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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필: 사람이 그립다]

[명상수필: 사람이 그립다]내 마음 하나 읽어 줄 사람이 그립다. 분명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그가 나와는 동떨어진 곳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다. 아하,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틈새를 잘 노리는 그는 세월 속에 깊숙이 들어와 내 심장에 머물다가 내 눈을 훔쳐가고 말았다. 언젠가부터 가까운 듯 멀리 저편에서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 나도 내 심장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기어이 마음속 자리 잡은 어둠이 그의 눈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맑은 샘물이 그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다행이다.가끔은 하늘을 바라보며 사람 그리운 생각에 빠지곤 한다. 이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랄까. 내 가슴속 샘물도 마르지 않으면 좋겠다.나무와 나무 그림자나무는 그림자를 굽어보고그림자는 ..

[명상수필: 늘 추억의 그 맛]

[명상수필: 늘 추억의 그 맛] 아들, 며느리와 함께 '만선(滿船)'이라 불리는 중화요리 음식점에서 야끼우동, 야끼밥, 자장면을 먹고 왔다. 실내가 아득하고 깨끗한 분위기가 한층 입맛을 당긴다. 좋은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조금씩 나누어 맛을 보는 것도 가족이 아니면 어려운 것. 음식 맛도 맛이지만 가족 간의 마음을 꼭꼭 씹어 먹는 그 맛을 어이 표현해야 하나. 그리고 아들과 둘이서 먹었던 그 옛날의 자장면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하지만 자장면 맛은 아무리 고명과 빛깔이 달라도 맛만은 늘 추억의 그 맛이다. 정진권의 에는 추억이 있다. 파리가 날리는 허름한 집, 그 쫄깃쫄깃한 면발. 그러나 이제 그런 자장면 집은 도시의 한 가운데에서는 찾기가 힘들어졌다. 사라져 가는 훈훈한 인정..

[명상수필: 찬원, 절규]

[명상수필: 찬원, 절규]갈까 말까 많이도 망설였다. 한참을 주저앉았다가 캔 맥주 두 통을 넣고 배낭을 들고 나섰다.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하는 송해 음악회를 보기 위해 세 시에 집을 나선 것은 평소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상의 일탈이다. 이날밤 나는 이찬원이 부른 '진또배기'로 몸부림쳤다.한낮 더위가 38 도를 오르내린다. 올해 처음으로 대구에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 그래도 이찬원을 직접 보고 싶었다. 잘 생긴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의 청국장 같은 구수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 코로나 시기에 조선티브이의 트롯 열풍에 졸인 마음을 많이도 달랬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렇고 그런 것이라지만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다른 사람에게 무한한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거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