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따라 글 따라]: 일상 & 수필 레시피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칠곡운암역]

백두산백송 2024. 12. 2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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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시철도 3호선 칠곡운암역이다. 운암역 앞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내가 보기에는 서문시장역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리는 것 같다. 운암역 광장에서 지난해 우리 문학단체는 책드림 행사를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가지며 200여 권의 수필과 관련된 책들이 30여분 만에 사라졌다.

황금역 가까이 사는 나는 무시로 3호선을 타고 칠곡운암역에 간다. 갈 때는 꼭  쇼핑백을 들고 간다. 운암역에서 동쪽 팔거산성으로 가는 길에는 없는 것이 없다. 기존 상점과 잘 조화를 이룬 좌판 노점에는 각종 생필품은 물론 사과, 귤 등 과일류와 싱싱한 채소들로 가득하다. 여느 재래시장 못지않다. 나는  제철 채소나 과일은 물론 사과와 고구마, 땅콩은 되도록 여기서 산다. 이렇듯 실은 운암역보다 운암역 주변의 장터가 좋아 나로 하여금 운암역을 무시로 찾게 한다.

운암지를 향해 가는 쭉 뻗은 도로는 언제나 입을 즐겁게 한다. 만두집을 비롯 각종 먹거리 음식점들이 줄을 서 있다. 주변 대단지 아파트와 과학대학과 대구보건대학이 있고 한국 농어촌 공사 경북지역본부가 버티고 있으니 도로변 음식점들이 생기가 돌 수밖에 없다.

노점상과 먹거리 상점도 상점이지만 동천, 팔거, 학정역으로 이어지는 하천둔치는 서울 청계천을 연상케도 한다. 보기만 해도 잘 정비된 하천 둔치가 사랑스럽다. 사시사철 짝을 이루어 거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겨울철새들이 한가로이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뿐만이 아니라 함지산과 조화를 이룬 운암지는 수줍은 색시를 닮은 듯 귀엽고 앙증맞다. 한여름 인공 폭포수 앞에서 더위를 즐기는 오리들과 덩치 큰 잉어들이 무리를 지어 넙죽넙죽 입을 벌리거나 씩 웃고 지나가는 운암지의 풍경이란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다.

무시로 찾아가는 운암지를 몇 바퀴 돌고 돌아 나와 돼지국밥 한 그릇에 막걸리나 소주 한 잔을 걸치는 날이면 그 옛날 고향마을 장날이 눈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가곤 한다. 유난히도 검정 고무신이 빛났던 할머니의 모습, 할머니도 나도 엿가락 입에 물고 실개천 따라오고 갔던 추억들이 오버랩된다.  

칠곡운암역에 가면 할머니 따라 장날 장터를 오고 갔던 어린 내가  있고, 그 옛날 할머니를 닮은 할머니가 꽃그림처럼 피어난다.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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