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104

[자작시&감상: 오늘 하루 ]

[자작시&감상: 오늘 하루 ]하루를 넘긴 전설이 구석구석 마음밭을 수놓는다무시로 변하는 마음밭에잠시 눈길을 주지 않으면마음밭은 이내 말라버린다오늘은 마음밭에 잡초도 뽑고웃자란 엉겅퀴도잘라 버렸다누가 먼 길 먼 하늘 위에서나를 위해 기도를 했는가 보다기어이 찾아온 오늘 하루전설 같은 감사의 밤이마음밭에 포근히 깃든다*비슬산 중턱 유가사로 이어지는 둘레길에서 녈비를 만났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 날은 하루도 길게 느껴진다. 산사 풍경소리도 힘이 없고 흘러가는 물줄기도 맥이 없다. 하늘도 지쳤는지 낮게 퍼져 있다. 그래도 오늘 하루 내 있음에 감사한다.(2024.6.17.)

[자작시&감상: 그렇다]

[자작시&감상: 그렇다]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남의 이야기를 함부로 말할 때가 있다. 그렇다. 가끔은 사람들이 그것이 자신이 한 일이면서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발뺌을 할 때도 있다. 그렇다.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 일을 되풀이할 때도 있다. 그렇다. 하지만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심히 부끄러워할 때도 있기는 있다.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타인이 몰라주길 바랄 때도 있다. 그렇다.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을 가지고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우길 때는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다. '가끔은'이란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서 늘 '가끔은'이란 말을 경..

[수필&감상: 그는 왜 그랬을까]

[수필&감상: 그는 왜 그랬을까 ] 하늘을 향해 뻗은 전봇대마저 강풍에 흔들리고 있다. 겨울 까마귀 한 마리가 담장에 앉아 한참을 울고 간 그날, 마당에 있는 수돗물이 철철 넘치며 세 평 남짓 자갈 가득 찬 마당을 흥건하게 적셨다. 별것 아닌 일에 흥분을 하고 주저앉기가 일쑤다. 그날도 나는 나를 째려보는 노인의 눈매가 저주스러워 버럭 화를 내며 먹던 밥을 엎어 버렸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가는 길이 외로운 것은 그냥 사람이기 때문이런가. 잎과 꽃이 따로 피는 상사화를 생각하며 사랑 그놈 참 지독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가 왜 그랬을까.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면 되었을 것을. 내가 그를 모르는데 그가 그를 어이 알겠는가. 이상한 것들이 짝을 이루며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시계가 거꾸로 돌고 지동차..

[자작시&감상: 오월 성모성월]

[자작시&감상: 오월 성모성월]마음 바쳐고개 숙이니성모성월하늘이 멍들고땅이 몸살을 앓고물이 바다를 삼키고사람이 사람을 물고 있다마음 바쳐고개 숙이니성모성월그늘진 달무리는알 수 없는 별똥별을마구 토하고 있다하늘이 몸살을 앓고땅이 멍들고바다가 물을 삼키고사람을 사람이 물고 있다마음 바쳐고개 숙이니성모성월저만치 하늘 높은 죄더미천둥 번개도 하릴없이눈물을 쏟고 있다오월 성모성월어머니 손잡고가라는 그 길 가라지만형제자매그 길, 갈 길 몰라목 놓아묵주로 간다*성모성월(聖母聖月)은 '예수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를 특별히 공경하는 달인 양력 5월을 이르는 말'이다. 오월은 어버이날, 어린이날, 스승의 날,  4월 초파일에다 성모성월의 달이다. 경건하게 지내야 할 오월이 모두가 아버지요, 어머니요, 순수의 어린이요, 보..

[자작시&감상: 당신은 참으로 답답한 사람입니다]

[자작시&감상: 당신은 참으로 답답한 사람입니다] 내가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그저 그것은 그것이라고만 하였습니다. 내가 또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또 그저 그것은 그것이라고만 하였습니다. 당신은 그것이 무엇인 줄 빤히 알면서도 그것이 그것이라고만 하였습니다. 이것만 두고 당신을 생각하면 당신은 참으로 나쁜 사람입니다. 분명 그것이 무엇인 줄을 알면서도 말하기를 꺼리는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입니다. 그녀가 긴 의자에서 내 팔을 베고 누워 있을 때만 해도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몰랐습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이 참 괴상한 일인 것 같습니다. 내가 그녀의 머리를 빠져나와 내 팔이 자유로이 움직일 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구속과 억압이란 것이 다름 아닌 내가 그녀의 몸에 매..

[자작수필&감상: '찬또배기'를 생각하다]

[자작수필&감상: '찬또배기'를 생각하다] '제2회 2024 파워풀 K-트로트 페스티벌'에 초대받았다. 3만여 관중석 맨 앞줄에 앉게 되었다. 살다 보니 이럴 때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유명가수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보며 공연을 즐기는 기분이란 판도라의 상자를 마주한 묘한 느낌이랄까. 절망과 희망, 한 세기를 살아가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 몇 해전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 트롯을 즐기며 위안을 삼을 때도 이미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 걷잡을 수 없는 불안 공포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장윤정, 양지원, 김용임, 진성, 박서진, 영탁, 찬원이 대구를 찾았다. 대형 스크린 앞에서 이들의 표정과 몸짓을 바라보며 순간을 즐기는 이 기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따라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으로 ..

[자작시&감상: 나를 위한 서시]

[자작시&감상: 나를 위한 서시]당신을 좋아하고 존경했습니다. 문학이 순수를 지향하지만 그 순수에 깃든 결코 만용이 아닌 용기를 지닌 당신을 흠모했습니다. 하지만 '님의 침묵처럼 그 용기는 어느 날 만용 되어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문학은 바람이 아니라 공기여야 합니다. 문학이 바람 되어 이리저리 흩날릴 때 이미 문학은 문학이 아닙니다. 정치는 바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학이 바람이 될 때 이미  순수는 사라지고 맙니다.아무리 좋은 말로 좋은 시를 쓴 들, 아무리 명석한 두뇌로 문학적 담론을 이야기한들, 이미 바람 따라 움직이는 당신의  글과 말은 문학이 될 수 없습니다.사람의 문학은 그저 사람의 문학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의 문학에는 높낮이가 없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사람의 문학이면 족합니..

[자작시&감상: 하늘은 하늘인가 보다]

[자작시&감상: 하늘은 하늘인가 보다]가끔은 이마에 손을 대고 하늘을 본다그러면 머리가 하늘처럼 맑아진다하늘 기운이 머리에 들어와머리 찌꺼기를 쓸어간 듯생각이 없을 때는 하늘이있는 줄도 모르다가  생각보다 생각이많아질 때면 하늘이 보인다가끔은 이마에 손을 대고 하늘을 본다그러면 머리가 하늘처럼 맑아진다역시 하늘은 하늘인가 보다머리가 아플 때는 약보다하늘을 먼저 본다하늘을 보면머리 위로 하늘이 내려와아픈 머리를 어루만지고 간다가끔은 이마에 손을 대고 하늘을 본다그러면 머리가 하늘처럼 맑아진다역시 하늘은 하늘인가 보다*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말이 나오지 않고 가슴은 답답하다. 날씨 탓 일수도 있지만 날씨보다 더 지독한 가슴앓이가 문제리라. 할 말은 많지만 어찌 행동할 수 없는 자위적 탄식이 눈앞을 가로..

[자작시&감상: 막걸리 한 사발에]

[자작시&감상: 막걸리 한 사발에]막걸리 한 사발에 사람이 달리 보인다그와 나의 이마에막걸리가 그늘처럼 매달려 있다노란 참외가 검은 봉지에서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한 잔또한 잔기다림은늘기다림이다막걸리 한 사발에 퍼올린 그늘이 한 말 이다그늘이 주름이고주름이 아픔인 것을막걸리 한 사발에 사람이 달리 보인다그와 나의 이마에막걸리가 그늘처럼 매달려있다*부추전에 한 잔 막걸리를 마셨다.  그늘진 두 사람이 만나 그늘진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막걸리가 한 사발이다. 그와 내가 만나면 자주 막걸리를 마신다. 옛날에는 막걸리에도 힘이 있는 듯, 한두 잔 마시고 나면 힘이 솟구치고 온몸이 달아올랐지만 요즘 마시는 막걸리에는 힘도 맥도 없다. 세월 따라  막걸리에도 주름이 생긴 듯 내 마음에 자꾸 그늘이 생긴다. 주고받으며 ..

[자작수필&감상: 선학(仙鶴)이 된 노송(老松), 선유도(仙遊島)여 날아라]

[자작수필&감상: 선학(仙鶴)이 된 노송(老松), 선유도(仙遊島)여 날아라] 신선이 노닐었다는 작은 섬, 선유도(仙遊島)에서 나는 한 그루 노송(老松)에 빠져들었다. 석양과 어우러져 두둥실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노송, 이미 노송은 노송이 아니라 한 마리 학(鶴)이다.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이랄까. 짐짓 나는 신선이 된 느낌이다. 선유정(仙遊亭) 정자를 품고 선유교(仙遊橋)를 유유히 날아오른 한 마리 선학(仙鶴), 한 줄기 강바람이 겨드랑이를 파고든다. 선유도(仙遊島) 공원에 왔다.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에 있는 도심 가까운 생태공원이다. 2002년 4월에 개장, 20년이 지난 공원이다.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던 정수장이 변신한 공원이라고 '물의 공원'으로 불리기도 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