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자작수필&감상: 문학의 메카를 꿈꾸며]

백두산백송 2024. 8. 16. 07:16
728x90
320x100

 

톱(칼)바위/ 비슬산 강우레이더 관측소 앞

[자작수필&감상: 문학의 메카를 꿈꾸며]

분명 일기예보는 비가 온다고 했다. 차분하게 일상을 읽어가는 이들의 손엔 우산이 들려 있었고 대개의 경우는 밝은 미소로 일기예보 따위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신록이 무르익은 오월의 끝자락, 이름하여 ‘대구문협-문학기행’의 축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낯선 곳으로의 움직임, 삼삼오오 나이에 걸맞게 짝지은 문우들의 얼굴엔 동일한 목적지를 향한 설렘이 약간의 흥분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공동의 목표, 문학의 메카를 향한 그 첫걸음엔 시와 수필이 있고 일렁이는 동심 속에 소설 같은 인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름하여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 각기 분과는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하나 된 문인이어라.

문협 회장 -박해수, ‘이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그는 오늘도 외로운 사업에 골몰하고 있다. 가칭, ‘대구문학발전 협의회’를 구성, 한국문학의 뿌리를 찾아 나가는 영원한 문학의 공간인 ‘대구문학 창작인촌’의 건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 그것은 경박해져 가는 문화 풍토를 개선하고 예술혼의 진원지, 문화발상지로서의 대구정신을 다시금 불러일으켜 영남 선비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자는 ‘대구문학관’ 건립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모르긴 해도 그가 발제한 세미나의 주제가 ‘대구문학의 활성화 방안과 전망’이고 보면 문학의 메카를 향한 문학기행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만 할 것 같다. 차창엔 그의 외로운 투혼을 위로나 하듯 가는 빗줄기가 스치고 간간이 구름을 비껴나간 햇살이 고개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대구문학관’ 건립-250만 대구시민과 함께 대구를 아끼고 아울러 영남선비정신의 문향을 자손대로 이어나갈 위대한 사업-을 향한 그의 성화는 이내 전남 무등산 끝자락에 자리한 담양 ‘가사문학관’으로 옮겨졌다. 그를 온몸으로 껴안은 황하택-소위 이 사람은 ‘지역발전문학협의회 의장’이란 직함을 가지고 있다. 문학과 문화의 메카- 전남 땅 담양, 그 중심에 우뚝 솟은 님의 훤칠하고 여유로운 키는 무등산 한 활기 내리 뻗은 지역사랑의 화신인 양 크고도 높게만 보였다.  분할과 분권, 배타와 배척이 아닌 그의 지역문화 사랑은 한국문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 자체였다. 문학메카의 문예종합지인 ‘현대문예’, 그 발행인 겸 편집인인 그의 외침은 바로 ‘지역문화를 통한 통일로  세계로’였다. 늘 그렇듯 순수의 열정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어 인사를 올린 박형철- 광주문인협회장인 그의 말엔 백두대간을 타고 흐르는 영호남의 문맥이 서려 있었다. 짧은 만남에도 미리 준비한 선물, 잘 빚은 떡고물에는 흥성한 인심이 넘쳤고 정성스레 걸어 준 ‘문화의 메카’라 새긴 목걸이엔 ‘한국가사문학관’이 던져 주는 4 음보의 가락이 흥을 겨워하고 있었다.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두 지역의 문우들, 비록 거창하고 화려한 축제의 마당은 아니었지만 ‘문학관’을 타고 흐르는 ‘문학과 문화의 메카’를 향한 뚝심과 열정은 잠시 비구름을 삼켜 버린 진초록 빛 여름 햇살을 웃음으로 날리고 있었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화합이요 상생이런가. 무등산 돌아 전남 화순 운주사엔 두 분 와불이 하나로 누워 하늘을 우러러 합장을 하고 있었다. 신라 스님 도선이 하룻밤을 불심으로 천불을 빚다 그만 새벽이 온 줄로 착각을 하고 눕혀 버린 와불이라지만 나란히 하늘을 향한 두 와불엔 때마침 내리다만 빗물이 눈물로 얼룩져 있는 듯했다. 비단 문학만이 아닌 좌우, 동서 대립, 작금의 분열과 대결이 결코 포개어 하나가 될 수 없는 눈 아래 고통을 스스로 짐 진 탓일까. 숙명으로 짐 진 와불이 천길 낭떠러지를 행했더라면 일주문 거슬러 등을 맞댄 쌍배불이 되고 말았을 것을. 다행히도 하늘을 향한 두 와불은 기우는 석양빛에 하나가 되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 문학의 메카를 꿈꾼 나름의 여정은 이렇듯 담양 ‘가사문학관’을 돌아 끝내 하나 되어 길게 드러누운 운주사 와불을 끝으로 세미나의 주제를 독경으로 토해내고 있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들 한다. 문화에 대한 투자, 문화에 대한 마인드 없이는 진정한 사회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동안 정치, 사회, 경제 등 제 분야에서의 중앙집중현상은 문화 부분에서도 서울과 지역 간의 현격한 차이를 가져왔다. 지역에 산재해 있는 문화예술 자원을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는 척박한 여건과 환경이 통탄스럽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란 말이 키 워드가 되고 있는 것은 만시지탄은 있지만 여간 다행스러운 것이 아니다. 문화의 지방분권을 위해서도 대구문학관 설립은 시대적 당위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2004.5.30.)
----------------------------------------------
*2004년 5월 30일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나는 이런 글을 남기고 있었다.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대구문협 회장을 맡고 있었던 박해수 시인은 몇 해 지나 고인이 되셨다. '이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란 노래의 '원작 시인'인 그가 그립다. 시인 박해수가 작고한 지 10여 년 지나 대구문학관은 건립되었다.

*대구문학관(Daegu Literature Museum)
주소 : 대구 중구 중앙대로 449 ; (지번) 향촌동 9-1 전화 : 053-421-1231

대구문학관과 대구향촌문화관은 대구광역시 중구 향촌동에 있는 대구시 공립 문화시설입니다.
2014년에 개장하였으며 현재 대구문학관과 대구향촌문화관이 공동으로 한 건물에 있습니다. [신박사의 식물도감 참조]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