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수필레시피: 수필, 수필은 곧 격(格)의 문학이다.]
‘자기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가 되도록 쓰라. 이 명제는 결국 ‘나’의 이야기를 ‘객관화’, ‘보편화’ 시키라는 말로 이해하라. 자칫 ‘남의 이야기’로 쓴다고 하여 수필 속의 ‘화자’인 ‘나’를 다른 인물로 환치시킨다거나 허구화할 때는 수필의 근본적 특성을 벗어나기 십상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필의 근본적 특성이란 수필이 갖는 장르적 특성으로 수필의 교술적(敎述的) 특성을 말한다. 이 교술적 특성을 단적으로 말하자면
1)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을 서술 전달한다.
2) 세계가 자아의 주관적 입장에 의해 변형되지 않고 그대로 작품 속에 등장한다.
3) 독자를 어떤 가치관으로 설득하려 한다.
4)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양식이다
5) 작품 속의 화자와 작자가 대체로 일치한다
사실 이러한 장르적 특성은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쉬울 것 같다. 전통적인 문학의 갈래는 크게 [서정, 서사, 극, 교술]로 나누어지며 이러한 분류상 수필은 교술 갈래를 대표하는 문학 양식으로 본다는 것이다.
교술이란 원래 ‘사물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나 설명’을 통해 전달해 준다는 의미이며 교술 장르에는 ‘악장’과 ‘가사’ 및 ‘경기체가’와 ‘교술민요’, ‘창가’, ‘가전체’, 등이 있다. 이들이 비록 비유나 상징의 수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을 서술,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은 교술 장르인 것이다. 특히 이들은 자기 주변의 생활체험을 직접 소재로 삼는다는 점에서 교술 장르로서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할 점은 수필도 서술자의 진술태도에 따라 ‘서정수필’, ‘서사수필’, ‘극수필’로 구분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렇게 구분하고 보면 수필의 장르적 특성인 교술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라. 수필은 교술 장르의 대표적 양식의 하나이지만 서정이나 서사나 극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서 교술이란 장르적 속성을 전제로 수필의 형식과 내용은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바로 여기서 여러 형태의 실험수필이 시도되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수필을 시적(詩的) 형태의 ‘극단의 서정’으로 이끌어 가거나 소설적 형태로 서술자인 ‘화자’를 대리인으로 환치시켜 ‘허구화’ 해 버리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의 견해로서는 아무리 ‘실험적 수필’로 다양한 형식이 시도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수필은 수필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 말은 외형적 형식이나 그 내용이 무엇이든 수필의 화자는 바로 ‘나’ 요, 내가 곧 ‘자아’이며 ‘자아’는 곧 ‘서술자’로서 ‘작가’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필은 곧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필을 1인칭 고백체의 전형으로 보는 것이며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철저하게 ‘자아’를 주어진 세계에 던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이것이 가정이든, 사회든, 자의식의 문제이든, 자연과 우주이든 -에 ‘나’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수필의 근본 속성인 ‘자아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요, 외부세계에서의 ‘진정한 나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수필이 아무리 내, 외형적 변모나 변화를 시도하더라도 결국은 ‘자아’의 문제로 돌아오고야 만다. 그렇다면 분명, 수필은 ‘자아’를 현실의 세계에 던짐으로써 다시금 ‘의미 있는 자아’로 거듭나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자아회귀의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여기서 ‘자아 회귀적 속성’이란 ‘자아의 재생’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현실세계에서 ‘무의미한 존재’가 수필을 통하여 ‘의미 있는 자아’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필이란 현실 속의 ‘무의미한 자아’를 ‘의미 있는 자아’로 거듭나게 하는 것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인격(人格)을 매만지는 ‘격(格)의 작업’인 것이다. 자신을 철저히 현실 속에 던짐으로써 ‘무의미한 자아’가 ‘의미 있는 자아’로 거듭나게 하는 ‘격(格)의 작업’, 이름하여 자아회귀(自我回歸)로서의 수필, 그래서 수필은 곧 ‘격(格)의 문학’이다.(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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