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이 폭우로 울고 있다
울어도 그냥 우는 것이 아니다
백로도 왜가리도 오리도
자취를 감춘
신천이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
울어도 그냥 우는 것이 아니다
엊그제 설치한 물놀이 기구도
대성통곡을 하며
물이 되어 흘러갔다
여름이 되면 물 불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물 불이
하루 건너 하루씩
불침번이 된다
신천이 폭우로 울고 있다
울어도 그냥 우는 것이 아니다
온몸을 떨며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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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폭염과 폭우로 천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신천이 울고 나도 운다. 차라리 한 줌 먼지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싶다. 엊그제도 신천은 울었다. 그냥 운 것이 아니라 대성통곡을 했다.
바퀴벌레가 암수짝을 이루며 사랑을 과시하고 있는 듯 그저 촉수를 하늘거리며 벽을 타고 숨바꼭질한다. 살충제를 들다 말고 잠시 생각해 본다.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쩌다 나의 침실로 들어와 사랑을 하고자 하는 놈들. 신천은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데.... 먼지보다 하찮은 몸이 살충제를 들다 말고 주저앉는다.
그래도 정호승의 시 <햇살에게>를 읽다 보면 조금은 위로가 된다.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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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 보세요' 란 글의 말미에 나와 있는 시다.
우주의 크기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폭염과 폭우 속 나를 생각하면 내가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보다도 더 하찮은 존재란 것을 알고도 남겠다. 그래도 정호승은 말한다.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시인의 눈으로 보면 먼지도 은총이 되고 사랑이 되고 사람이 되는 것을 알겠다.(202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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