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따라 글 따라]: 일상 & 수필 레시피

[일상&산문: 아으 동동(動動)다리]

백두산백송 2025. 1. 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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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을사년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과 같이 새해가 밝았지만 새해 같지 않은 새해다.

고려속요에 동동(動動)이란 노래가 있다. 고려속요란 고려민들의 노래다. 구전되어 오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악장가사>, <악학궤범>, <시용향악보>에 기록되어 있는 노래다.  세종 때 노래집  <고려사악지>에도 실려 있다.

동동(動動)은 전 13연, 연장체로 되어있다. 연장체를 달리 분연체, 분절체라고도 한다. 4절로 된 애국가의 형식으로 보면 된다. 풍전등화의 국란을 극복하고자 하는 '희망 없는 희망의 노래'가 동동(動動)이다. 결국 고려는 망했다. 길재도 이를 뒤돌아 보았다. 구미 금오산 자락에  길재 사당이 있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바람이 차다. 1월 5일이 소한이요, 1월 20일이 대한이다. 겨울이 이빨을 갈고 있다.

덕(德)으란 곰비예 받잡고 /덕일랑은 뒷 잔에 바치옵고
복(福)으란 림비예 받잡고 /복일랑은 앞 잔에 바치옵고
덕(德)이여 복(福)이라 호리라/덕이여 복이라 하는 것을
나조라 오소이다 /드리러 오십시오

아으 동동(動動)다리

이 부분은 동동(動動)의 서사장으로 송도(頌禱)의 노래다. 송도란 경사스러운 일을 기리어 축하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임의 복덕을 비는 내용이다. 여기서 임은 임금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뜻 한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고려속요 동동(動動)이 줄줄 흘러나온다.

차간호 사람들/강위원/교원사진연구회

누군가 '을'로 시작하는 연도와 역사적 사건을 기술한 글을 보았다. 그는 '을'로 시작하는 연도는 5로 끝난다며 뭔가 좋지 못한 느낌을 주었다. 정리해 보니 그런 것 같다. 일어난 사건들이 보통이 아니다. 사변, 기근, 조약으로 망국의 경술국치로 치달았다. 걱정이다.  

1555년 을묘왜변, 1695년 을해 대기근, 1895년 을미사변, 1896년 아관파천, 1904년 러일전쟁, 을사조약 1905년, 헤이그특사 1907년, 경술국치 1910년, 그리고 2025년 을사년이다.

2024년 말과 2025 새해 벽두, 탄핵, 계엄, 국회의사당, 한남동 관저, 직무 대행 대리, 제주항공, 무안공항, 메이데이, 대폭발, 대형사고....'아으 동동(動動) 다리'..... 뜻이 없고 답이 없는 후렴이요 탄식이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리빨 칼날진 그 우에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의 절정이란 시다. 일제 강점기 시절의 현실 극복의지를 노래한 시다. 이육사는 윤동주, 한용운, 이상화와 더불어 일제하의 민족저항시인임을 잘 알고 있다.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모순형용의 역설이 기적으로 다가오면 좋겠다.

절정이란 극한상황을 의미한다. 일제에 의한 정치, 경제, 문화적 수탈 정책이 극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육사는 독립을 위해 의열단에 가입, 17번을 왔다 갔다 옥살이를 하다가 끝내 39세로 베이징 감옥에서 옥사하고 말았다. 본명(本名)은 이원록, 이명(異名)이 이활 또는 이원삼이다.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 투옥, 그때 그의 수인 번호가 264번. 이것이 그의 호(號)가 되었고 본명과 이명을 덮어 버렸다. 문(文) 무(武) 보다 강함을 보여준 항일 애국지사, 그는 총칼보다 펜을 잡았다.

절정, 나라가 걱정이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디딜 곳조차 없다'

참으로 난감한 현실이다.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정말이지 육사가 광야에서 울부짖었던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간절하다.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추락하는 데는 날개가 없다.'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세상천지가 곡소리로 가득하다. '아이고 이놈의 세상~'. '아으 동동(動動) 다리'.(20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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