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따라 글 따라]: 일상 & 수필 레시피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 명덕역]

백두산백송 2024. 11. 2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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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덕역(Myeongdeok station, 明德驛)은 대구 도시철도 1호선과  3호선의 환승역이다. 역명은 명덕네거리 지명을 따라 제정되었다. 명덕역은 결코 명덕역이란 역명 하나로 만족하지 못한다.

명덕역이란 역명 아래에  작은 글씨로 '2·28 민주운동기념회관'이란 부명이 있다. 바로 1960년 4.19. 민주화 혁명의 발상지요, 4.19 혁명의 촉매제 역할을 한 2.2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이  바로 이 명덕네거리란 것이다. 한마디로 명덕네거리는 민주화를 외쳤던 민주광장이었고, 명덕역이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이 바로 2.28. 기념탑이 세워졌던 곳이다.  

국운을 위한 역사적 현장은 이렇게라도 기억되고 보존되어야만 한다. 나는 생각한다. 민주화는 대중화요 대중화는 일반화를 의미한다. 대중화를 바탕으로 한 일반화는 특정집단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 민주화 운동의 현장, 명덕역 아고라에서 작금의 민주화에 대해 나름 생각해 본다. 민주화는 결코 특수화가 아닌 일반을 향한 상식성을 바탕으로 할 때 꽂을 피운다.

명덕역 인근에는 전통 콩국집이 많다. 고소하고 구수한 콩국맛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다. 진국이다.  진국이란 순수의 진한 국물이요, 거짓 없이 참됨 또는 그런 사람을 의미한다.

2.28. 민주운동의 주역은 그야말로 순수의 젊음 그 자체였다.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는 시가 생각나는 이유다.

신동엽(申東曄 1930~1969)은 참여시인이다. 참여시의 핵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 비판에 있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직설적 구호가 주는 이미지가 강렬하다. 강한 의지의 순수 지향이다. 껍데기는 거짓, 허울, 허세를 의미한다. 사월은 4.19. 혁명이요 알맹이는 순수하고도 진실된 민족정신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순수의 민족정신에 대한 열망을 노래하고 있다.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2연 역시 순수의지의 이어 짐이다. 동학년은 동학농민운동이요 곰나루는 공주의 옛 이름이다. 역사주의적 비평으로 반영론적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되는 시다.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3연 또한 순수의 아사달과 아사녀로  이 둘은 민족 대유다. 중립의 초례청은 민족대화합의 장소요, 맞절은 민족의 화합을 의미한다.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제4연 한라에서 백두는 한반도의 대유요,  쇠붙이는 민족화합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1967년 《52인 시집》에 발표된 시다.

6.25. 전쟁 후 민족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어지러운 시기에 쓴 시다. 1960년 대 4.19 혁명을 기점으로 민주화에 대한 순수 열망과 이에 대한 시민의 각성 및 비판 의식을 노래한 시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박남수의 《새》란 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수에 대한 갈망이다.  예나 지금이나 순수를 지향하지만 순수란 그리 호락호락한 단어가 아니다. 형용사 '순수하다'가 되기까지는 더욱 그렇다. 개인과 집단의 갈등과 융합의 과정은 늘 순수를 거부한다.

명덕역 주변에 재건축이 한창이다. 재건축 아파트처럼 허물고 다시 불러일으켜야 할
순수의지에 목이 마른다. 명덕역 아니 2·28 민주운동기념회관역은 소시민인 나마저도 가끔은 우울하게 한다.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명덕역에는 《2.28. 기념탑》이 없다. 두류공원 야구장 쪽으로 옮긴 지가 오래되었다. 순수 민족 의지나 화합도 멀리 가버린 것 같다.(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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