 때는 좀생이도 이런 좀생이가 없을 정도로 소심하다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정말 내 마음 나도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