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수필: 말분 연정(戀情)] 말분 씨,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도심 속 서당(書堂) 모서리에 앉아 있는 말분 씨는 한 때 내 가슴 한 쪽을 스쳐간 말분이와 이름이 똑같다. 말분이는 얌전하고 예뻤다. 너무 이른 나이, 사랑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고만고만한 나이에 그냥 보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렸던 말분이, 그 말분이가 지금 서당 한 구석에서 명심보감(銘心寶鑑)을 들고 같이 앉아 있다. 나에겐 이미 명심보감은 물 건너갔다. 추억의 말분이, 그 말분이와 많이도 닮은 말분 씨, 이름도 같은데 생김새도 비슷하다. 믿거나 말거나 사랑이란 이름으로 추억의 언저리를 살짝 스쳐간 동심 어린 연정의 그녀, 그녀가 지금 내 곁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6남매 중 내리 딸 다섯의 끝자리를 차지한 말분, 어쩌면 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