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감상: 나를 위한 서시]
당신을 좋아하고 존경했습니다. 문학이 순수를 지향하지만 그 순수에 깃든 결코 만용이 아닌 용기를 지닌 당신을 흠모했습니다. 하지만 '님의 침묵처럼 그 용기는 어느 날 만용 되어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문학은 바람이 아니라 공기여야 합니다. 문학이 바람 되어 이리저리 흩날릴 때 이미 문학은 문학이 아닙니다. 정치는 바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학이 바람이 될 때 이미 순수는 사라지고 맙니다.
아무리 좋은 말로 좋은 시를 쓴 들, 아무리 명석한 두뇌로 문학적 담론을 이야기한들, 이미 바람 따라 움직이는 당신의 글과 말은 문학이 될 수 없습니다.
사람의 문학은 그저 사람의 문학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의 문학에는 높낮이가 없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사람의 문학이면 족합니다. 아무리 바람 불어도 흩날리지 않는 유, 무명작가의 한 줄 시가 때로는 이 우주를 지탱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바람 따라 움직이는 당신은 결코 시인도 수필가도 소설가도 아닙니다. 적어도 순수를 지향하는 당신이라면 바람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미세먼지 머금은 순수의 공기 같은 사람이기를 스스로 기도합니다.
어느 날 절박하리만치 바람 따라 움직이는 당신을 바라보며 저는 더 이상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도록 간절한 기도를 드립니다. 미세먼지도 공기입니다. 미세먼지와 더불어 그런 공기 같은 사람이 되어 사람의 문학을 지향하는 당신이 되어 주길 기원하는 마지막 기도를 정성으로 바칩니다. 이 밤 더디 세소서.(202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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