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수필&시: 영끌 영혼, 님은 갔습니다]
비 개인 오후 높은 하늘 기중기가 한숨을 쉬고 있다. 빈 하늘에 검은 새 한 마리가 기중기에 앉았다 날기를 반복한다. 검은 새 한 마리, 먹이도 없는 높은 하늘,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날고 싶어도 날아갈 길이 없다. 어디로 갈 것인가. 사람들은 저마다 어디론가 가지만 젊은이들은 갈 길이 없다. 막막한 현실, 빌릴 것 다 빌려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집을 장만했지만 폭락한 집값, 치솟는 이자. 어른들의 돈놀이에 젊은이들의 꿈은 사라졌다.
드라마 같은 현실, 하늘 높은 건설현장. 하늘 꼭대기에 검은 새 한 마리가 날고 있다. 하지만 보금자리 하나 없는 하늘을 두고 몸은 벌써 구천을 헤매고 있다.
하나둘씩 포기할 수밖에 없는 연애, 결혼, 집, 자녀, 자동차...... 3포와 4포와 5포와, 7포를 지나 결국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하는 'N포세대'. 주어진 상황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뾰족한 수단과 방법이 없어 보이는 형국. 아, 사랑하는 님은 정녕 어디에 계시나이까.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저절로 터져 나오는 탄식,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자작시 '영끌 영혼'을 두고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사랑하는 이여, 검은 새 한 마리가 갈 길 몰라 헤매고 있나이다.
-님은 갔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높은 하늘 텅 빈 머리들어 나직이 읊어보는 영끌 영혼, 사랑하고픈, 아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혼을 위해 스스로 거듭날 수 있는 한줌 혜안을 주소서.
-영끌 영혼-
"비가 왔다 갔다 하지만 하늘을 보니 구름이 없다 꼭 구름 낀 하늘이어야 비가 오는 것이 아니다
건설 현장 아파트 하늘 꼭대기 거대한 기중기 검은 새 한 마리 앉았다 날기를 반복하고 있다
보는 나는 아찔한데 저놈은 겁도 없이 또 앉았다 날기를 반복한다
하늘가 고였던 빗물이 콧잔등에 툭 떨어진다 그놈의 똥이 아니라 천만다행이다
빙빙 높은 하늘 빈 집 훔쳐보는 저 놈도 영끌 투자 죽은 혼령이런가
비가 왔다 갔다 하지만 꼭 구름 낀 하늘이어야만 비가 오는 것이 아니다
맑은 하늘 날벼락 폭락 집값 검은 새 한 마리 먹을 것 없는 빈 하늘 빈 집 날았다 앉기를 반복하고 있다
천심이 민심이라 했던가 거짓말 같은 하늘에 검은 빗물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다 꼭 구름 낀 하늘이어야 비가 오는 것은 아니다
맑은 하늘 영끌 영혼 빈 하늘 빈 집 검은 새 한 마리가 앉았다 날기를 반복하고 있다" (202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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