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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수필 레시피: 북구청역]

대구도심철도 3호선 북구청역이다. 지상철 3호선은 2009년 착공하여, 2015년에 개통했으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대중교통의 모노레일이다. 역명이 북구청역이지만 북구청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 북구청역에 내려 전동차가 곡선을 그리며 원대역을 향해 가는 것을 보면 동화 속 그림처럼 환상적이다. 고작 3개의 차량뿐이어서 그런지 요즘 3호선을 타면 객실 빈 좌석이 없다. 최고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고객의 신뢰도가 높다 보니 3호선을 이용하는 승객도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다만 65세 이상 무임승차객이 많다 보니 적자운행이 깊어지지는 않을지. 3호선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으로서 살짝 미안한 생각과 함께 걱정이 되기도 한다.다행히도 대구교통공사는 운영적자 개선을 위한 자구책으로 3호선 30개 역 799 교..

[일상&수필 레시피: 동주 생각]

윤동주의 시 과 을 읽다가 그만 동주 생각에 빠졌다.그는 1945년 29세의 젊은 나이로 옥사했다. 29세의 나이, 혈기왕성한 사나이가 꽃 한번 피우지 못하고 간 것이다. 내 나이 29세 때를 생각하면 취업과 동시에 사랑을 찾아 동분서주했던 것.1917년 태생, 1945년 옥사. 그는 조국의 현실 앞에 항일시인으로 살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프다. 열다섯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어릴 때 이름이 해환(海煥)이었다. '해처럼 빛나라'란 그의 아명답게 '해성처럼 빛나게' 살다 갔다. 조국을 위해 29세 나이에 맹렬하게 휘갈겨간 그의 시들을 보면 역시 그는 항일투쟁시인이요, 시대의 젊은 지성이다. 우리에게는 한용운, 이육사와 함께 민족 3대 저항시인으로 각인되어 있지..

[일상&수필 레시피: 몰입의 즐거움]

무엇을 바라고 달려온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응모에 당첨되면 좋겠다. '작심삼주 오블완 챌린지',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출사표를 던졌다. 사실 3주 연속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무엇을 테마로 잡아 삼주를 이어갈 것인지 고민하다가 내가 사는 대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집 까까운 '3호선 지상철'을 테마로 잡았다. 자신이 없었지만 3호선을 무척 사랑하기에 용기를 내었다. 3호선 노선인 용지역에서 칠곡경대병원역까지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른다. 3호선은 총 30개 노선으로 되어있다. 용지역에서 시작하여 일단 북구청역까지 완성해 보았다.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작심삼주를 완성하고 보니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자축하는 의미에서 양손 들어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내 안의 ..

[산문&감상: 작심삼주 (오)늘 (블)로그 (완)성, 챌린지 함께 해요]

https://www.tistory.com/event/write-challenge-2024 작심삼주 오블완 챌린지오늘 블로그 완료! 21일 동안 매일 블로그에 글 쓰고 글력을 키워보세요.www.tistory.com[산문&감상: 작심삼주 (오)늘 (블)로그 (완)성, 챌린지 함께 해요]에 '三人行必有我師焉/삼인행필유아사언'이란 말이 있다. 세 사람이 걸어가면 반드시 그 속에 나의 스승이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굳이 세 사람이  아니라 넓은 의미로 세상 사람 누구나가 다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의 스승이라고 해서 내보다 나이가 많거나 사회적 지위나 학식 또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을 두고 하는 말만은 아니다. 사람살이에서 부딪히는 온갖 물상과 사람들이 다 보고 듣는 이의 마음에 따라 스승이 될 ..

[산문&감상: 수필산책: 배꽃 여인, 배꽃으로 거듭나다]

[산문&감상: 수필산책: 배꽃 여인, 배꽃으로 거듭나다]배꽃 김미숙 님의 세 번째 수필집 《한 곡의 노래를 부르기 위하여 》 중에서 수필 이다. 살다 보면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고, 아무리 많이 가져도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가진 것이 많고 적음이 행복을 판가름할 수도 없다. 어떻게 마음을 수놓느냐에 따라서 아름다운 삶을 이루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오래전에 인연을 맺었던 언니의 삶이 그랬다.그녀의 삶은 늘 봄날이었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고 떠들어도 그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여태껏 별 어려움 없이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라 여겼다. 언니의 남편은 대기업에 다녔고, 두 아들이 의대에 다녔으니 사람들의 ..

[자작수필&감상: 뮤지컬, 선택]

[자작수필&감상: 뮤지컬, 선택] 봉산문화회관에서 뮤지컬, '선택'을 관람했다. 아담한 회관, 50명 내외의 관람객은 공연이 막을 내리자 환호와 함께 박수를 치며 배우들을 향해 일어서고 있었다. 젊은 배우들의 풋풋한 내음과 또렷하게 다가왔던 노랫가락이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것 같다. 탄탄한 구성, 극적반전의 서막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재창조된 《뮤지컬 '선택'》, 기존의 뮤지컬 양식에 우리나라 전통놀이 문화를 혼합하여 무대가 마당이 되고 마당이 무대가 되는 공간에서 9명의 케스트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한 청년의 현재와, 운명처럼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거, 이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전하고자 때론 강렬한 몸짓..

[산문&감상: 소설《한강》, 보면 볼수록 아프다]

[산문&감상: 소설《한강》, 보면 볼수록 아프다]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의 기적'을 낳고서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지금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119명이요, 그중 여성 수상자는 18명, '한강'은 여성으로서 18번째 수상자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어로 노벨수상자를 검색할 수 있는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 한국어가 K-팝처럼 문학계를 주름잡는 문학용어로서 우뚝 선 것이다. '한강의 기적'이란 문화적 상징이 '노벨문학상'이란 문학적 상징으로 환치되는 느낌이다. 지구상에서 수많은 언어가 하루에도 수없이 사라진다는 기사를 언젠가 본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세종대왕이 방긋 웃을지도 모르겠다. '한강'에는 또 하나의 한강이 있다. 조정래의 소설 《한강》이다. 《태백산맥》과 《아리랑》에 이은 대하소..

[책 읽기& 감상: 그는 그냥 갔다]

[책 읽기& 감상: 그는 그냥 갔다] 이어령의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을 읽고 있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자 소식이 들려왔다.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니. 한강이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 소설가 한강의 , 멘부커상에 이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꿈이 아니고 현실이다. 뜻밖의 소식에 작가 자신도 무척 놀란 느낌이다. 노벨문학상에 대한 좌절과 기대는 시인 고은 등을 통한 한국문학의 한계처럼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아버지 한승원을 중심으로 한강은 ‘문인 가족’ 출신이다. 아버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물에 잠긴 아버지’, ‘추사’, ‘다산의 삶’' 등을 쓴 작가 한승원이다. 남편은 경희사이버대 교수로 문학평론가요, 오빠는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단다. 하루 종일 충격과 흥분, 티브이 자막은 쉴 틈이 없었다..

[자작수필&감상: 가을이다]

[자작수필&감상: 가을이다]가을이다. 귀뚜라미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어둠이 내린 창가를 바라보며 가을향을 맡아본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지만 이별의 계절이기도 하다. 절로 나오는 노래, "가을엔~떠나지 말아요~하얀 겨울에 떠나요~~." 계절이 노래를 반기고 노래가 계절을 손짓한다.샤르도네 프랑스 포도주 한 병을 들고 센강에 도착한 시간은 센강이 저녁놀과 춤을 추는 때였다. 해가 중천에 있을 때 만물은 훤히 보이지만 빛나지는 않는다. 어둠이 살짝 내리고 만물이 고개를 살포시 숙일 때 만물은 빛난다. 그것도 아름답게 빛난다. 그녀도 나도 빛나고 있었다. 내가 왜 그녀와 함께 밀랍인형 에펠을 바라보며 사랑에 젖어 있었는지 모른다. 가을밤 풀벌레 소리가 이어지는 강변을 따라 이국적 정취에 빠진 ..

[산문&감상: 수필산책: 꽃의 미소]

[산문&감상: 수필산책: 꽃의 미소]세상의 꽃들은 지금 웃고 있다. 앞 집 담 너머 목련은 함박웃음을 웃고, 요 며칠 햇살이 따스하더니 효목로의 벚꽃도 여럿이 모여서 까르르 웃는다. 봄빛이나 봄꽃이 눈물겹도록 곱다.바깥에 나갔다 돌아오니 책상 위에 예쁜 꽃바구니 하나가 놓여 있었다. 친구가 놓고 갔다는 것이다. 바구니에는 노란 프리뮬러가 가득 피어있다. 눈을 감고 천천히 허리를 굽힌다. 코끝에 닿는 꽃잎의 감촉과 향기가 내 마음을 봄꽃처럼 환하게 한다.봄빛이 친구를 불러냈는지 늘 바쁜 사람인데 불로동 화훼 단지에 갔었단다. 친구는 바구니에 꽃꽂이를 하지 않았다. 아주 키 작은 프리뮬러를 한 포기씩 심은 주먹만 한 고무 화분 여덟 개로 바구니를 빼곡히 채웠다. 다섯 장의 동그란 꽃잎은 여럿이 사진 찍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