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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날은
화첩을 본다
화첩 꽃도 꽃이다
할미꽃도 있고 물망초도
있고 나팔꽃도 있고
튤립도 있다
꽃마다 그려지는 얼굴
그리움에 미소 짓는 얼굴보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꽃이 가슴속에 피어난다
화첩 꽃도 꽃이지만
가슴속에 피는 꽃이
꽃이더라
마음이 아픈 날은
가슴속 피는 꽃이
하루 종일 피었다 진다
마음이 아픈 날이 있다. 무엇을 해도 가슴이 아프다. 드러내 놓고 울지 못하는 가슴이 안으로 파고들며 더욱 마음을 들쑤신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같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 '아이고~ 가슴이야', '아이고~ 가슴이야' 하시며 들고 계시던 숟가락을 놓고서는 가슴을 토닥토닥 치실 때는 어머니의 가슴이 오늘 나처럼 시린 줄은 몰랐다.
나는 요즘 미사를 보면서 '내 탓이요, 내 탓이요~'를 세 번 외치면서 가슴을 후려친다. 전, 후, 좌, 우를 돌아봐도 나처럼 세차게 치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마음이 아픈 날은 꽃이 보고 싶어 화첩을 들고 이 꽃 저 꽃을 보지만 가슴속에서 피는 꽃들이 내 꽃이더라. 마음이 아픈 날은 가슴속 피는 꽃이 하루 종일 피었다 진다. 피어나는 꽃망울에 입술 하나 맞추고픈 그런 날이다.(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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