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수필&감상: 비나이다 비나이다 나라님께 비나이다]
경북 포항시 운제산 자락 오어사, 인공호수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암자, 주변 풍광은 말 그대로 선경이다. 신라 26대 진평왕(585) 시절 창건, 창건 당시 항사사(航沙寺)라 불렀다.
오어사(吾魚寺)란 사명(寺名)은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이곳에서 수도할 때 서로의 법력을 시험하고자 생긴 것. 물고기를 한 마리씩 삼킨 두 고승(高僧), 똥을 누고 보니 한 마리는 죽고 한 마리는 살아 있음이라. 살아서 돌아온 고기를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 ‘나 오(吾)’, ‘고기 어(魚)’로 ‘오어사(吾魚寺)’라 명명했다고 한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물고기를 삼켰으면 당연히 죽었어야 하는데 살아서 돌아오다니. 둘 중 한 사람은 정상이 아니거늘.
도대체 무엇을 깨우치려 함일까. 쉽게 이해가 안 되는 일화. 잠언의 속내가 사뭇 궁금하다. 살아서 돌아온 물고기, ‘내 고기가 네 것이 아니요, 또한 네 고기가 내 것이 아니거늘’ 굳이 ‘나의 고기 절’이라 이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살아 헤엄쳐 오는 고기를 내 것이라 하였으니 눈앞의 ‘색(色)이 곧 공(空)’이요, ‘공(空)이 즉 색(色)’임을 깨우치려 했을까. 아니면 ‘내 고기가 곧 나요, 너’로서 다름 아닌 ‘너와 내가 곧 주지임'을 일러 주고자 함일까. 연못 물고기 두 마리가 슬쩍 웃고 지나간다.
기우는 햇살 속에 본당(本堂) 추녀 사이로 초승달이 고개를 내민다. 보일 듯 말 듯 내민 얼굴이 새하얀 고깔 쓴 여승을 닮았다. 환상적이다. 늘어진 긴 장삼, 두 팔 벌린 초승달이 본당 부처님을 향해 허리를 돌린다. 한바탕 춤사위가 펼쳐지듯 빈 하늘 흰구름도 춤을 춘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해 떨어지기 전 비나이다. 초승달, 흰구름 고깔 쓴 이 내 몸이 비나이다. 오곡백과 무르익어 님도 나도 시화연풍 국태민안 위국보시 만만세.
잠시 본당 부처님을 향한 내 마음이 초승달이다. 물러가라 청년실업, 풀어보자 삼포오포, 경기침체 물가상승, 시화연풍 국태민안. 비나이다 비나이다. 나라님께 비나이다.(202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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