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바라고 달려온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응모에 당첨되면 좋겠다.
'작심삼주 오블완 챌린지',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출사표를 던졌다. 사실 3주 연속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무엇을 테마로 잡아 삼주를 이어갈 것인지 고민하다가 내가 사는 대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집 까까운 '3호선 지상철'을 테마로 잡았다.
자신이 없었지만 3호선을 무척 사랑하기에 용기를 내었다. 3호선 노선인 용지역에서 칠곡경대병원역까지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른다.
3호선은 총 30개 노선으로 되어있다. 용지역에서 시작하여 일단 북구청역까지 완성해 보았다.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작심삼주를 완성하고 보니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자축하는 의미에서 양손 들어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내 안의 나'를 위로와 격려로 다독거리니 몸과 마음이 달아올랐다. 몰입에의 즐거움, 나는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다는 점에서 나는 나를 더욱 사랑하고 존경한다.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는 게 좋다.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해서라기보다는 목표가 없으면 한 곳으로 정신을 집중하기가 어렵고 그만큼 산만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등반가가 정상에 오르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내거는 이유는 꼭대기에 못 올라가서 환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목표가 있어야 등반에서 충실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이 없는 등반은 무의미한 발놀림에 지나지 않으며 사람을 불안과 무기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자기가 세운 목표에 합당한 일을 하는 동안에는 설령 몰입은 경험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이 개운해진다는 걸 입증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가령 친구들과 지내는 시간은 무척 즐겁다. 죽이 잘 맞는 친구들과 있으면 더욱더 그렇다. 그러나 일을 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이 있으면 아무리 가까운 친구들과 있어도 마음이 무겁다. 반면에 아무리 하기 싫은 일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는 생각이 들면 덜 괴롭다.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가장 손쉬운 길은 주인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의무감 때문에 하는 일, 혹은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하는 일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저 실 가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느끼고 살아간다. 그런 입장에 놓이면 아까운 정력을 탕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자진해서 원하는 일을 늘려야 한다. 무엇을 원한다는 사소한 마음의 움직임이 집중력을 높이고 의식을 명료하게 만들며 내면의 조화를 이루어 낸다.'
이 글은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해냄출판, '제9장 운명애'에 나오는 일부다.
그렇다. 티스토리는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것처럼 나에게 의무를 주었고, 나는 그 의무를 끝내 완성함으로써 내 '안의 나', 즉 에고를 확실히 경험하고 진단하며 나를 다시 한번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작심삼주 오블완 챌린지를 던져주신 티스토리 임원진에게 더없는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칙센트미하이의 글로 '오블완 챌린지'를 마무리해 본다.
'자신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니체 철학의 중심 개념이라 할 '운명애'에서 잘 드러난다. 충실한 삶을 살아가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를 논의하는 대목에서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운명애를 가진 사람은 위대하다는 게 나의 신조다. 운명애는 살아갈 날에서도, 살아온 날에서도 달라지지 않기를, 아니, 영원히 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자세다. 불가피한 것을 견디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사랑할 줄 아는 태도다.'라고 했다.
몰입의 즐거움, 'Finding Flow'
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제시한 개념으로, 몰입이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어떤 일에 완전히 몰두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그 상태를 의미한다. 'Finding Flow'는 단순히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개념이다.
'우리가 하는 일, 우리가 하는 놀이, 우리의 삶 전체를 끌어올려 주는 삶의 지침서!', 몰입의 즐거움, Finding Flow, 칙센트미하이의 책을 한 번 읽어 보시기를 정중히 권한다. 그러면 님도 '내 안의 나'를 보고 웃을 수 있으리라.(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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