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수필&감상: 호모 비아토르를 생각하다]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를 두고 호모 비아그라(Homo Viagra)라고 말해 버린 순간 나는 몹시도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공식 석상에서 툭 튀어나온 말이라 얼마나 당황했던지.
인간의 학명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순간 불쑥 튀어나온 비아그라 때문에 일순 나는 머쓱했지만 뜻하지 않게 그날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말았으니 역시 비아그라가 주는 효능이란 묘하다고나 할까. 유명한 심리학자이요 철학자인 가브리엘 마르셀은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를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했다. 비아토르(Viator)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나그네 또는 여행자(traveler)라는 의미의 단어다.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향수, 그래서 우리는 늘 여행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여행 속의 인문학, 분에 넘치게도 나는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결국 스핑크스를 죽음으로 몰았다. 절대 권력자인 그가 스스로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이 애련 속에 절대 진리가 있다. 아침에 네발로 걷다가 낮에 두 발로 걷고 저녁에 세발로 걷는 동물, 이것이 바로 인간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허물어져 버린 스핑크스.
절대 선과 절대 진리와 그 유용함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이며 그 존재로 인해 내가 살아 꿈틀거리기나 하는 것일까. 이미 축 쳐져버린 일상, 무엇을 향해 나는 오늘도 부질없는 여행을 꿈꾸고 있는가. 절대 권력의 상징 스핑크스, 그는 결국 인간에 의해 스스로 허물어지며 괴물의 형상으로 탈바꿈된 것. 얼굴은 인간이요 몸은 사자인 괴물을 생각하며 나는 다시금 끝없이 '여행하는 인간으로서'의 원초적 본능을 생각해 본다.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이 말의 뜻을 재미 삼아 풀어보면 그 근저에는 바로 솟구치는 욕망,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강력한 유희적 리비도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유희적 인간을 뜻하는 학명으로 호모 루덴스(Homo Ludens)가 있기는 하지만 그 힘을 바탕으로 하는 ‘여행하는 인간’, 바로 그 근원에 자리 잡고 있는 또 하나의 ‘솟구치는 의욕적 인간’의 학명을 ‘호모 비아그라’라고 할 수는 없을까. 소리의 유사성으로 인해 툭 튀어나온 호모 비아그라가 나로 하여금 또 열락의 여행을 꿈꾸게 한다.
삶에의 자극, 그 환희의 순간을 여행으로 꿈꾸는 인간, 그래서 호모 비아그라적 인간이 바로 호모 비아토르가 아닐까. 언필칭 비아그라란 말만 들어도 괜한 흥분이 일렁이는 익었다면 익은 나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나도 인문학적 열락의 여행을 꿈꾸고픈 인간이다.
근원적인 욕구와 욕망의 산물, 이 힘이 인류문명의 진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이를 바탕으로 재미 삼아 호모 비아그라란 나만의 학명을 재미 삼아 쓰고 싶다. 신이 인간에게 선사한 최고의 선물, 그 원초적 호모 비아그라를 통한 호모 비아토르적 인간. 그래서 아직도 이런 여행을 꿈꾸는 나는 분명 호모 비아토르요 호모 비아그라가 아닌가.
언젠가 장난 삼아 비아그라 한 알을 네 명이 나누어 먹고 끝없이 맥주를 삼켰던 그날 그 호프집이 자꾸만 그리워진다. 달려라. 마셔라. 그리고 다시금 일어서라.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것, 나는 분명 호모 비아토르적 호모 비아그라. 벌떡 일어선 열락의 환희, 그 솟구치는 힘으로 쏜살같이 토론식 인문학 강좌를 빠져나온 나는 이미 고속열차에 몸을 싣고 있었다.(202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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