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같이 있어도 외로운 것이 사람이다. 어쩌다 외로움이 밀려 들 때면 나는 그를 즐긴다. 그를 즐기는 방식에는 여럿 있지만 주로 노래를 하거나 시를 읽는다. 그렇다. 노래는 그놈을 토해내고 시는 그놈을 먹어 버린다. 하여 노래가 시가 되고 시가 노래가 될 때쯤 가벼워진 몸은 허공을 날고 있다. 그놈 참 무겁긴 무거운 모양이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란 시가 외로움을 삼켜버린다면 배호의 《삼각지 로터리》는 외로움을 마구 토해낸다.
'삼각지 로터리에 궂은비는 오는데~~ 잃어버린 그 사람을 그리워하며~~'
그러면서도 가끔은 하늘 높은 십자가를 바라볼 때는 도덕적 양심과 찰나적이고 원초적인 죄를 두고 속죄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서시》가 사람을 마구 흔들 때가 있다. 길이 아닌 길을 가거나 비틀거리며 '열십자 복판'에서 서성거릴 때면 서시가 마음의 십자가를 달아 주기도 한다.
산다는 것이 외롭고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읊조리며 스스로 위안을 받기도 한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든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누님과 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내 꽃잎이 피우려고 간밤엔 뭇 서리가 저리 내리고 나에겐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쳐운다
자성과 삶의 원숙을 지향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자고 일어나면 흩어진 골목길에 낙엽이 쌓이고 겨울 국화꽃에 서리가 내리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그래, 《풀꽃》도 코흘리개 어린아이도, 눈물을 한 바가지 흘리며 먹다만 풀빵을 입에 가득 물고 있는 아이도, 어쩔 줄 몰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십원 짜리 지폐 한 장을 꼭 쥐고 골목길을 질주하는 아이도, 자세히 보면 예쁘다. 그것도 오래 보면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가 아니라 실은 나도 그렇고 나태주도 그렇다. 옆옆이 예쁜 이웃이요 사랑인 것을.....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광화문에 왜 세종대왕이 있고 이순신이 있는 지를 이제는 알겠다. 하찮은 글을 쓰지만 시집을 머리맡에 두고 흘러나오는 노래를 줄줄 따라 부르다 보면 지독한 그놈도 세종대왕의 머리 위를 날고 이순신의 칼끝에서 춤을 춘다. 시야 노래야 고맙다. 그래, 정말이지 고맙다.(20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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