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자작수필&감상: I LOVE YOU, YOU LOVE ME]

백두산백송 2024. 6. 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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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수필&감상: I LOVE YOU, YOU LOVE ME]

그녀는 그녀가 해 준 반찬을 행복으로 생각한다. 반찬이 사랑이고 행복이다. 자신이 만든 곱디고운 햇살 같은 것들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 나의 사랑도 극을 달린다. I LOVE YOU,  YOU LOVE ME.

사람이 밥을 먹고 밥이 사람을 먹으면서 우리는 세월의 강을 건너 사랑이란 말로 서로를 비비고 있다. 지난주에는 생각도 못한 몸살로 나란히 누워 구석진 병동에서 링거를 맞으며 남은 인생을 곱씹었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인연이란 두 음절의 한 단어가 꼭 우리 둘을 말하는 것 같아서 피씩 웃고 말았다.

사랑이란 말로 애써 포장을 하면서 간신히 오늘에서 내일로 이어지는 부부란 이런 것인가. 서문시장 뒷골목을 돌아 명덕로터리를 지나 앞산 순환도로를 지날 때만 해도 먹을 만큼 먹은 나이에 부끄럽게도 사랑이란 말을 툭툭 뱉으며 둘의 사랑은 그렇게 익어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미로들이 앞을 가로막으며  우리는 가슴을 조리며 길고도 험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I LOVE YOU,  YOU LOVE ME.

사람의 말이 하늘이 되고 하늘의 말이 고통이 되어 버린 어느 날 아침, 우리는 아직도 그 인연이란 두 음절의 한 단어를 두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항시 신은 말이 없고 몸과 마음은 온갖 생각과 말들로 가슴을 후려친다. 자그마한 하늘이 돌고 밑판 없는 땅거미가 길게 드리워진 어느 날,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 휘청 굽 돌아가는 언덕을 나란히 기어가는 꿈을 꾸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부도 남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부부 인연, 참 알 수 없는 두 음절 한 단어 이어라. I LOVE YOU, YOU LOVE ME. (202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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