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시&감상: 마음이 아픈 날은]

백두산백송 2024. 12. 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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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홍순익/사진모임 빛틀

마음이 아픈 날은
화첩을 본다
화첩 꽃도 꽃이다

할미꽃도 있고 물망초도
있고 나팔꽃도 있고
튤립도 있다

꽃마다 그려지는 얼굴

그리움에 미소 짓는 얼굴보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꽃이 가슴속에 피어난다

화첩 꽃도 꽃이지만
가슴속에 피는 꽃이
꽃이더라

마음이 아픈 날은
가슴속 피는 꽃이
하루 종일 피었다 진다

자태/김창옥/사진모임 빛틀

마음이 아픈 날이 있다. 무엇을 해도 가슴이 아프다. 드러내 놓고 울지 못하는 가슴이 안으로 파고들며 더욱 마음을 들쑤신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같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 '아이고~ 가슴이야', '아이고~ 가슴이야' 하시며 들고 계시던 숟가락을 놓고서는 가슴을 토닥토닥 치실 때는 어머니의 가슴이 오늘 나처럼 시린 줄은 몰랐다.

나는 요즘 미사를 보면서 '내 탓이요, 내 탓이요~'를 세 번 외치면서 가슴을 후려친다. 전, 후, 좌, 우를 돌아봐도 나처럼 세차게 치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마음이 아픈 날은 꽃이 보고 싶어 화첩을 들고 이 꽃 저 꽃을 보지만 가슴속에서 피는 꽃들이 내 꽃이더라. 마음이 아픈 날은 가슴속 피는 꽃이 하루 종일 피었다 진다. 피어나는 꽃망울에 입술 하나 맞추고픈 그런 날이다.(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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