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수필&감상: 답이 없다]
대문밖 잡초를 제거하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다. 한여름 두세 번 작업을 했지만 이놈의 잡초란 어찌나 생명력이 강한지 밑동을 완전히 잘라도 막무가내다. 언제 새끼를 쳤는지 일이 주만 지나면 무더기로 고개를 쳐들고 '나 살아 있지요'하는 듯 어깨동무를 하고서는 온갖 잡동사니 풀을 친구로 맞아들인다.
제초작업을 하고 있지만 실은 나도 잡초처럼 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잡초보다 더 간교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이 없는 잡초야 그냥 뿌리박고 살면 되지만 생각 많은 나는 잡초하나 뽑는데도 온갖 상념이 자리를 잡는다. 그래도 잡초란 놈은 남의 눈치 안 보고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데 나는 또 남의 눈치를 보며 이놈을 죽이고 있으니 세상만물의 존재 치를 어디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거실에 커튼을 이중으로 쳤다. 빛이 잘 드는 것으로 근 삼십 년을 그냥 버티고 왔는데 나이가 드니 갑자기 앞집 베란다에서 나를 훔쳐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서둘러 커튼 위에 또 커튼을 달았다.
마음의 잡초가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만가지 생각은 물론이고 일어나지도 또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두고 이런저런 생각들로 밤잠을 설치거나 하루를 접는다. 거실 커튼을 겹으로 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누가 남의 거실을 훔쳐보지도 관심도 없을 것이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마음이 그저 쑥대밭이다. 잘라도 잘라도 고개를 내미는 마음의 잡초가 담장 밑 잡초와 똑같다.
담장 및 잡초와 커튼 속에 숨어 있는 마음의 잡초, 둘은 아무리 치고 때리고 숨기고 해도 도무지 죽지를 않는다. 낫으로 베고 칼로 쑤시고 가위로 밑동을 싹둑 잘라버리고 골프채로 대가리를 치고 해도 잡초란 놈은 며칠만 지나면 언제 맞았냐는 듯 고개를 치밀고 히죽이 웃고 있다. 커튼 속 마음의 잡초도 마찬가지다. 가린다고 가려지는 것이 아니다. 커튼 속에서 마음의 잡초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더 잘 자란다.
답은 없다. 거투르드 스타인 이란 시인은 《해답》 <출전:류시화의 잠언 시집> 이란 시에서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라고 했다. 마음의 잡초도 담장 밑 잡초도 마찬가지다. 답이 없다. 담장 밑 잡초든 마음의 잡초든 함께 뒹굴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인생 참 답이 없다.(202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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