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가곡이나 오페라 아리아 한 곡쯤 들어야 비로소 겨울을 맞이할 힘이 생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가을이라는 계절이 건네는 묘한 정서 때문일 것이다. 특히 늦가을이 되면 결실과 소멸, 만남과 이별 같은 상반된 단어들이 마음의 행간을 오간다. 무언가를 거둬들이는 동시에 하나둘 내려놓아야 하는 계절이기 때문일까.공교롭게도 이날은 꼭 참석하지 않아도 될 자리가 하나 잡혀 있었다. 빠진다고 크게 흠이 될 것도 없지만, 막상 빠지고 나면 어딘가 뒤끝이 캥길 것 같은 모임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를 접어두고, 오랜 친구의 제안을 따라 오케스트라 연주회장으로 발길을 돌렸다.천마아트센터 그랜드홀에서 열린 경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21회 정기연주회. ‘음악이 예술이 되다’라는 이름을 내건 공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