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과 본질, 그 경계선에서 많이도 고민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나의 글들은 본질을 벗어난 현실을 감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대부분은 본질의 언저리를 맴돌며 그저 드러난 현상에 울고 웃는 찰나적 감각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수필은 근원적인 문제를 바탕으로 철저히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지향할 때 독자는 공감을 한다. 언젠가는 나도 항구성과 보편성을 지닌 명작 하나를 남기고 싶다.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수필, 생각과 생각 사이에서 스스로의 사유가 보편적 진리를 바탕으로 공감을 획득할 수는 없을까. 수필집 속에 있는 부끄러운 글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개작을 하거나 퇴고하며 스스로의 글을 다시 다지고 싶다. 때론 묵은 글들이 주는 진부함과 잡설이 부끄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