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은 [서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의 생애와 품고 있었던 생각], [제1편~12편], [생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한평생 지낸 일], [예림미디어/함희준 옮김]으로 편집,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되어 있다.
[제2편 1]
당신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라. 오늘 나는 훼방을 받고, 배은망덕을 당하고, 불충을 당하고, 악의를 겪고, 그리고 이기심을 겪게 될 것이다. 무례한 자들이 선이나 악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은 일어난다.
나는 선의 본질과 선의 고귀성, 악의 본질과 악의 비열함을 안 지 오래이고, 범죄자 자신의 본성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범죄자는 나의 형제 (신체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같은 이성과 신성의 일부를 타고난 같은 인간이라는 의미로서)이다. 그러므로 아무도 추악한 짓을 하는 일에 나를 연루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의 어떤 것도 나를 해칠 수 없다.
나는 나의 형제에게 화를 낼 수도 형제와 다툴 수도 없다. 그와 나는 한 사람의 두 손, 두 발, 또는 두 눈꺼풀과 같이, 또는 윗니 아랫니와 같이 서로 함께 일해야만 하도록 태어났기 때문에 서로 방해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런데 화를 내는 것이나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이 일종의 방해 행위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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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감상]
-초라한 일상과 생각들이 이 책을 보게 된 이유다-
어려운 책을 들고 있다. 철학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철학책을 들고 있는 내가 웃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나를 지배하고 있는 사고와 행동이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이성과 도덕과 종교와 철학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초라한 생각들이 이 책을 들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속은 쓰리고 얼굴은 부었다. 어딘가 고장이나도 단단히 고장 난 것 같다. 가수 민수현의 '당신 정말 나쁜 사람이야'란 노래를 들어도 도무지 흥이 나지 않는다.
위장 내시경 결과 헬리코박터균이 내 위에 염증을 일으키고 있단다. 위장은 쪼그라들었고 염증의 깊이를 나는 잘 모른다. 일찍 발견한 것이 다행이란 의사의 소견이 소름을 끼치게 한다.
몸과 마음이 아픈데 흥이 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이를 두고 고민하는 내가 한심하다.
한심할 정도가 아니다. 지금 여기 실제 일어나고 있지 않은 일들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이어지는 걱정들이 하루를 지배하다가 또 하루로 이어진다. 쓸데없는 걱정이 걱정을 낳고 꼬리에 꼬리를 문다. 철학을 생각하기에는 아픈 몸 아픈 마음이다.
-철학은 모든 쾌락이나 모든 고통을 초월할 수 있다-
'철학자가 되는 것은 사람 안에 있는 성스러운 영혼을 괴롭히지 않고 상처 입히지 않고 보존한다. 그래서 철학은 모든 쾌락이나 모든 고통을 초월할 수 있고, 목적 없이 아무것도 관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무위에 좌우되지 않고, 그것 자체와 똑같은 근원에서 생기는 각각의 일과 모든 할당된 일을 받아들이고, 살아있는 사물이 구성된 요소들의 단순한 분해로 쾌히 죽음을 기다리게 된다. 죽음은 자연의 한 법일뿐이다. 자연의 여러 방법들에는 악이 없다.
그러므로 사람의 생애에서 사람의 시간은 순간일 뿐이다. 사람의 본질은 그칠 새 없는 흐름이고, 사람의 감각은 흐릿한 불빛이고, 사람의 육체는 벌레의 먹이이고, 사람의 영혼은 소용돌이이고, 사람의 운명은 불분명한 것이다.'
-그는 성직자나 사제가 아니고 철학자였다-
'날 때부터 성인이자 현인이었고, 직업은 통치자이자 전사였고, 그가 서 있는 외로운 고지에서 그런 침착하게 환멸을 느끼는 눈으로 도덕성의 아쉬움을 심사숙고한 인물', 마루쿠스 아우렐리우스.
스스로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약만으로 부족하다. 몸속의 균은 약으로 다스릴 수 있지만 마음을 위로해 주고 안아주는 것은 약이 아니라 책이다. 약만으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이 마음의 병이다.
'이 우주의 구성은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 어떻게 해서 우주는 생겨났는가? 우주는 맹목적인 우연으로 규제되는가? 지혜로운 신이 우주를 규제하는가? 신이 있다면 신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는가? 인간의 본성은 무엇이고, 이 세상에서 인간의 의무는 무엇인가? 장차 인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런 문제에 해답을 주는 사람은 성직자나 사제가 아니고 철학자였다.'
이 말은 이 책이 종교적 잠언이 아니라 철학서임을 밝혀 준 것이지만 이런 아우렐리우스의 생각들이 나로 하여금 끝까지 이 책을 읽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를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목적을 생각해 본다-
나는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대해 모른다. 다만 이처럼 읽고 생각하며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을 따름이다.
아우렐리우스는 121년 로마에서 태어났다.
로마 5 헌제의 마지막 황제로, 후기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다. 당시 로마제국은 경제적 군사적으로 어려운 시기여서 외적의 침입이 잦아 그 방비에 힘썼다. 그동안 페스트가 유행, 제국은 피폐하고, 게르만족과의 전쟁에 시달리면서 발칸북방의 시리아 및 이집트 등의 진영에서 병을 얻어 도나우 강변의 진중에서 죽었다.
그가 말하는 사람이 사는 목적, '사물을 똑바로 보고 사물의 목적을 아는 것이며, 선량한 사람이 되는 것이 너의 의무임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의 천성이 요구하는 바를 겁내지 말고 행동하라. 네가 볼 때 가장 정당하게 보이는 말을 하되, 예의를 갖추어 겸손하고 진지하게 말하라.'
121년 로마시대, 후기 스토아학파의 철학자요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 오늘을 살아가는 내 가슴에 내리 박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202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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