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수필&감상: 태양을 생각하다]
태양이 열병을 앓고 있으니 내 몸도 덩달아 열이 올라간다. 열이 올라가니 혈압이 올라가고 혈압이 올라가니 머리가 어지럽다. 태양이 하늘이고 하늘이 곧 태양이다.
태양이 정말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특히 여름만 되면 태워 죽이고 싶도록 미운 모양이다. 나는 결코 태양을 미워한 적이 없는데 태양은 왜 이토록 나를 미워할까. 불더위가 곧 나를 죽일 것만 같다. 어디를 가도 한증막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는 이미 검게 타버린 숯이다.
사람인 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 한지도 모르면서 땀을 줄줄 흘리고 있다. 용서를 빈다. 묵은 죄가 불덩이가 된 모양이다. 알 수 없는 죄는 기도로 다스려야 한다. 기도 없이는 태양의 분노를 삭일 방도가 없다. 돌이켜보니 눈만 뜨면 거짓말을 하고, 스스로 한 말을 그냥 그대로 삼켜버리거나, 견지망월(見指忘月)의 우(愚)를 범하고 있으니 하늘인들 어찌 참을 수 있으리오. '그러지 말자고, 그렇게 하지 말자고, 서로 사랑하자고', 어제도 교회당 십자가를 바라보며 간절한 감사의 기도로 바쳤지만 태양은 나의 기도를 기도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
뜨겁다. 너무 뜨겁다. 태양이 너무 뜨겁다. 태양이 폭발하기 전에 정신을 차려야만 한다. 그래, 그래도 내가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는 신자가 되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나도 벌써 검은 숯덩이가 되었으리라. 신이 나에게 준 감사, 그 감사를 철학자요 수필가인 김형석도 이렇게 말했다. 아니 말했다기보다 기도를 했다는 말이 더 낫겠다.
"누가 나에게 '당신의 일생을 통하여 가장 중대하면서도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일으킨 사실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신을 믿게 되었다는 사실'이라고 대답해야 할 것이다. 나의 인생관, 가치관, 소유관을 뒤집어놓았을 뿐 아니라 오늘 이 시간의 생활을 이끌어가고 있는 근저에도 신의 계심이란 뜻이 언제나 뒷받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과 사랑의 대화'란 책에서 김형석 교수가 남긴 말이다. 연일 불더위 속에서 그래도 한줄기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은 이렇듯 내 곁에도 언제나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영적 존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기도하라. 신은 멀리 있지 않다. 기도하는 자에게만 신은 존재한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는 태양을 너무 멀리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태양을 분노케 해서는 안된다. 늘 가까이 있는 태양을 두고 우리는 더욱 겸손해야만 한다. 한여름만이라도 우리는 태양에게 감사해야 함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오늘도 태양은 우리를 저울질하고 있다. 감사와 겸손 그리고 사랑, 태양은 결코 부질없이 작열하지 않는다. (202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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