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수필: 요놈의 거울]거울, 거울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많아지는 것도 그렇지만 생각이 깊어진다. 젊었을 때는 거울을 보면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 거울을 보면 자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한참을 들여다보면 내가 없고 내 아닌 내가 웃고 있다. 내 얼굴이 내 얼굴이 아니다. 거울 안의 얼굴과 거울 밖의 얼굴, 둘 다 믿지를 못하니 둘 다 내가 아니다. 그러니 거짓인 나를 보며 거짓 맹세를 하기도 하고 거짓으로 타인을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이상은 "거울 속에 또 다른 내가 있고 거울 속에 나와 거울 밖의 나는 결코 화합할 수 없다"는 시를 썼다. 이상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나 보다. 거울을 보고 있으면 거울은 침묵하고 있는데 나는 끝없이 말한다. 이렇고 보면 거울은 멀쩡한데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