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따라 글 따라]: 일상 & 수필 레시피

[일상&수필 레시피: 3호선 여정,매천역과 매천시장역]

백두산백송 2025. 2. 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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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도시철도 지상 3호선 매천역이다. 태전역으로 흘러가는 하천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입춘지절, 내가 내 눈으로 보고 찍은 그림이지만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매천역은 대구광역시 북구 매천동에 있어 매천역이라 했다. 팔달역이 있고 팔달시장역이 있는 것처럼 매천시장역도 있다. 매천이 매천역과 매천시장역으로 나누어질 만큼 두 역사(驛舍) 간의 길이가 지산역과 수성못역 다음으로 길다고 한다. 역간 길이가 1.1km라 하니 다른 역사 간 길이도 대충 짐작이 간다.

매천역이 조용한 시골 간이역과 같은 느낌을 준다면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있는 매천시장역은 시간 따라 계절 따라 사람이 붐비는 시장역이다. 매천시장역을 지나칠 때면 봄날 미나리를 넣은 도다리국과 큼직한 대게가 군침을 돌게 한다. 포항에 죽도시장이 있다면 대구 매천시장역에도 죽도시장 못지않은 수산물 시장이 있다. 모둠회 한판이 먹고 싶다면 3호선을 타고 매천시장역 수산물센터를 가라. 음주운전 걱정 없이 소주 한잔을 걸치고 다시 3호선을 타면 청라언덕도 가고 반월당도 가고 길게는 대경 4호선을 타고 구미와 경산 하양까지 내리 달릴 수 있다.

대구도심광역철도가 그냥 광역철도가 아니라 대구 경북을 아울러는 꿈의 디트로다. 군위가 대구에 편입되었고 대구와 경북이 통합되면 대구가 달라진다는 말이 헛구호가 아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연내 제정 사전준비 총력 이란 현수막이 눈길을 끄는 이유가 있다.

대구에 오면 꼭 지상 3호선을 타 보라. 그러면 비슬산이 보이고 팔공산이 내려앉는다. 뿐만이 아니다. 건들바위가 보이고 서문시장 지나 청라언덕이 스치고 칠곡운암과 탁 트인 동천, 팔 거, 학정역이 눈에 들어오며 비로소 대구가 아름다운 도시란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나는 지난가을부터 대구도심철도 지상 3호선 탑승기를 쓰고 있다. 티스토리 3주 챌린지의 프로젝트로 대구도심지하철도, 그것도 지상철인 3호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대구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 있는 용지역을 시작으로 칠곡경북대병원역까지 두 개의 좌우 노선을 두고 왔다 갔다 하는 3호선은 30개 역사를 두고 있다. 그중 용지역을 시작으로 공단역까지 20개 역사를 오르내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엮어왔다. 이제 또 하나의 종착역인 칠곡경대병원역까지 10개 역을 남겨 두고 있다.

오늘은  매천역에서 매천시장역, 매천시장역에서 팔달역까지 신천둘레길을 따라갔다. 평소 같으면 역방향으로 팔달역에서 매천시장, 매천시장역에서 매천역으로 갔겠지만 역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공단역에서 팔달역으로 걸어갈 수 있는 하천둑길이 없기 때문이다.

매천역에서 팔달역까지의 하천 둘레길도 환상적이다. 어찌 하천을 끼고도는 물길이 이토록 아름다울까. 겨울철새 네 마리가 수중 회의를 하고 있다. 봄이 왔을까. 두 마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또 다른 두 놈은 하천 바닥을 탐색하고 있다. 이미 봄은 물속 깊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벌써 똬리를 튼 지 오래되었음이 분명하다.

매천시장역을 지나 팔달역에 올 때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하늘에는 전동차가 달리고 하천 개나리는 온몸으로 나를 반기고 물에서는 겨울철새가 봄을 즐기고 있다. 팔달역 입구에는 대구 둘레길 제6코스 팔달 서재길을 안내하는 입간판이 웃고 있다. 팔달 서재길로 향하는 발걸음이 신났다. 대구 지상철 3호선이 이렇게 좋을 수 없다. 가자. 노곡동 금호강하중도를 향해......

사랑은 주로 봄날에 싹을 틔운다. 벌써 실개천에는 노란 개나리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춘래불사춘, 바람은 싸늘하지만 봄이 왔음을 말해 주고 있다. 봄이 오면 자꾸 몸이 밖을 향한다. 입춘지절이다.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일절을 후렴으로 엮어 보다.

엊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桃花杏花ᄂᆞᆫ 夕陽裏예 퓌여 잇고
綠楊芳草ᄂᆞᆫ 細雨中에 프르도다

엊그제 겨울 지나 새 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저녁 햇살 속에 피어 있고, 푸르른 버들과 꽃다운 풀은 봄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ᄆᆞᆯ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造化神功이 物物마다 헌ᄉᆞᄅᆞᆸ다
수풀에 우ᄂᆞᆫ 새ᄂᆞᆫ 春氣ᄅᆞᆯ ᄆᆞᆺ내 계워 소ᄅᆡ마다 嬌態로다

칼로 오려내었는가, 붓으로 그려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한 공덕이 사물마다 야단스럽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기운을 끝내 못 이기어 소리마다 교태로다.

物我一體어니 興이ᄋᆡ 다ᄅᆞᆯ소냐
柴扉예 거러 보고 亭子애 안자보니
逍遙吟詠ᄒᆞ야 山日이 寂寂ᄒᆞᆫᄃᆡ
閒中眞味ᄅᆞᆯ 알 니 업시 호재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니 흥이 이와 다르겠는가?사립문 앞을  걸어 보고, 정자에도 앉아 보며, 천천히 거닐며 시를 읊조리니 산속의 하루가 적적한데, 한가한 가운데의 진정한 즐거움을 아는 사람 없이 혼자로구나.

이제 대구도심철도, 특히 국내 유일의 모노레일 열차, 지상 3호선이 없는 대구는 대구가 아니다. 대구 3호선을 타라, 그러면 대구가 보이고 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싹튼다. (20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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