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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비우다_김석]

김석:경북 포항 출생시집 《거꾸로 사는 삶》《 침묵이라는 말을 갖고 싶다 》《괜찮다는 말 참, 슬프다》외.대구예술상, 대구문학 올해의 작품상 수상대구문인협회사무국장, 감사, 대구예술가총연 합회감사 역임. 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죽순문학회, 진각문학회 회원.비우다/ 김석강이 물을 비우니 바닥이 보이고내가 나를 비우니 허물만 보이네비워라비우지 못한 잿빛 하늘---김석 시인의 시다.출전:시집 《바위 속을 헤엄치네, 고래》비우고 산다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비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며칠 째 보이지 않는 길고양이를 두고 걱정이 앞선다. 이 놈이 어디를 갔나? 간혹 며칠씩 바람을 피우다 다시 집을 찾아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일주일 째 보이지 않으니 살짝 불..

[책 읽기&감상: 소설 《동의보감》, 'N포세대'를 생각하다]

세재개편에 따른 보통 사람들의 가슴이 먹먹하다. 1 가구 1 주택, 수 십 년을 살 수밖에 없던 집을 처분하고 조그만 새장 같은 집 하나 마련하여 살겠다고 헐렁한 주택을 헐값에 던져 놓았지만 주택시장은 얼어붙었고 내 조그만 바람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토지거래허가제, 대출규제 등 등 무엇이 서민을 위한 정책이고 생활안정대책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런 시국에 동의보감을 읽고 허준을 이야기하고 N포 세대들을 들먹거리면 무엇하랴만 답답한 속 마음 어이 할 길 없어 그냥 또 한 자 적어본다.삼민(三民)의 땅에서 약초를 캐는 한 남자가 있다. 약재의 출납과 간수를 맡아 앞뒤 일을 미리 꿰뚫어 보면서도, 그는 그저 묵묵히 산을 오르내린다.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 속 허준이다. 약초에 ..

[책 읽기&감상] 화룡점정,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과 김난도의 '트렌드'를 생각하다

책상 위에 놓인 《트렌드 코리아 2024》,《트렌드코리아 2025》,《트렌드코리아 2026》을 바라보는 마음이 복잡하다. 아니, 가슴 한구석이 벅차오르면서도 아득해진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튀어나오는 매력적인 신조어들은 이해가 될 듯 말 듯 난해의 경계선을 오락가락한다. 마음이 이토록 착잡한 것은 1990년 초판 발행된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에 푹 빠져 있는 와중에, 몇 해전부터 김난도가 던지는 새해 최신 트렌드가 머릿속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은 탓이다. 경제나 사회, 문화 쪽으로 특히 AI와 관련된 것들에 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ChatGPT에 편승하기란 여간힘 든 일이 아니다. 책도 사람도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기가 죽는 것일까. 누렇게 빛바랜 《동의보감》의 표지가 유독 고개를 깊..

[일상&수필: 로컬푸드, 만 원의 행복]

수필_로컬푸드, 만 원의 행복요즘 나는 대구도심철도 2호선을 타고 문양역 로컬푸드에 자주 간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고 신선한 농산물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꼭 무엇을 사지 않더라도 한 바퀴 돌며 이것저것 구경만 해도 좋다. 재래시장 같지 않은 재래시장이 로컬푸드다.오늘은 오이 묶음 두 봉지와 3,500원에 참외 아홉 개를 샀다. 하도 저렴하기에 혹시나 싶어 집에 오자마자 참외 하나를 먹어보니 꿀맛이다. 오이는 며칠 전에 사서 다 먹고 또 샀다. 작고 가늘고 가격마저 저렴한 것들이 맛도 좋다. 단돈 만 원으로 횡재한 기분이다. 이것이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랴.지하철역을 나서 마천산 등산로 옆길로 접어드니 오랜만에 고향에 온 느낌이다. 농수로에는 맑은 물이 졸졸 흘러가고, 개구리들이 논밭 사이를 오가며 ..

[책읽기&감상: 소설 《동의보감》_명의 유의태 (名醫 柳義泰) 제2화 >]

책 리뷰_ 소설 《동의보감》_명의 유의태 (名醫 柳義泰) 제2화 >-천을귀인을 만난 허준, 나도 샐리를 꿈꿔보다-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 '사람 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사람, 아무런 대가 없이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 그리고 그 도움을 받으면서도 마음의 짐이 되지 않는 사람. 살면서 그런 천을귀인을 만날 수만 있다면, 그 인생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다.최근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을 다시 읽으며, 나는 산음 땅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허준의 발걸음을 가만히 따라가 보았다. 신분 사회의 철저한 억압 속에서 고향을 탈출해 한 치 앞도 알 수 없던 허준. 그런 그가 산음에서 만난 이방과 구일서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천사들이었다.빈..

[책읽기&감상: 소설 《동의보감》_명의 유의태 (名醫 柳義泰) 제1화

책 리뷰_ 소설 《동의보감》_명의 유의태 (名醫 柳義泰) 제1화 >-드디어 경남 산음 땅 도착-사랑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도, 사랑도 다 저마다의 때가 있는 법이다. 오래전 어느 가전제품 광고 카피처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고 하더니, 막상 살아보니 삶에는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택이란 신중할수록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성공적인 것만도 아니다. 우리 삶의 일정 부분에는 분명 '운명'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그 운명 앞에 무릎 꿇기보다, 그것을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삶의 역점을 두고 싶다.소설 속 다희와 허준, 두 사람의 인연을 보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삶의 지혜가 보인다. 비록 소설이라는 허구의 틀을 ..

[일상&수필: 녀석도 갔다]

[일상&수필_녀석도 갔다]골목길 모퉁이를 돌아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비상등이 깜빡였다. 마치 내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 같기도 했고, 주인을 두고 떠나는 미안함에 흘리는 눈물 같기도 했다.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은 비단 사람에게만 통하는 법이 아니었나 보다.녀석은 오랜 시간 나의 든든한 발이자 아늑한 독방이었다. 기쁜 날엔 흥겨운 음악으로 흥을 돋우어 주었고, 고단한 퇴근길에는 말없이 온기를 나누며 위로가 되어주던 친구였다. 함께 달린 거리만큼 마음이 저려 온다.흐르는 세월 속에서 녀석도 조금씩 지쳐갔다. 언제부터인가 쿨럭이는 소리를 내더니, 결국 받아 든 진단서는 가혹했다. 몸값보다 더 무겁게 나온 수술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고..

[책읽기&감상: 소설 《동의보감》_ <용천 탈출(龍川脫出): 제4화>]

책 리뷰_ 소설 《동의보감》_ -위대한 모성, 모신(神母)은 있다-어느 시대나 위대한 어머니는 자신을 버릴 줄 안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도, 허준의 생모 손 씨도, 심지어 홍길동의 어머니 춘섬도 그러했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녹여 자식의 길을 밝혀준 이들이다.새해가 되면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健陽多慶)을 써 붙이며 복(福)을 생각한다. 복(福)이란 거저 굴러들어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짓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라고. 대지의 여신 판도라가 '모든 것을 주는 희망의 신'이듯,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바로 그러한 존재가 아닐까. 매서운 대한(大寒)의 추위가 지나면 이내 봄바람에 민들레 홀씨 날릴 날도 멀지 않듯, 우리네 삶의 겨울 뒤에도 늘 어머니라는 봄이 기다리고 있다.소설 속 허준의 삶도..

[책읽기 &감상: 소설 《동의보감》_ <용천 탈출(龍川脫出): 제3화>

책 리뷰_ 소설 《동의보감》_ -여자의 발자국을 따라가다-휘영청 밝은 달, 달그림자를 밟고 허준은 용천군의 원찰(願刹)인 용호사(龍虎寺) 경내로 들어섰다. 언제 눈보라가 몰아쳤냐는 듯, 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마치 극적인 운명을 마주하기 직전, 환하게 걷히는 허준의 마음과도 같다. 끝내 친구 양태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선 허망한 발길 위에, 그의 운명을 통째로 바꿔놓을 한 여인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흰 눈 위에 깊게 파인 그 자국이 내 눈길마저 단숨에 사로잡는다.여인의 치맛자락이 쓸고 간 흔적. 분명 여자의 발걸음이다. "이 심야에 아녀자가 어찌 이 눈 속을 혼자 다닌단 말인가." 호기심과 긴장감 속에 발자국을 따라잡은 순간, 여인이 문득 뒤를 돌아본다. 댕기가 허리 밑으로 길게 처진..

[책읽기&감상: 소설 《동의보감》_ <용천 탈출(龍川脫出): 제2화> ]

책 리뷰_ 소설 《동의보감》_ -봄을 맞이할 마지막 대설(大雪)-친구 없이 살 수 있을까. 괴로울 때면 남자나 여자나 할 것 없이 문득 친구를 찾아간다. 일없이 평탄하고 잘 지낼 때는 그리 간절하지 않다가도, 마음 한구석이 허물어질 때면 어김없이 친구의 얼굴이 떠오르는 법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랬다. 아니,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가슴에 응어리가 맺힐 때, 오랜 친구만큼 좋은 상담사는 세상에 없다.소설 《동의보감》 속 청년 허준도 그랬나 보다. 속이 뒤틀리고 괴로울 때면 그는 어김없이 술친구 양태를 찾아가 신세타령을 늘어놓았다. 그와 함께 퍼마신 술이 아마 한 말은 족히 넘었으리라. 그뿐이었겠는가. 책갈피 속을 서성이는 그들의 대화를 힐끔거리다 보면, 내심 서러운 천첩 어머니의 울분을, 아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