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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마샤 메데이로스의 시, 서서히 죽어가는 ]

백두산백송 2024. 4. 1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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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 카페

[시&감상: 마샤 메데이로스의 시, 서서히 죽어가는 ]

수성못을 돌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시계방향으로 도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방향으로 도는 사람들이 있다. 대충 봐도 반반이다. 누가 시키시 않아도 오른쪽 보행을 하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고 보니 자연스레 수성못이 돌아간다.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간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이 잘 돌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끔찍할까. 수성못을 거니는 사람들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팔과 다리는 쉴틈이 없고 입은 잠시도 다물지 못한다. 끊임없이 말하고 뛰고 걷는 이들을 보노라면 "서서히 죽어 가던" 내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느낌"이다.

시인 "마샤 메데이로스"는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

습관의 노예가 된 사람
매일 똑같은 길로만 다니는 사람
결코 일상을 바꾸지 않는 사람
위험을 무릅쓰고  옷 색깔을 바꾸지 않는 사람
모르는 이에게 말을 걸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다.

열정을 피하는 사람
흑백의 구분을 좋아하는 사람
눈을 반짝이게 하고
하품을 미소로 바꾸고
실수와 슬픔 앞에서도 심장을 뛰게 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보다
분명히 구분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다.

자신의 일과 사랑에 행복하지 않을 때
상황을 역전시키지 않는 사람
꿈을 따르기 위해 확실성을 볼확실성과 바꾸지 않는 사람
일생에 적어도 한 번은 합리적인 조언으로부터 달아나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다.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삶의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
자기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다.

자신의 자존감을 파괴하고 그것을 에고로 채운 사람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는 사람
자신의 나쁜 운과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비에 대해
불평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사람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 묻지도 않고
아는 것에 대해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다.

우리, 서서히 죽는 죽음을 경계하자.
살아 있다는 것은
단지 숨을 쉬는 행위보다 훨씬 더 큰 노력을
필요로 함을 기억하면서./마샤 메데이로스

나는 이 시의 첫째 연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분명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에 해당된다. 내가 "습관의 노예가 되어 결코 일상을 바꾸지 않은 사람으로서 모르는 이에게 말을 걸지 않는 사람임"을 마샤 메데이로스는 어떻게 알았을까. 이런 류의 사람들이 많아 시적 인용의 일반화로써 인용논거가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습관의 노예가 되어 매일 똑같은 길로만 다니는 사람이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라니 시인 마샤 메데이로스가 기똥찬 생의 멘토가 아니고 무엇이랴. 마샤 메데이로스(1961~)는 브라질 출신의 시인이자 여성 저널리스트다.

류시화 시인은 D.H. 로렌스의 말을 인용하여 이 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폐는 계속 숨을 쉰다고 해서 강해지거나 폐활량이 커지지 않는다. 단지 조금 숨을 쉬면서 그것을 삶이라 부르는 것은 자기 합리화이다."

그리고 D.H. 로렌스의 말도 인용하고 있다.

'그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다고 해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인간은 내면 가장 깊은 곳의 자기가 무엇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만 자유롭다. 그 자유에 도달하는 길이 있다. 뛰어드는 것이다.

그때 얼마나 많은 기쁜 순간들이 찾아오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 기쁨은 성취의 기쁜 만이 아니라 나를 만난 기쁨이다. 안전한 거리를 두고 삶을 살아가는 것, 어중간한 경계로 인생 대부분을 보내는 것은 서서히 죽는 것과 같다.' 《시로 납치하다》(출판: 더숲)

사실 나는 어중간한 경계인으로 인생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한마디로 이 쪽도 저 쪽도 아닌 경계선에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발전이 없다는 것이고 발전이 없다는 것은 '서서히 죽어간다'
는 것이다.

좌우방향으로 수성못을 돌고 있는 사람들은 분명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인데 그 경계선에서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서서히 죽어가는 일군의 인물임"이 분명하다.

수성못  오리 몇 마리가 물밑에서 끊임없이 발버둥 치며 마샤 메데이로스의 시를 노래하고 있다.

"서서히 죽는 죽음을 경계하라.
살아 있다는 것은
단지 숨을  쉬는 행위보다 훨씬 더 큰 노력을 필요로 함을 기억하라."

오리는 하루를 살아도 남모르게 열심히 살고 있다. 오리보다 낡은 목숨이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바꾸지 않고 있다. (202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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