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따라 글 따라]: 일상 & 수필 레시피 49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서문시장역]

서문시장역은 서문시장과 바로 붙어 있다. 아담한 역사(驛舍)가 서문시장에 안긴 형국이다. 역사가 남산역이나 청라언덕역보다 좁지만 유동인구로 보자면 30개 역 중에서 으뜸이다. 하여 서문시장 역시 재래시장 중에서 가장 활기가 넘친다. 개찰구나 환승통로를 오고 가는 승객은 모두 서문시장을 찾는 손님들이다. 그래서 서문시장역에 내리면 우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서문시장은 대신동에 있는 대구 최대의 전통시장이다. 선거철이면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대구시장도 찾는 곳이다. 총 6개 지구(1 지구, 2 지구, 4 지구, 5 지구, 동산상가, 건해산물상가)에 4,000여 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는 대구 최대의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한때 나는 서문시장 코앞에서 살았다. 부모님은 5..

[일상&수필 레시피: 문제는 사람이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 늦더위가 길어지면서 올 가을 단풍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지만 입동을 지나 11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온 산, 온 동네가 단풍으로 물든 꽃길이다. 역시 자연은 말이 없지만 계절을 속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늘 사람이다. 사람이 문제다.비슬산자연휴양림 입구도 붉게 물들었다. 예쁘다. 자연휴양림은 달성군 유가읍 일연선사길에 위치해 있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풍부한 휴양 명소로서 산림청이 발표한 전국 100대 명산 가운데 하나다. 해발 1,058m의 조화봉을 중심으로 1,084m의 천왕봉, 989m의 관기봉을 좌우에 거느리고 있다. 봄철 참꽃, 여름 계곡, 가을 단풍과 억새, 겨울 얼음동산은 사계절 순환 장관을 이룬다. 올해도 숲길 따라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만든 묵을 지금도 ..

[수필&수필 레시피: 수필, 수필은 곧 격(格)의 문학이다.]

[수필&수필레시피: 수필, 수필은 곧 격(格)의 문학이다.] ‘자기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가 되도록 쓰라. 이 명제는 결국 ‘나’의 이야기를 ‘객관화’, ‘보편화’ 시키라는 말로 이해하라. 자칫 ‘남의 이야기’로 쓴다고 하여 수필 속의 ‘화자’인 ‘나’를 다른 인물로 환치시킨다거나 허구화할 때는 수필의 근본적 특성을 벗어나기 십상이다.여기서 말하는 수필의 근본적 특성이란 수필이 갖는 장르적 특성으로 수필의 교술적(敎述的) 특성을 말한다. 이 교술적 특성을 단적으로 말하자면 1)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을 서술 전달한다.2) 세계가 자아의 주관적 입장에 의해 변형되지 않고 그대로 작품 속에 등장한다.3) 독자를 어떤 가치관으로 설득하려 한다.4)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양식이다5) 작품 속의 화자와 ..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수성구민운동장역]

[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수성구민운동장역]대구 수성구민운동장역이다. 주변에 수성구민운동장이 있다는 이유로 붙여진 역명이다. 수성구민으로서 궁금하여 한 두 번 찾아갔던 수성구민운동장은 생각보다 넓었다. 순진하게도 20여 년 전 그곳에 갔을 때, 나는 수성구 구민을 위한 운동장은 여기뿐인 줄 알았다.도시가 팽창하면서 월드컵 경기장도 생기고 각종 주민단위의 운동시설이 생기다 보니 오늘날 대개의 수성구민은 '수성구민운동장역'은 알아도 '수성구민운동장'이 어디에 있는 줄은 모른다. 그래도 수성구민운동장역이란 안내 방송을 듣다 보면 무슨 운동이든 연상을 하게끔 하는 순기능을 가진 역이 수성구민운동장역이다.수성구민운동장역 화장실에는 '개미사진'과 '풀이글'이 있다. 수성구민운동장역뿐만이 아니라 대구지하철 ..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수성못 TBC역]

[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수성못 TBC역]수성못역에 내리면 그냥 수성못으로 몸과 마음이 간다. 수성못은 1915년 일본인에 의해 조성되었다. 수성천변에 농수의 부족을 해결하고자 지역민을 위한 그의 헌신이 아직도 미담으로 전해 온다. 수성못에 대한 애착이 대단했던 그는 지금도 수성못 인근에 잠들어 있다. 그의 이름은 '미즈사키 린타로(水崎林太郞)'.대구시는 대구 12경을 1) 비슬산군립공원, 2)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3) 강정고령보 - 디아크(The ARC), 4) 신천, 5) 팔공산자연공원, 6) 수성못유원지, 7) 83 타워, 8) 서문시장, 9) 대구스타디움, 10) 동성로, 11) 달성토성, 12) 경상감영공원으로 지정, 대구로드트립으로 관광홍보하고 있다. 수성못은 이처럼 대구의 12경 ..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어린이세상역]

[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어린이세상역]어린이세상역 주변은 역시 아름답다. 인접한 '대구어린이세상'이 가을빛 단풍으로 물들었다. 늦가을 보기 좋게 물든 단풍이 동심을 자극한다.'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초등학교 뒷담을 돌며 불렀던 노래 중의 하나가 '퐁당퐁당'이란 동요였다. 누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예술고등학교를 나왔다. 내 기억으로 누나는 주로 풍경화를 그렸다. 어린이세상역 앞 울긋불긋한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이 누나가 그린 풍경화를 떠올리게 한다. 누나가 그렸던 꿈속 아름다운 세상이 지금의 어린이세상역인 것 같다.어린이세상역 아래로 흘러내리는 실개천이 범어천이다. 범어천은 범어동이라는 지역명에서 유래되었다. 범어(泛魚)의 어원은 뜰 '범(泛..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용지역]

[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용지역]대구지하철도 3호선을 타면 '하늘길'과 '사람길'이 보인다. 남북을 휘돌아 오고가는 3호선, 주변 풍광이 나름 즐겁다. 용지역에서 칠곡역, 칠곡역에서 용지역까지 30개 역을 오르내리며 역 따라 마음 따라 '하늘길', '사람길'을 톱아보고 싶다.바람을 타고 내렸다. 용지역이다. 가을바람도 겨울바람도 아닌 마음바람을 타고 내렸다. 11월 7일, 절기로 입동이지만 아직 가을 내음이 묻어 있다. 종착역이 주는 고요랄까. 역사가 조용하다. 몇몇 승객들이 내리고 마지막 역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객실을 비웠다.용지역은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남쪽에 위치한 시종착역이다. 승객이 다 내리고 난 다음 빠르게 객실 청소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실내가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는 ..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범물역]

[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범물역]대구지하철도 3호선을 타면 '하늘길'과 '사람길'이 보인다. 남북을 휘돌아 오고가는 3호선, 주변 풍광이 나름 즐겁다. 용지역에서 칠곡역, 칠곡역에서 용지역까지 30개 역을 오르내리며 역 따라 마음 따라 '하늘길', '사람길'을 톱아보고 싶다.범물역 앞에서 호떡 한 봉지를 샀다. 한겨울에 군밤과 같이 먹어야 제맛이지만 요즘은 계절에 관계없이 호떡을 즐길 수 있다. 재래시장도 없는 범물 네거리에는 생각보다 먹거리가 많다. 동아백화점과 대구은행을 끼고 있는 범물은 항상 붐빈다. 범물역을 가운데 두고 용지 방면과 지산 쪽으로 크고 작은 상점이 즐비하다. 좌판 고구마, 양파, 대파가 범물을 지키며 동아백화점과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범물(凡勿), 옛날 이곳에 범이 많..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황금역]

[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황금역]황금역에서 집까지 도보로 8분 정도 걸린다. 세칭 역세권에 보금자리를 둔 나는 이런 점에서 황금역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통오달, 황금네거리는 늘 붐빈다. 정형의 동서남북, 황금네거리 중심에 황금역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고 황금역의 행정 소재지가 황금동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역명은 황금역이지만 황금역이 있는 곳은 두산동이다. 두산(斗山)보다는 황금(黃金)을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황금역의 명칭을 생각하면 피씩 웃음이 나온다. 요즘 황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트럼프는 다시 대통령이 되었다. 황금네거리, 두산동과 황금동 사이에 '대우트럼프수성'과 'SK리더스뷰 주상복합'이 있고, 역사(驛舍) 바로 옆에 '홈플러스 황금점'이 있다. 역시 황금이 ..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수성시장역]

대구 수성시장역이다. 3호선 30개 역 중에서 시장역은 수성시장, 서문시장, 팔달시장, 매천시장 네 곳이다. 이들 시장은 모두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을 끼고 이어지는 3호선, 1.2호선 노선에 비해 푹 익은 삶의 노선인지도 모르겠다. 반월당을 빠르게 관통하는 1.2호선과는 달리 재래시장을 이어가는 3호선은 그래서 항시 여유로운 노선이다. 시장역이란 역명을 붙이지 않아서 그렇지, 3호선 주변에는 이름없는 재래시장도 많다. 칠곡운암역도 실은 재래시장에 버금가는 먹거리시장을 마주하고 있다. 그때도 그랬다. 파, 시금치, 귤, 도라지를 다듬어 팔던 할머니도, 도로 위 좌판 과일을 주워 담던 아저씨도 하나같이 빼놓을 수 없는 재래시장의 모습이었다. 실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인생도 재래시장에서 시작해서 재래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