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상수필: 로고송, 별난 명곡으로 거듭나길]
세월이 흘러도 듣기에 싫증이 나지 않는 노래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명곡임이 틀림없다. 잘은 모르지만 명곡은 굳이 화려한 무대나 유명세를 지닌 노래는 아닐 성싶다. 그렇다고 다수의 사람들이 밥 먹듯 요구하는 곡만도 아니다. 그저 세월 따라 귀에 익은 노래, 그러면서도 남녀노소의 가슴에 새겨진 노래가 있다면 그것은 명곡이 아닐 수 없다.
여하튼 명곡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나에게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니 잊히지 않는 추억의 별난 명곡이 있다. 이른 새벽이면 으레 들려오던 청소차의 시그널 뮤직(Siginal Music)이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이 노래 따라 꿈을 먹었던 어린 시절, 동심은 새벽 잔별과 함께 아름다웠다. 그리고 또 하나, 청소차 꽁무니를 쫓아가며 함께 불렀던 "새마을 노래".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 동산 만들어 알뜰살뜰 가꾸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더불어 함께 이어졌던 동요인 1927년작, 1931년 발표, 한국동요집에 소개된 홍난파 작곡 "퐁당퐁당".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널리 널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
별난 명곡, 이 두 노래는 우리들의 꿈과 희망이었다.
"퐁당퐁당"과 "새마을 노래". 두 노래를 번갈아 들려주었던 1970년대 청소차의 시그널 뮤직, 새벽같이 일어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잔다. 따라 부를수록 힘이 솟구쳤던 "새마을노래", 청소차 아저씨들의 손놀림은 바빴고, "퐁당퐁당", 돌팔매질은 역사를 이어갔다.
며칠 전 문경초등학교 뒤편에 자리한 청운각을 다녀왔다. 꿈이요, 희망이었던 그 시절 그 노래, 청소차의 시그널뮤직이 그리운 것은 왜일까.
청운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문경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1937년부터 1940년까지 약 4년간 하숙을 했던 장소이다. 1928년에 지어졌고, 20세기에 들어 건물을 재정비했단다. 청운각 기념비와 우물 속 오동나무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염량세태를 말하듯 토담집 개량지붕이 빈 하늘을 지키고 있다. 영상 속 새마을 노래는 장송곡처럼 들렸고 오동나무를 품고 있는 우물은 메말라 있었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충성! 전역을 전후로 민주화의 바람은 출렁거렸고 거리엔 온통 돌멩이들로 가득했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며 자라온 세대들의 거센 투쟁, 새마을 건설의 역군이 어느덧 민주화의 선봉이 되어 있었다. ‘독재정권 타도, 군부 종식’, 더 이상 누나의 손등을 간지럽게 할 정도의 나약한 돌멩이들은 아니었다. 이른바 80년 민주화의 봄은 청소차의 시그널 뮤직으로 절정을 치닫고 있었던 것이다. 급기야 빛바랜 공화국들은 무너져 내렸고, 문민에 의한 문민의 시대가 열렸다고 우리는 열광했다.
어느덧 세월 흘러 2024년 갑진년, 총선을 앞둔 거리는 붉은색과 푸른색, 녹색과 노란색의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있다. 이제 후보 등록을 마친 유세차량들이 각기 다른 로고송으로 저마다의 꿈을 노래할 것이다. 역사는 흘렀고 시대는 급변했지만 저마다의 로고송이 나에게는 그 시절 그 노래 청소차의 시그널 뮤직으로 들리면 좋겠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노래, 아직도 나에게는 명곡 중의 명곡으로 남아 있는 청소차의 시그널 뮤직이 다시금 우리의 꿈과 희망을 던져주는 로고송으로 거듭나면 좋겠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 가꾸세~~~.’ 역사와 함께 귀에 익었던 그러면서도 새벽녘 동심을 ’ 울렸던 별난 명곡을 다시 듣고 싶다.(202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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