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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시: 혼심(魂心)]

혼심(魂心)/ 백송꿈속에서꽃을 본 날은 마음이 어지럽다꽃이 하늘이 되고하늘이 꽃이 될 듯휘날리는 꽃잎마음 하나 뚝 잘라꽃이 될 수 없음을 나는 안다마음이 어지러운 날은꼭꿈속 꽃잎을 마주한다(2026.3.4.)♤대구미술관 [이강소 화백 작품] [일상&수필: 눈사람, 2월이여 안녕]눈이 내렸다. 연말 전후로 내린 싸락눈이 아니라 함박눈이 내렸다. 집 앞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눈을 요리조리 반죽해서 사람과 눈을 비벼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과 사람이 하나 되어 눈사람이essaylifebong.tistory.com 백송글방좋은 글벗, 좋은 인연, 몇 평 안 되는 글방이지만 자주 쉬었다 가시면 좋겠습니다.essaylifebong.tistory.com

[일상&수필: 눈사람, 2월이여 안녕]

눈이 내렸다. 연말 전후로 내린 싸락눈이 아니라 함박눈이 내렸다. 집 앞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눈을 요리조리 반죽해서 사람과 눈을 비벼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과 사람이 하나 되어 눈사람이 된 것을 눈으로 본 것이 실로 몇 해 만인지 모르겠다.눈이 눈사람이 되고 눈사람이 사람이 된다는 것은 신이 내린 축복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한참을 눈사람과 마주한 내 눈도 눈사람이 되어 버렸다.한때, 그와 나도 이 눈처럼 서로 눈사람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적이 있다. 그는 이미 자신만의 확고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의 외로운 등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저 눈사람처럼 엉겨 붙어, 서로의 온기로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가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는 끝내 홀로서기를 선택했다.훌쩍 흐른 세월의 끝에서 ..

[일상&수필: 보화각, 간송(澗松)]

대구미술관 옆에 간송미술관이 있다. 간송은 전형필의 호다. 우수 지난 낮 기온이 10도 안팎이다. 살랑살랑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봄바람이다. 간송미술관도 생기가 도는 듯하다. 여기저기 속삭이는 관람객들의 소리는 이미 경칩이다.간송은 1906년 출생,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인물로서 위창 오세창이 말한 문화보국(文化保國)을 몸소 실천했다. 문화유산을 수집 보호하여 대중들에게 그 가치를 알리기 위해 1938년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보화각을 설립했다.문화재 수집광이라 부를만한 간송이 남긴 일화 중에 하나가 훈민정음해례본 수집이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 훈민정음 원본이 발견 됐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당장 안동으로 달려갔다. 소유자가 1천 원의 책값을 요구하자 그는 훈민정음 같은 보물은 1만 원의..

[일상&수필: 도돌이표]

나이 탓일까. 해마다 반복되는 새해 인사와 덕담이 이제는 다정한 안부가 아니라 귓가를 맴도는 소음처럼 서걱거린다. 누가 이 겹겹의 굴레를 만들었을까.양력 1월 1일, 태양이 바뀌었다는 명분 아래 "건강해라, 잘 살아라" 하는 덕담의 포문이 열린다. 그러나 그 온기가 채 식기도 전에 음력 1월 1일이 들이닥친다. '설날'이라는 이름의 세시풍속, 우리네 삶에 박힌 '새해의 도돌이표'다. 또다시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는 앙코르를 강요받는 배우의 독백처럼 공허하게 변주되곤 한다.축복도 거듭되면 숙제가 되고, 인사도 중첩되면 노동이 된다. 어쩌면 우리는 안부를 나누는 일조차 '해치워야 할 숙제'처럼 쌓아두고 사는 피곤한 민족인지도 모르겠다. 남들 한 번 맞이하는 새해를 기어이 두 번씩 치러내야 직성이 풀리는 ..

[일상&수필: 서울 나들이]

입춘을 지났건만, 2월의 하늘은 여전히 눈과 비를 오가며 시샘을 부린다.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봄처럼, 우리네 삶 또한 어찌 그리 녹록지 않은지.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열매가 어디 있겠냐마는, 그 고단한 이치를 알기에 자식들의 분투가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딸 둘에 아들 하나를 둔 사위가 이번에 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가정을 돌보며 주경야독으로 일궈낸 값진 결실이다. 앞을 내다보며 묵묵히 제 자리를 다져가는 사위의 모습이 대견하다 못해 고맙다. 직장을 따라 포항, 울산, 여수, 동탄을 거쳐 마침내 서울에 입성한 딸 내외와, 지방 살이를 거쳐 상경한 아들 내외.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는 옛말이 무색하게, 그 고단한 여정을 뚫고 서울 하늘 아래 뿌리내린 아이들이 대견스럽기만 하..

[일상&감상: 운명의 징검다리를 건너 '우아미'에 닿은 서사적 수필]

수필집 《징검다리》를 읽고/백송 작가의 수필집 《징검다리》를 집어 든 순간 ‘Amor Fati’(운명을 사랑하라)가 생각났다. 그녀는 어디서든 즐긴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한다. 그녀를 보면 그저 흥겹고 흔들고 싶다. 한마디로 철저히 자신을 즐기며 기꺼이 삶의 징검다리를 건너온 작가, 그래서 나는 그녀를 보기만 해도 도파민이 솟구친다.작가의 이름은 임춘희, 꽃 같은 작가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다. 꽃을 좋아하는 작가를 따라 ‘꽃 같은 수필’을 한 편도 빠짐없이 읽었다. 재미있다. 그러면서 가슴을 울린다. 꽃은 꾸밈없이 피고 진다. 그녀의 수필도 그렇다.전 4부, 총 36편 작품이 비장미를 바탕으로 결국 우아미로 합일된다. 이름 모를 사찰에서 본 주련 하나가 생각난다. ‘자신자해(自信自..

[일상&시: 짚신도 신이다]

[짚신도 신이다]어머니 따라나선갓바위 발길이이제는 성경책 들고성당을 향한다배신이란 말이여기서 나온 것이란 깨달음이천국을 향하다 뚝 떨어진다짚신도 신인데짚신보다 못한 인생이하늘 보고 땅보고그래도이 신 저 신짚신 닳도록뚜벅뚜벅 내 갈 길 내가 간다(2026.2.8.)----[AI 감상평]보내주신 시를 읽으니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지면서도, 마지막 구절에서는 단단한 지팡이를 짚은 듯한 결연함이 느껴집니다. 짧은 시 안에 인생의 행로, 종교적 갈등, 그리고 결국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성찰이 아주 밀도 있게 담겨 있네요.몇 가지 인상 깊은 포인트들을 짚으며 감상을 나눠볼게요.1. '배신'이라는 정직한 고백어머니의 손을 잡고 가던 '갓바위(불교/민속신앙)'에서 '성당(천주교)'으로 향하는 변화를 시인은 '배신'..

[일상&시: 미장원 나들이]

[미장원 나들이]미장원에서 마주친머리 고운 여인네들이내 파마 잘 나왔다며청춘도 아닌 나를 두고꽃바람을 넣는다정수리 솟구친 곱슬 한 가닥슬며시 굽돌아 뻗치는 심화(心火)못 이긴 척 따라나선 술판막걸리 두 병에 소주 다섯 병이라히죽이 웃으며돌아선 발길 설왕설래...오지랖 한 바가지달빛처럼 차오른다백송 [2026.2.5.]--------[AI의 감상평]제시해주신 시 [미장원 나들이]는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투박하면서도 정겹게 담아낸 한 편의 단편 영화 같네요. 중년 혹은 노년의 생동감이 막걸리 향처럼 알싸하게 전해집니다.이 시의 매력을 몇 가지 포인트로 짚어볼게요.1. '꽃바람'과 '심화(心火)'의 절묘한 조화미장원에서 "파마 잘 됐다"는 말 한마디는 단순한 칭찬 그 이상이죠. "청춘도 아닌 나"에게 불어넣은..

[일상&수필: 2월이다]

2월이다. 한겨울의 한복판을 꼿꼿이 버텨온 나목(裸木)의 끝자락에 발그레한 기운이 감돈다. 비로소 물이 오르는 계절이다. 차가운 대지 아래 숨죽였던 물이 수액 되어 차오르는 시간, 겨우내 헐벗고 메말랐던 가지들이 시나브로 기지개를 켜며 고개를 내민다.이불속에 웅크리고 있던 내 몸에도 비로소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벌떡 일어나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에 힘을 모아 본다. 다가올 봄을 맞이할 나만의 채비다. 문득 박필우의 소설 『강약중강약』의 한 구절이 머릿속을 스친다. 삶은 때로 추락하고, 박히고, 당하고, 엎어지는 음습한 골목에서 비굴한 몸짓으로 허우적거릴지라도, 봄은 기어이 오고야 만다. 아니, 우리네 삶이라는 '강약중강약'의 변주곡 끝에 2월은 기어이 왔다.2호선 전철을 타고 문양역에 내려 문산을 지나 ..

[일상&수필: 가남지, 겨울 철새들의 오페라하우스]

대구 지하철 1호선 안심역 끝자락, 반야월의 연밭 가남지를 찾았다. 철 지난 연잎들이 자리를 내어준 그곳엔 지금 겨울 철새들의 뜨거운 축제가 한창이다.새들의 울음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아니, 그것은 울음이라기보다 환희에 찬 생의 찬가였다. 긴 부리를 하늘로 치켜세우며 쏟아내는 기쁨의 노래. 적막했던 연밭 저수지는 어느새 거대한 '겨울 오페라하우스'로 변모해 있었다. 삭막한 겨울 연못이 예술의 전당으로 거듭나는 경이로운 순간이다.오, 내 사랑 환희의 축제여. 긴 목을 부둥켜안고 서로를 찬미하는 저들의 몸짓을 보라. 풍요로운 먹거리를 품은 연밭은 지금 여기 철새들에게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달콤한 사랑밭이다.이 천국 같은 축제 속에 젊은 부부 한 쌍이 정자에 올라 흥을 보탠다. 철새들의 노래에 화답하듯 목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