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수필&감상: '찬또배기'를 생각하다]
'제2회 2024 파워풀 K-트로트 페스티벌'에 초대받았다. 3만여 관중석 맨 앞줄에 앉게 되었다. 살다 보니 이럴 때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유명가수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보며 공연을 즐기는 기분이란 판도라의 상자를 마주한 묘한 느낌이랄까.
절망과 희망, 한 세기를 살아가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 몇 해전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 트롯을 즐기며 위안을 삼을 때도 이미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 걷잡을 수 없는 불안 공포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장윤정, 양지원, 김용임, 진성, 박서진, 영탁, 찬원이 대구를 찾았다. 대형 스크린 앞에서 이들의 표정과 몸짓을 바라보며 순간을 즐기는 이 기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따라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으로 몰려다니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솟구치는 엔도르핀과 도파민 그리고 아드레날린, 잠시도 엉덩이를 그냥 둘 수 없는 에너지를 이들은 마구 뽑아 올리고 있었다. 온몸을 비틀고 박수를 치고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흔들며 함성을 지르는, 아니 내 속에도 이런 에너지가 있는 줄은 몰랐다.
환호와 흥분의 도가니, "그래 가자~ 에야디야~" 지난해 유월 송해공원을 찾았을 때도 찬원의 "진또배기"가 긴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명곡이 따로 있나. 흥겨우면 명곡이지. 송해공원, 송해 선생이 가신지 1주기를 맞이해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가수들이 선생님에게 진정으로 노래를 바치고 있었다. 이를 두고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음악회, 이름하여 헌정음악회라고 해야 하나. 출연진 모두가 한 마음 되어 송해 선생을 떠올리며 정성을 다해 바치는 노래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대구시민들에게 던져 주는 위안과 희망, '제2회 2024 파워풀 K-트로트 페스티벌'로 잠시 대구가 웃고 울었다.
"어 허야 디야 허야 디야/어 허야 디야 허야 디야/허야 디야/어촌마을 어귀에 서서/마을에 평안함을 기원하는/진또배기~진또배기~ 진또배기~/"
그때도 그랬다. 그리고 오늘도 밤 9시를 훌쩍 넘기며 찬원의 진또배기가 막을 내렸다. 진한 흥겨움 뒤에 찾아드는 허탈이랄까. 진또배기가 또 마음을 들쑤신다.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바다의 심술을 막아주고 말없이 이 마을을 지켜온 진또배기~진또배기~" 이마의 땀을 연신 훔치는 찬원이가 뭉크의 그림, <절규>(1893) 속 한 젊은이로 다가온다. 나는 뭉크도 잘 모르고 절규란 그림도 모르지만 찬원이가 목청껏 질러대는 모습이 그림 속 한 젊은이와 많이도 닮아 보인다고나 할까. 다리 위에서 뭔가를 외치며 입을 벌리다 못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란 고뇌에 찬 이 시대, 이 청년들의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랴.
올해도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신입 사원을 뽑는 공고는 정말이지 바늘구멍으로 낙타가 들어가야 하는 형국이다. 흔히 말하는 삼포세대를 지나 오포세대로 치닫고 있는 일군의 현실. 연애, 결혼, 출산, 직장, 주택취득을 포기하거나 이들과는 멀어져 가고 있는 현실을 어이해야 하나. 신조어 삼포 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다는 세대요, 오포 세대는 취업과 자가용 보유를 포함 5가지를 포기함이요, 나아가 N포 세대는 3포, 5포는 물론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다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답답한 현실이다.
지난해 송해 공원 무대 위 난간에서의 진또배기처럼 오늘도 찬원이 엔딩곡으로 부르는 '찬또배기'가 '뭉크의 절규'로 다가옴을 어이하리.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진또배기의 주술적 힘이 N포 세대들을 안녕으로 몰아갈 수는 없을까.
"진또배기~ 진또배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진또배기~~", 아니 "찬또배기", 판도라 상자 속 희망과 절망, 송해공원을 찾았던 그날밤처럼 오늘밤도 "찬또배기"로 잠을 설치고 말았다.(202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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