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105

[명상수필: 내 마음 나도 몰라라]

[명상수필: 내 마음 나도 몰라라] 마음이 왜 이리 어지러운지 모르겠다. 조금 전까지 잠잠하던 마음이 갑자기 요동을 치며 불안에 휩싸인다. 금방 웃었다가 갑자기 말이 없어지는 것을 보면 이것이 우울이나 조울의 초기 증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 가까운 앞산을 오르며 나는 몇 번이고 내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금방 가슴에 들어온 내 마음이 초록빛 숲 속을 거닐면서 웃는가 싶더니 우뚝 서 있는 큼직한 바위 앞에서는 이내 얼어 버린다. 참으로 이해 못 할 내 마음이다. 뿐만 아니다. 어떨 때는 내 마음이 큰 바다처럼 넓고도 넓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 없이 남에게 퍼줄 것 다 퍼주고 허탈해하는가 하면 어떨 때는 좀생이도 이런 좀생이가 없을 정도로 소심하다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정말 내 마음 나도 몰..

[명상수필: 사람보다 좋은 당신]

[명상수필: 사람보다 좋은 당신] 산이 좋아 산길 따라 올랐던 내 마음이 산을 타고 내려올 때면 나는 또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사람이 싫은 것이 아니라 말 없는 산이 자꾸 멀어져 가니 마음이 아파 오는 것이다. 저 멀리 말없는 산은 멀어져만 가고, 말 많은 사람들은 마구 말하기 시작한다. 참 희한하다. 가끔은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함부로 할 때가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이면서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발뺌할 때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 일을 되풀이하기도 한다. 뿐만이 아니다.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타인이 몰라주길 바랄 때도 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부끄러워할..

[명상수필: 한 줄 시가 그리운 아침이다]

[명상수필: 한 줄 시가 그리운 아침이다] 하얀 파도 속에 한 여인이 웃고 있다. 한동안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 초록색 안경을 끼고 다시 파도를 타고 너울너울 춤을 추며 아바(ABBA)의 댄싱 퀸(Dancing Queen)을 흥얼거리고 있다. 그녀가 한 모금 맥주를 입에 물고 슬며시 내 어깨를 더듬는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 이른 봄, 겨울바다는 한산하다. 그래도 갈매기들은 때를 지어 바다를 희롱하고 있다. 희롱한다기보다 즐긴다고 하는 말이 맞겠다. 피서객이 없는 겨울바다는 오롯이 그들의 텃밭이다. 파도타기를 하는가 하면 보란 듯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여유롭다. 너울성 파도 따라 갈매기들의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겨울바다를 춤추게 한다. 사랑, 미쳐도 단단히 미친 그녀가 겨울바다를 즐기고 있다. 도대체..

[명상수필: 그래도 줄기세포는 이어지고 있다]

[명상수필: 그래도 줄기세포는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아니다. 걷지 못하는 사람을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줄기세포만이 아니다. 오늘 하루 괴롭거나 불행한 일을 당했더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바로 내일이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에게 내일이 안겨 주는 신화와 전설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구는 멸망했을 것이다. 오늘이 가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내일에 대한 기대, 그것은 오늘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희망인 신화와 전설이었다. 하지만 이 시대엔 신화나 전설 따윈 없다. 다만 이미 죽어버린 무성하고도 재미없는 이야기들만 있을 뿐이다. 사라져 버린 신화와 전설, 그래도 내 어린 시절 그때는 적어도 아니었다. 메뚜기 다리를 자근자근 씹으며 이어가시던 어머니의 이야기는 그냥 이야기가 아..

[명상수필: "봉황(鳳凰) 새"야 날아라]

[명상수필: "봉황(鳳凰) 새"야 날아라] 봉황이 머물고 간 산사(山寺), 안동 봉정사(鳳亭寺)를 거쳐 영주 소백산 자락 희방사(喜方寺)를 다녀온 지도 꽤나 오래되었다. 어니 땐들 난세 아닌 난세가 없었으랴만 그때도 나는 전설 속 한 마리 봉황새를 꿈꾸고 있었다. 생각보다 굵은 빗줄기가 온몸을 적셨다. 천년을 이어 온 봉정사, 서늘한 목조 건물 사이로 바람마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극락전을 돌아 대웅전을 둘러싼 아름드리 노송(老松)이 힘겹게도 주불을 향해있다. 천년을 이어온 사찰 앞에 무정(無情)인 노송마저 인간으로 하여금 유정(有情)을 낳게 함은 역시 무량무변(無量無邊)의 불력(佛力) 때문이런가. 감내하지 못할 호국의 일념이랄까. 의상대사가 주체할 수 없는 불자(佛者)의 형역(形役)을 종이로 접어 하늘..

[명상수필: 기도, 세렌디피티]

[명상수필: 기도, 세렌디피티] 기도는 사람을 순진하게 만들어버리는 영적 힘을 가지고 있다. 허접한 나이에 묵주기도로 하루를 열고 닫는다. 꿈같은 인생길, 그래도 기도는 늘 나를 이해하고 받아준다. 긴 의자에 기대어 1959년에 개봉된 미국의 드라마 영화,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파계’를 보며 잠이 들었다. 진정한 복종을 향한 갈등이 결국은 수녀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종군 간호사가 되어 떠나겠다는 장면을 희미하게 바라보면서 잠이 들었다. 진정한 복종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자신을 위한 아니 절대자를 향한 사랑, 믿음, 기도...... 부지불식(不知不識), 온몸 전율을 타고 흐른 짜릿함이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의 오른손을 꼭 잡고 온몸에 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 그녀의 손은 떨리..

[명상수필: 영국사(寧國寺) 고목, 인간 노거수를 생각하다]

[명상수필: 영국사(寧國寺) 고목, 인간 노거수를 생각하다] 어느 사찰이든 은행나무는 있다. 해충방지용이라고 들었다. 해충도 해충이지만 인간벌레도 걸러 주는 자정능력이 있단다. 천년을 견디어 온 노거수 앞에서 겸손해지는 이유가 따로 없다. 불가에서 말하는 무정 설법이 그래서 나온 것 같다. 영국사 고목, 노거수 앞에서 잠시 인간 노거수를 생각해 보았다. 봄바람과 함께 영국사를 향했다. 영국사는 삼국시대에 원각국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충북 영동군 천태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고려 공민왕 때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 왕이 이 절로 피신하여 국태민안 기도를 올렸다는 곳. 난이 평정되자 공민왕은 국청사(國淸寺)로 불렸던 사찰을 영국사(寧國寺)로 바꾸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길게 드러누운 흙길이 자비의 보살인양 내 마..

[명상수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명상수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 시구(詩句)를 화두(話頭)로 삼아 생각에 잠겼다. 이른 봄날이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시구 중에 하나다. 출전은 자판을 치면 바로 나온다. '왕소군(王昭君)의 슬픈 사연을 노래한 당(唐) 나라 시인 동방규의 시 〈소군원(昭君怨)〉'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현관문을 열면 축대 옆에 모란이 있다. 족히 삼십 년은 살아온 모란이다. 꽃대도 나이를 먹으면 시커멓게 나이테를 두르는 것 같다. 춘래불사춘, 우수 지난 모란 꽃대가 살짝 떨고 있다. 봄바람이 현관 앞까지 치고 올라왔다. 겨우내 움츠렸던 모란 꽃대에 아직은 입술을 다물고 있는 꽃술. 그래도 붉은 희망이 새봄과 함께 현관문을 슬며시 노크하며 지나간다. 우수 지난 봄비가 왔다 갔다 사람..

[명상수필: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명상수필: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지나고 보니 모두가 사랑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태껏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당신 마음 하나 믿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말없이 스쳐간 당신의 사랑, 그 깊은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당신을 잊고 살아온 만용과 자만은 이제 한 줌 부끄러움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당신을 사랑하고픈 마음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지금껏 나를 안아 준 그 사랑에 대한 마지막 보답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했습니다. 당신을’. 그리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하지만, 이제 당신의 그림자는 텅 빈 하늘 어디에도 없고 공허한 내 마음만이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을 뿐입니다. 괴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천변을 거닐며 작은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작은 하늘엔 바람도 없고 구름도..

[명상수필: 꽃비라도 내렸으면 좋겠다]

[명상수필: 꽃비라도 내렸으면 좋겠다] 몇몇 문우들과 몇 해 전 고적답사를 다녀왔다. 봄비가 내리다 말고 화창한 봄날로 바뀌었다. 포항 흥해읍 칠포리에서 청동기 시대에 새겨진 암각화와 성혈을 본 뒤 경주 안강읍에 있는 흥덕왕릉으로 향했다. '흥덕왕, 신라 제42대 왕이자 헌덕왕의 동생으로, 이름은 수종 또는 경휘, 왕비 장화부인(章和夫人). 왕위에 올라 골품제를 강화 등 왕권 강화를 위한 정치 개혁. 청해진과 당성진을 개척, 장보고로 하여금 청해진 대사를 맡게 하여 해적의 출몰을 방지하고 해상 왕국을 건설했다.'(출처:다음백과 나무위키) 가는 도중 '성혈'이 자꾸 떠올랐다. 해설사는 구멍 속에는 아직도 물이 흐르고 있다고 했다. 물로 이어지는 역사의 근원을 생각하며 흥덕왕과 비(妃)의 사랑을 극화시켜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