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말 못 하는 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
이 가사가 왜 이리 구슬프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前腔)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달님이시여 높이 돋으시어
아! 멀리멀리 비치게 하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백제 유일의 노래라 일컫는 정읍사의 일절이다. 노래의 짜임새를 여러 갈래로 해석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삼단 구성인 기(起), 서(敍), 결(結)로 보면 기(1행~4행)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정읍은 전북 전주의 속현이다. 행상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밤새 기도를 올리는 여염집 여인의 간절함이 눈에 선하다. 이 노래에서 달은 광명이요, 천지신명을 상징한다.
을사년 새해, 정월 보름을 앞둔 달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달이 보이지 않는다. 남편이 돌아오는 길이 어둡다. 노심초사, 천지신명이 높이 솟구쳐 주길 바라는 여심. 샛별만이 달무리 따라 달을 놓칠세라 견지망월(見指忘月)을 경계하고 있다.
(後腔全)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데를 드데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시장에 가 계신가요?
아! 진 곳을 디딜까. 두려워라.
어긔야 어강됴리
기(起)에 이은 (5행~7행)으로서 서(敍)에 해당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위험한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어둠 속에서 행여나 진 곳에 빠질까 두렵다. 군데군데 애써 깁은 옷깃으로 집을 나선 행장이 허름하다. 무거운 마음에 명심보감을 펼쳐 염송을 해 본다.
順天者(순천자)는 存(존)하고 逆天者(역천자)는 亡(망)이니라. 康節邵(강절소) 선생이 曰(왈), 天聽(천청)이 寂無音(적무음) 하니 蒼蒼何處尋(창창하처심)고. 非高亦非遠(비고역비원)이라. 都只存人心(도지존인심)이니라.
천명을 쫓는 사람은 살고, 천명을 거스리는 사람은 망하느니라. 강소절 선생이 말씀하시기를 하느님께서 들으심은 고요하여 소리가 없고 아득하니 어느 곳에서 찾을고. 높지도 아니하고 또 멀지도 아니한 곳, 다만 모두가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니라. 하느님은 듣고 있다.
(過篇) 어느이다 노코시라
(金善調) 어긔야 내 가논 데 점그랄셰라
(小葉)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어느 것이나 다 놓아 버리십시오.
아! 나의 님 가는 그 길 저물까 두려워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결(結)에 해당하는 (8행~11행)이다. 남편이 무사히 귀가하기를 바라는 사랑의 마음이 절실하다.
현인의 '꿈속의 사랑' 속 탭 댄스, '조선 티브이 미스터트롯 3' 경연에 나온 현역부의 김용빈, 손빈아, 춘길, 추혁진의 칼군무가 섬뜩하게 몰아친다.
내 님믈 그리ᅀᆞ와 우니다니/(내 님을 그리워하여 울고 있으니)
山 졉도ᇰ새 난 이슷ᄒᆞ요ᅌᅵ다/(산 접동새와 내 신세가 비슷합니다.)
아니시며 거츠르신 ᄃᆞᆯ 아으/(모함들이 사실이 아니며 거짓인 줄을 아아)
殘月曉星(잔월효성)이 아ᄅᆞ시리ᅌᅵ다/(지는 달 새벽 별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넉시라도 니믄 ᄒᆞᆫᄃᆡ 녀져라 아으/(넋이라도 임을 함께 모시고 싶어라.)
벼기더시니 뉘러시니ᅌᅵᆺ가/(내 죄를 우기던 이, 그 누구입니까?)
過도 허믈도 千萬 업소ᅌᅵ다/(나는 잘못도 허물도 전혀 없습니다.)
ᄆᆞᆯ힛 마리 신뎌/(뭇사람들의 참소하던 말입니다.)
ᄉᆞᆯ읏븐뎌 아으/(슬프구나 아으)
니미 나ᄅᆞᆯ ᄒᆞ마 니ᄌᆞ시니ᅌᅵᆺ가/(임께서 벌써 나를 잊으셨나이까.)
아소 님하, 도람 드르샤 괴오쇼셔/(아! 임이여, 내 사연을 들으시고 다시 사랑해 주소서.)
이 노래는 정서의 정과정(鄭瓜亭)이다. 고려 의종 때 그가 귀양지인 동래(지금의 부산)에서 임금이 다시 자신을 불러 주기를 기다리다가 소식이 없자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 선처를 청한 노래다.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의 효시작이며 유배문학의 효시작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참소가 거짓임을 말하면서 억울하고 원통한 심정과 임을 모시고 싶다는 충절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에 가면 과정길이 있고 정과정 있다. 오이밭에서 오이를 심고 캐는 그의 이마에 굵은 주름이 한 바가지다.
'아소 님하, 도람 드르샤 괴오쇼셔'
트롯경연 가수들의 칼군무 탭 댄스가 정각(正覺) 일침 (一針)으로 폐부를 아리게 한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말 못 하는 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
'꿈속의 사랑', '殘月曉星(잔월효성)이 아ᄅᆞ시리ᅌᅵ다.'(202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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