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파고드는 봄빛을 바라보며 고전 수필집 하나를 집어 들었다. 피천득의 《인연》이란 수필집이다. 1910년대 일제하에서 출발하여 광복을 거쳐 근대화의 초기까지 활동한 그는 영문학자요 시인이요 수필가다. 그가 남긴 수필집 《인연》이 왜 눈에 들어온 것일까. 수필 '인연'의 '아사코'는 간데없고 그의 수필 가 자꾸 머리를 들쑤시는 이유란 무엇일까.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작은 밀알'이란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살아보니 하찮은 나도 내 아닌 우리를 위해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하는 것보다는 틈만 나면 지휘자가 되기를 꿈꾸며 살아온 것만 같다.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든 지휘자가 아닌 간간이 파고드는 '플루트 연주자', 어쩌면 이 세태에 이런 연주자가 절실히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1969년 그의 시와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