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글을 쓴다. 글로써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경우는 보았어도 글이 사람을 어지럽게 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만약 나에게 글과의 인연이 없었다면 내 모습은 어떠했을까. 설날, 후다닥 열차에 몸을 던졌다. 설날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란 것은 착각이었다. 동대구역 대합실을 오고 가는 사람들은 많은데 모두의 얼굴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분명 민족의 명절인 설날은 흥겨워야 하는데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기를 찾을 수 없다. 이것이 2024년 갑진년 설날 아침 내가 본 여행객들의 모습이다. 무거운 얼굴들을 보는 내 마음도 가라앉는다. 명절이면 꼭 가슴을 아리게 하는 두 분, 모정의 세월, 2014년 그해 어머니는 살아 계셨고, 나는 아버님의 유택 앞에서 두둥실 흘러가는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