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자작시&감상: 당신은 참으로 답답한 사람입니다]

백두산백송 2024. 5. 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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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감상: 당신은 참으로 답답한 사람입니다]


내가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그저 그것은 그것이라고만 하였습니다.

내가 또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또 그저 그것은 그것이라고만 하였습니다.

당신은 그것이 무엇인 줄 빤히 알면서도 그것이 그것이라고만 하였습니다.

이것만 두고 당신을 생각하면 당신은 참으로 나쁜 사람입니다. 분명 그것이 무엇인 줄을 알면서도 말하기를 꺼리는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입니다.

그녀가 긴 의자에서 내 팔을 베고 누워 있을 때만 해도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몰랐습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이 참 괴상한 일인 것 같습니다.

내가 그녀의 머리를 빠져나와 내 팔이 자유로이 움직일 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구속과 억압이란 것이 다름 아닌 내가 그녀의 몸에 매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구속이란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달콤한 사랑이란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그가 꿈꾼 세상도 구속과 억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문을 열고 차를 몰았습니다. 차를 몰고 좁은 골목길을 달릴 때까지도 그는 그가 술을 마셨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술이 깨고 나서 며칠이 지나 다시 차를 몰고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왔을 때 비로소 그는 그가 음주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확실히 부딪히고 멍이 들고나서야 그것이 무엇이란 것을 자신 있게 말하는 당신은 참으로 어리석은 자임이 분명합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비스듬히 누웠다가 아침햇살을 바라보며 당신에게 그것이 무엇이냐고 새삼 물었을 때도 당신은 그것이 그것이라고만 말했습니다. 이렇고 보면 당신은 내 마음과 달리 결코 소통할 수 없는 참으로 답답한 사람입니다.(202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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