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루미의 시,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기가 찬다. 똑같이 보는 사물도 시인이 보면 죽은 나무의 잎이 살아나고, 가슴속의 작은 심장은 넓은 하늘이 된다. 그 속에 슬픔과 사랑과 행복이 아무리 들어가도 심장은 터지지 않는다. 시인의 눈을 보면 심장보다 작은 눈이 오히려 심장보다 더 크게 보인다. 시인의 작은 눈이 이러할진대 시인의 심장은 도대체 그 크기가 얼마나 될까.
심장에도 방이 몇 개 있다. 잘은 모르지만 2 심방 2 심실로 방이 네 개라고 배웠다. 심장에 네 개의 방이 있는 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도리도리 까꿍'이란 별명을 가진 유튜브로 유명한 대구평화방송 이상재 신부는 우리의 가슴에 '네 개의 감'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불안감, 죄책감, 우울감, 고독감이다. 기똥차게도 이 '네 개의 감'이 2 심방, 2 심실에 앉아 있으니 어디 하루라도 심장이 편안한 날이 있겠는가.
2 심방 2 심실이 요동칠 때는 시를 마시고 수필을 삼켜라. 그래도 성이 안 차면 단편소설이라도 말아먹어라. 이상재 신부는 말했다. "사람은 먹는 음식대로 만들어진다"라고. 그래서 미사 중 영성체의식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아마도 먹는 대로 내 몸과 내 마음이 형성된다는 것을 말함이리라. 그래서 나는 시를 먹으면 시인이 되고, 수필을 삼키면 수필가가 되고, 단편소설을 말아먹으면 소설가가 된다고 믿고 싶다. 먹자. 오늘도 목이 마른 나는 한 줄 시를 먹고 한 편의 수필을 삼킨다. 먹어야 시인이 되고 수필가가 된다.
하지만 먹을 것 다 먹고 장편소설 마저 삼켜도 저 쪽 저편에서 불어 닥치는 불안과 죄책감이 휘몰아치는 날은 어쩔 수 없다. 한잔 술을 마신다. 전두엽과 후두엽이 흥분할 때쯤 시야는 흐려지고 몸은 비틀거린다. 불안감, 고독감, 공포감, 죄책감. 그래도 잠시 눈을 들고 천장을 바라보는 어느 지점에서 한 줄 시가 떠오르고 몸이 평정을 찾는 것을 보면 역시 고통 속에서도 몸과 마음은 자라는가 보다. 의외로 심장에는 고요가 깃들고 머리의 열은 내려앉는다. 몇 모금 마신 술의 위력, 그래서 때론 고마운 것이 한잔 술이다.
2 심방, 2 심실, 《잘랄루딘 루미의 시》를 먹고 내 심장과 눈이 좀 더 성숙해지고 무시로 똬리를 틀고 있는 불안, 고독, 공포, 죄책감이 사라지면 좋겠다. 《루미의 시》에는 보이지 않는 진정제가 있는 것 같다. 내 심장이 갑자기 조용하게 잠든 것 같다.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잘랄루딘 루미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은 그 작은 심장 안에
이토록 큰 슬픔을 넣을 수 있습니까?"
신이 대답했다.
"보라 너의 눈은 더 작은데도
세상을 볼 수 있지 않느냐."
-루미의 시는 단순하고 깊다. 시련이 찾아왔을 때 그의 시는 위안을 준다. 누구나 슬픔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간다. 그 슬픔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 성장의 비탈일지도 모른다. 루미는 쓴다.
슬퍼하지 말라.
내가 잃은 것은 어떤 것이든
다른 형태로
너에게 돌아올 것이니.
심장 안에 아픔이 가득해도 이 13세기 페르시아 시인이 말하고 있듯이, 단지 삶의 작은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 누군가가 양탄자를 때릴 때, 그 때림은 양탄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먼지를 털어 내기 위한 것이므로.-(출전:시로 납치하다/류시화/더숲)(202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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