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제1부 아, 한반도] ♤제9화:《어떤 양반》 "이제 내 나라 내 땅이 아니다." 김제의 땅을 일본인들에게 못 팔게 하다 주재소로 끌려가 죽을 뻔한 송수익이 풀려 나면서 한 말이다. 늘 아이러니하게 흘러가는 것이 역사다. 역사는 때로 급물살을 타다가도 역류하거나 멈추어 버리기도 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인간사 어디에도 갖가지 유형의 투쟁사는 없을 것이다. 죽이고 물고 헐뜯는 사이 민초들은 민초대로 삶의 방식을 찾아 형질 변경이 아닌 의식의 변화를 초래한다. 우리는 이것을 진보의 한 축으로 생각한다. 제9화:《어떤 양반》의 핵심은 바로 의식의 변화, 일러 "민중의식의 싹틈"에 있다. 하나가 죽으면 반드시 또 다른 하나가 생명력을 얻어 일어나는 것이 역사의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