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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감상: 앞산 둘레길]
앞산 둘레길 장맛비가 이마를 훑고 간 날 머리카락이 뭉티기로 날아가 버렸다
산다는 것은 늘 가로등 불빛과 같다 한 무리의 하루살이들이 온몸에 피를 토하고 있다 교미를 끝낸 하루살이가 장맛비를 타고 흘러간다
맨발의 청춘도 아닌 아낙들이 맨발로 원시림을 거닐고 있다 지나가는 길손들이 바람을 일으키고 길숲 토끼 세 마리가 놀고 있다
부부인 듯 두 마리 토끼가 입맞춤을 한다 즐거운 세상이다 쫑긋 서 버린 두 귀가 발정을 하는 사이 한 놈이 시샘을 하며 뒷다리를 차고 오른다
여전히 맨발의 아낙들이 원시림을 거닐고 교미를 끝낸 두 마리 토끼가 콧구멍을 실룩거리고 있다 얼굴 없는 아낙들이 멀겋게 흘러가는 빗물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맨발의 대학이 원시림 유생들을 유혹하고 세 마리 토끼는 신이 난 듯 숲 속으로 날아갔다
유월의 깊숙한 태양이 그늘숲을 파고드는 계절 둘이 하나 되고 하나가 둘이 되는 삼라만상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후다닥 장맛비가 사랑물 되어 흘러간다
<시작노트>
오락가락 장맛비가 하늘을 농락하는 계절. 앞산둘레길을 거닐며 지나가는 풍경을 스케치해 보았다. 길숲을 지키고 있는 토끼 세 마리가 맨발로 걷고 있는 아낙들보다 여유롭다. 아낙들은 살기 위해 죽을 판 살판 맨발인데 토끼는 하루를 즐기고 있다. 깡충~깡충~. 약 오른 토끼볼이 아낙들의 빰보다 토실하다. 장맛비 틈새로 하루살이가 하루를 뭉개고 흘러내린다. 앞산 둘레길이 한 조각 신기루다. (202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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