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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감상: 대구, 나는 좋다]

수성못을 돌고 돈다.서너 바퀴 째 돌고 있다. 둘레길이 약 2km이니 살짝 땀이 나기도 하지만 잘 정비된 흙길이라 다리가 편하다. 입구 버드나무도 신이 난 듯 살랑살랑 가지들이 춤을 춘다. 둘레길은 사계절 수성못을 찾는 이들로 하여금 낭만과 여유를 누리게 한다. 해가 갈수록 수성못 나들이 객이 늘어간다. 특히 여름밤에는 각종 버스킹은 물론 다양한 페스티벌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수성못도 많은 사람이 밟으면 밟을수록 더 빛나는 것 같다. 주변 풍광과 조화를 이룬 분수쇼는 환상적이다. 음악과 함께 흥에 겨워 치솟는 물기둥은 어깨춤을 추고 아름다운 조명은 수성못을 갖고 놀듯 얄밉게 교태를 부린다. 20세기 팝의 여왕 페티페이지의 체인징 파트너가 흘러나올 때는 신바람 난 분수쇼와 나는 하나가 된다. 흥겹다. ..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팔달시장역]

대구도시철도 3호선 팔달시장역이다. 역이름이 팔달시장이다. 역 바로 앞에 시장이 있다. 그냥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시장 입구다.  시장 입구 원형 간판이 보기 좋게 팔달시장을 지키고 있다. 사람이고 물건이고 보기가 좋으면 잘 되게 되어 있다. 보기 좋은 팔달시장도 팔팔 생기가 나면 좋겠다. 보기가 좋다 보니 저절로 발길이 시장을 향한다. 시장 천장 돔이 진열된 상품들을 더욱 빛나게 한다.깨끗하면서도 넓고 큰 팔달시장은 대구 3대 시장 중의 하나로 여긴다. 대구 3대 시장은 서문시장, 칠성시장, 그리고 서부정류장이 있는 관문시장을 꼽지만 관문시장 대신 팔달시장이 들어가기도 한다. 한때 대구의 관문인 팔달교와 인접하여 전국에서 들어오는 농산물로 시끌벅적했다지만 지금은 덩치에 비해 속이 허한 느낌이다..

[일상&수필 레시피: 천국에도 감옥이 있다]

서울은 폭설, 대구에는 강풍이다. 확실히 겨울이 왔다. 서울 사는 아들 내외가 사진을 찍어 보냈다. 오리 몇 마리가 천사 같다. 나는 도로변에 쌓인 낙엽으로 답했다. 시속 300킬로, 한 시간 반 남짓 떨어진 거리에서  아들 내외는 눈비를 뚫고, 나는 강풍과 맞서며 몸을 낮추고 있다. 같은 하늘 좁은 땅에도 서로 다른 천국이 있으니 흘러가는 하늘을  알 길이 없다. 한밤 내 또 정호승 시집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설쳤다.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는 시집에 《천사의 메모》, 《천사의 말》이란 시가 있다. 정호승도 천국을 꿈꾸고 있었다. 천국을 꿈꾸다/정호승 천국에도 감옥이 필요하다고누가 천국에다감옥을 짓고 있다내 죽을 때에 감옥이 완공된다는문자메시지를 받은 오늘당신보다 내가 먼저천국의 감옥에 갇혀영원히 ..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원대역]

대구도심철도 3호선 원대역이다. 사면이 푸른 유리벽을 하고 있는 역사는 아담한 카페 같은 느낌을 준다. 3호선 역사(驛舍)는 어디를 가나 잘 관리되고 있어 승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원대역, 원대오거리가 있어 원대역이라 했다지만  원대역 역명은 동명(洞名)의 유래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신라는 삼국통일의 위업을 완수하기 위해 화랑도를 양성, 그들로 하여금 교육 및 심신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은 전국 명소를 찾아 심신수련을 했고 이때 각 명소마다 이들을 위한 숙식소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때 터를 잡고 숙소를 만든 곳을 원(院:집 원) 또는 노원(魯院)이라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원대동의 원(院)은 여기서 나왔고 이곳에 대노원(大魯院)이 있었던 터(垈:터 대)라 하여 원대(院垈)라고 했다. ..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대봉교역]

대구 대봉교역이다. 대봉교역은 대구 전통 백화점인 대백프라자와 연결되어 있다. 백화점이 플라자고 플라자가 백화점이다. 재래시장인 수성시장을 돌아 나와 대봉교역에 내리면 바로 대백프라자가 눈에 들어온다. 재래시장에 익숙한 나는 백화점 입구에서 잠시 주춤, 입고 있는 바지를 추슬러본다. 연결통로에 늦가을 내음 가득한 하늬바람이 분다. 역사(驛舍)와 연결된 통로를 따라가면 바로 플라자 실내가 나온다. 넓고 아늑한 백화점 안에는 역시 화장품 등 값진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잠시 정신 나간 사람 마냥 이 구석 저 코너를 돌아보지만 항상 발길이 머무는 곳은 통로 쪽 의류 세일 판매대다. 재래식 좌판에 익숙한 몸을 어이하나. 바지 하나를 두고도 몸은 백화점에 있고 마음은 재래시장 쪽으로 기울어 있다. 서민의..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건들바위역]

건들바위역(Geondeulbawi Station), 건들바위역은 대구광역시 남구 이천동 건들바위네거리에 있는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의 역이다. 역사(驛舍)가 도로 폭이다. 양옆 건물이 바짝 붙어 있다. 좁은 통로 구간이 대봉교역과 명덕역을 이어주고 있다. 건들바위역에는 건들바위가 있다. 그래서 건들바위역으로 역명이 정해졌다. 건들바위는 설악산 울산바위처럼 우뚝 솟은 돌산바위가 아니다. 소박하고 아담한 기자석(祈子石)이다. 말하자면 때때로 무당이나 점장이가 촛불을 켜놓고 치성을 드리기도 하는 아낙네들이 비손 하는 비손바위다. 이런 연유로 회자되며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고 구전된 바위로 보면 된다. 건들바위는 1982년 6월 29일에 대구시 기념물 제2호로 지정되었으며, 대구분지의 지반 구조를 잘 나타내주..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서문시장역]

서문시장역은 서문시장과 바로 붙어 있다. 아담한 역사(驛舍)가 서문시장에 안긴 형국이다. 역사가 남산역이나 청라언덕역보다 좁지만 유동인구로 보자면 30개 역 중에서 으뜸이다. 하여 서문시장 역시 재래시장 중에서 가장 활기가 넘친다. 개찰구나 환승통로를 오고 가는 승객은 모두 서문시장을 찾는 손님들이다. 그래서 서문시장역에 내리면 우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서문시장은 대신동에 있는 대구 최대의 전통시장이다. 선거철이면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대구시장도 찾는 곳이다. 총 6개 지구(1 지구, 2 지구, 4 지구, 5 지구, 동산상가, 건해산물상가)에 4,000여 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는 대구 최대의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한때 나는 서문시장 코앞에서 살았다. 부모님은 5..

[일상&수필 레시피: 문제는 사람이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 늦더위가 길어지면서 올 가을 단풍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지만 입동을 지나 11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온 산, 온 동네가 단풍으로 물든 꽃길이다. 역시 자연은 말이 없지만 계절을 속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늘 사람이다. 사람이 문제다.비슬산자연휴양림 입구도 붉게 물들었다. 예쁘다. 자연휴양림은 달성군 유가읍 일연선사길에 위치해 있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풍부한 휴양 명소로서 산림청이 발표한 전국 100대 명산 가운데 하나다. 해발 1,058m의 조화봉을 중심으로 1,084m의 천왕봉, 989m의 관기봉을 좌우에 거느리고 있다. 봄철 참꽃, 여름 계곡, 가을 단풍과 억새, 겨울 얼음동산은 사계절 순환 장관을 이룬다. 올해도 숲길 따라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만든 묵을 지금도 ..

[수필&수필 레시피: 수필, 수필은 곧 격(格)의 문학이다.]

[수필&수필레시피: 수필, 수필은 곧 격(格)의 문학이다.] ‘자기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가 되도록 쓰라. 이 명제는 결국 ‘나’의 이야기를 ‘객관화’, ‘보편화’ 시키라는 말로 이해하라. 자칫 ‘남의 이야기’로 쓴다고 하여 수필 속의 ‘화자’인 ‘나’를 다른 인물로 환치시킨다거나 허구화할 때는 수필의 근본적 특성을 벗어나기 십상이다.여기서 말하는 수필의 근본적 특성이란 수필이 갖는 장르적 특성으로 수필의 교술적(敎述的) 특성을 말한다. 이 교술적 특성을 단적으로 말하자면 1)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을 서술 전달한다.2) 세계가 자아의 주관적 입장에 의해 변형되지 않고 그대로 작품 속에 등장한다.3) 독자를 어떤 가치관으로 설득하려 한다.4)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양식이다5) 작품 속의 화자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