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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감상: 소설《한강》, 보면 볼수록 아프다]

백두산백송 2024. 10. 1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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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감상: 소설《한강》, 보면 볼수록 아프다]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의 기적'을 낳고서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지금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119명이요, 그중 여성 수상자는 18명, '한강'은 여성으로서 18번째 수상자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어로 노벨수상자를 검색할 수 있는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 한국어가 K-팝처럼 문학계를 주름잡는 문학용어로써 우뚝 선 것이다.  '한강의 기적'이란 문화적 상징이  '노벨문학상'이란 문학적 상징으로 환치되는 느낌이다.  지구상에서 수많은 언어가 하루에도 수없이 사라진다는 기사를 언젠가 본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세종대왕이 방긋 웃을지도 모르겠다.

'한강'에는 또 하나의 한강이 있다. 조정래의  소설 《한강》이다. 《태백산맥》과 《아리랑》에 이은 대하소설 《한강》. 《태백산맥》이 분단과 대립 속에서 갈등을 헤쳐가는 민중들의 삶의 의지라면 《아리랑》은 제국주의의 비극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민초들의 강인한 생명력이다. 이렇듯 도도한 역사 속에서 민족의 진정한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로 하여금 '한강'이  소설 '한강'을 다시금 소환하고 있다.

"학생 여기가 어디 짬이여, 시방?"
전라도 남자가 두리번거리며 맞은편 학생에게 물었다.

"예, 오산 지난 지가 오래됐으니까 수원이 얼마 안 남았어요."

유일민은 사투리를 쓰지 않고 교과서대로 말하려고 신경 쓰며 대답했다.

"글면 저 벌판이 임금님 수라상에 올르는 경기 미가 나는 벌판이여?"
"예, 경기평야지요."

유일민이 그의 동생 유일표와 함께 서울역에 도착했다. 고향 전라도에서 서울 자취방을 찾아가는 이들의 눈에 서울은 너무 멀고 바람은 거칠고 매웠다.

"배고프고 춥지야. 요것이 서울이다."

미리 서울에 정착하여 공부를 하고 있는 선배 김선오를 찾은 유일민과 유일표. 그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서울 생활은 시작된다.

남천장학사가 있는 성북동 초입의 산골 골짜기길. 삼각산 백운대와 북악산이 이어지는 산줄기 아래 아직 수도가 없는 서울촌놈들이 모여 사는 동네. 무허가 판자촌. 이것이 전후 1950년 대 서울의 한 단면이다.

김선배는 고등고시 최연소 합격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국회의원 강기수가 운영하는 는 남천장학사에서의 혜택을 받으면서 공부하고 있다. 서울대 법대생, 김선오. 이를 찾은 유일민과 동생 유일표. 이들은 남천장학사의 혜택을 받고, 국회의원 강기수는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도구로서 남천장학사를 무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책상 하나 없는 골방, 선배 김선오의 배려를 뒤로하고 짐을 옮긴 자취방, 판잣집의 첫밤은 코가 시리도록 외풍이 셋다.

"저 까치집도 이 방보다 낫겠다."
쪽마루로 나서던 유일표가 건너편 산비탈의 까치집을 보며 부르르 떨었다.

여기까지가 <제1부: 격랑시대> 《제1권, 제1화》 <산비탈 까치집>의 개략적인 줄거리다. 소설 《한강》의 배경은 6.25. 전쟁 후 1959년부터 1980년대까지의 '격동의 현대사 30년'이다. '산비탈 까치집'은 이야기의 시발인 1950년 대 성북동 골짜기 골방의  대유다.

'우리의 현대사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분단의 강화 속에서 경제 발전을 이룩해 낸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단의 강화와 경제의 발전, 이 두 가지는 충돌을 면할 수 없는 절대 모순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 어려운 상황을 헤치며 오늘에 이르러 있다. 그런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오늘의 경제적 성취가 높으면 높은 것일수록 그 아래에서는 수많은 우리들이 고통스러운 몸부림으로 서로 뒤엉키며 거대한 기둥들이 되어 떠받쳐 왔음을 본다.

그 기둥들은 고통과 아픔과 외로움과 눈물이 점철된 거대한 인간의 탑이다. 그건 숨김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리고 그 노역들은 단순히 윤택한 삶을 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 땅의 비극을 풀 열쇠가 될 수도 있음을 감지케 하기도 한다.'(조정래 작가의 말 중 일부 : 2001년 10월 해냄출판)  

《제2화, 분노와 비애》, 남천장학사(南泉奬學舍)를 둘러싼  연좌제에 얽힌 이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강은 말이 없는데 조정래의 대하소설《한강》, 보면 볼수록  아프다.(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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