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따라 글 따라]: 일상 & 수필 레시피 49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명덕역]

명덕역(Myeongdeok station, 明德驛)은 대구 도시철도 1호선과 3호선의 환승역이다. 역명은 명덕네거리 지명을 따라 제정되었다. 명덕역은 결코 명덕역이란 역명 하나로 만족하지 못한다. 명덕역이란 역명 아래에 작은 글씨로 '2·28 민주운동기념회관'이란 부명이 있다. 바로 1960년 4.19. 민주화 혁명의 발상지요, 4.19 혁명의 촉매제 역할을 한 2.2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이 바로 이 명덕네거리란 것이다. 한마디로 명덕네거리는 민주화를 외쳤던 민주광장이었고, 명덕역이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이 바로 2.28. 기념탑이 세워졌던 곳이다. 국운을 위한 역사적 현장은 이렇게라도 기억되고 보존되어야만 한다. 나는 생각한다. 민주화는 대중화요 대중화는 일반화를 의미한다. 대중화를 바탕으..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남산역]

대구도심철도 3호선에서 역사(驛舍)의 크기로 보면 남산역이 가장 크고 높다. 하늘 높이 떠 있는 역사가 항공모함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명덕역에서 남산역으로 가는 느낌은 꼭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 같다. 하늘을 향해 이륙하는 느낌, 계명네거리를 치고 올라가는 품새가 하늘을 비행하는 '은하철도 999'다.남산역의 남산은 실은 동네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남산동이란 남산이 있어 남산동이 아니라 남산이 보이는 동네라 하여 남산동이라 했다. 하여 역사(驛舍)가 남산동에 있기에 남산역이란 역명(驛名)이 붙여졌단다. 여기서 남산이란 앞산이 아니라 눈앞의 두류산이다. 남산역의 역명하나를 두고도 이렇게 '남산 ~남산'하니 3호선 30개 역사 중에서 가장 크고 높은 역사일 수밖에 없나 보다.대구에는 남산여고가 있었..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청라언덕역]

청라언덕역에 내리면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도 아닌데 할 말이 많아진다. 맛있는 음식이 자꾸 입맛을 당기듯 틈만 나면 가보고 싶은 역이 청라언덕역이다. 청라언덕을 중심으로 '근대路의 여정'이 반월당으로 이어지며 먹을거리, 볼거리가 서울로 치자면 인사동이나 경복궁 돌담길 같은 느낌을 준다. 청라(靑蘿)는 푸른 담쟁이넝쿨을 뜻한다.역명의 유래는 청라언덕에서 따온 것이다. 청라언덕은 동산의료원 뒤에 있다. 청라언덕 역에 내리면 그냥 발길이 청라언덕 쪽으로 향한다. 가는 걸음걸음이 '근대路의 여정'이다. 박태준 작곡, 이은상 작사 '동무생각'이 입에서 줄줄 흘러내린다. 노래비 앞에 섰다. 노랫말이 고향생각이고 고향생각이 동무생각이다. 울림이 깊은 노래다. 한바탕 추억이 지나가고 어린 시절 보았던 달구지가..

[일상&수필 레시피: 천사도 떠났다]

비참한 현실이다. 천사도 떠났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가 있는가 하면 내가 싫어 타인의 목숨까지 빼앗아 간다. 여기에 또 전쟁이...... 천사도 돌아설 만큼 하늘이 원망스러운 현실이다. 사람이 천사를 닮아가야 하는데 천사가 사람을 닮아가니 하늘도 오염되어 간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는 천사의 하늘에서 비장미를 느끼는 한 편의 시를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해 본다.천사의 메모/ 정호승천사도 인간을 증오할 때가 있다인간이 인간을 증오하고 끊임없이서로 죽이는 것을 보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까지 무참히 죽이는 것을 보면 천사도 인간을 닮아 증오심이 가득한 천사의 마음을 지닐 때가 있다 인간을 위한 천사이기를 포기하고 인간을 위해 결코 울지 않을 때가 있다.(천사의 메모 전문/정호승)이제는 그만 그쳐야 한다. ..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달성공원역]

달성공원역은 달성네거리와 달성공원 부근에 위치해 있다. 대구 사람치고 달성공원을 모르는 사람이 없기에 역명을 달성공원으로 정했다고 한다. 다른 역에 비해 한산한 느낌을 주지만 그렇다고 주변 경관이나 상가가 허접한 것은 아니다. 몇 해전부터 달성공원을 옮긴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옮기지 못하고 있다. 2027년 완공으로 수성구 쪽으로 이전한다는 뉴스를 언젠가 들은 것 같다. 대구시의 도시정비 정책을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굳이 옮겨야 하는 이유 또한 모르겠다. 달성공원 동물원을 대구대공원으로 이전한 후 달성공원을 달성토성으로 복원시킨다는 계획은 확실한 것 같다.달성공원역 근처 수창동에는 대구수창초등학교가 있다. 수창초등학교는 1907년 사립 '수창학교'로 시작해서 2024년 기준으로 개교 11..

[일상&수필 레시피: 북구청역]

대구도심철도 3호선 북구청역이다. 지상철 3호선은 2009년 착공하여, 2015년에 개통했으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대중교통의 모노레일이다. 역명이 북구청역이지만 북구청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 북구청역에 내려 전동차가 곡선을 그리며 원대역을 향해 가는 것을 보면 동화 속 그림처럼 환상적이다. 고작 3개의 차량뿐이어서 그런지 요즘 3호선을 타면 객실 빈 좌석이 없다. 최고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고객의 신뢰도가 높다 보니 3호선을 이용하는 승객도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다만 65세 이상 무임승차객이 많다 보니 적자운행이 깊어지지는 않을지. 3호선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으로서 살짝 미안한 생각과 함께 걱정이 되기도 한다.다행히도 대구교통공사는 운영적자 개선을 위한 자구책으로 3호선 30개 역 799 교..

[일상&수필 레시피: 동주 생각]

윤동주의 시 과 을 읽다가 그만 동주 생각에 빠졌다.그는 1945년 29세의 젊은 나이로 옥사했다. 29세의 나이, 혈기왕성한 사나이가 꽃 한번 피우지 못하고 간 것이다. 내 나이 29세 때를 생각하면 취업과 동시에 사랑을 찾아 동분서주했던 것.1917년 태생, 1945년 옥사. 그는 조국의 현실 앞에 항일시인으로 살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프다. 열다섯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어릴 때 이름이 해환(海煥)이었다. '해처럼 빛나라'란 그의 아명답게 '해성처럼 빛나게' 살다 갔다. 조국을 위해 29세 나이에 맹렬하게 휘갈겨간 그의 시들을 보면 역시 그는 항일투쟁시인이요, 시대의 젊은 지성이다. 우리에게는 한용운, 이육사와 함께 민족 3대 저항시인으로 각인되어 있지..

[일상&수필 레시피: 몰입의 즐거움]

무엇을 바라고 달려온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응모에 당첨되면 좋겠다. '작심삼주 오블완 챌린지',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출사표를 던졌다. 사실 3주 연속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무엇을 테마로 잡아 삼주를 이어갈 것인지 고민하다가 내가 사는 대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집 까까운 '3호선 지상철'을 테마로 잡았다. 자신이 없었지만 3호선을 무척 사랑하기에 용기를 내었다. 3호선 노선인 용지역에서 칠곡경대병원역까지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른다. 3호선은 총 30개 노선으로 되어있다. 용지역에서 시작하여 일단 북구청역까지 완성해 보았다.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작심삼주를 완성하고 보니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자축하는 의미에서 양손 들어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내 안의 ..

[일상& 수필 레시피: 장르명을 생각해 보다]

[일상& 수필레시피:장르명을 생각해 보다]장호병 수필가의 수필집 《눈부처》에 나오는 '장르명을 생각해 보다'란 글을 1일 1 수필 산책으로 잡았다. 그의 글 '수필, 장르명을 생각하다'를 보자.*일제 강점기를 살아온 사람들은 운동화를 와신토라 일컬었다. 게다를 신던 일본인들이 최초로 접한 운동화의 브랜드 명 '와싱턴'이 곧 운동화의 대명사가 되어 보통명사로 전락했던 것이다. 우리가 한때는 복사하는 행위나 복사기를 제록스라 했다. 제록스는 미국의 복사기 제조회사 이름이다. 이후 다른 회사의 복사기 제품도 제록스라 불린 적이 있다.이름은 모양이라 성질을 구분하는 이르다 [謂, Label] 혹은 목표치 또는 목적지까지 이르다 [達, arrive]의 명사형이다. 전자의 경우에 따라 와신토, 제록스라는 이름으로 ..

[일상&수필 레시피: 열무김치에 감자를 넣는다고요?]

[일상&수필 레시피: 열무김치에 감자를 넣는다고요?] 이어령교수는 중국의 만리장성도 눕히면 로마가도가 된다고 했다. 뒤집어 생각하기, 역발상, 낯설게 하기 등의 사고와 기법이다. 요리도 수필도 핵심은 하나인데 어떤 레시피로 독특하면서도 제맛을 우려내느냐가 문제다. 집밥 레시피를 보면 일상으로 먹는 음식이 개성 있는 레시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수많은 열무김치, 가지가지의 닭강정이 있지만 아네스의 집밥은 말 그대로 아네스의 집밥이다. 열무김치를 담그는데 찹쌀 풀은 당연하지만 삶은 감자를 넣는다는 것은 비틀기, 낯설게 하기, 등의 발상의 전환에서 오는 또 하나의 레시피다. 열무김치하면 보리밥이 떠오른다. 보리밥 한 그릇에 열무김치. 아마도 아네스의 열무김치도 이 깊은 맛을 우려내는데 초점이 있으리라. 윤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