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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필: 용문사, 회룡포 돌아 시화연풍을 꿈꾸다]

백두산백송 2023. 12. 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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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필: 용문사, 회룡포 돌아 시화연풍을 꿈꾸다]

경북 예천 땅 용문사, 영남제일의 강원(講院)이 절 마당 한편을 차지하고 두 개의 석탑이
다보탑과 석가탑 마냥 대웅전을 떠받들고 있다.

회전문과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상을 마주했다. 사는 것이 업이요, 일상의 생각이 죄라면 죄일까. "하루의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은 죄들이 모두 제 탓"이건만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사천왕상이 두렵게 다가왔다. 사는 것이 업인양 나도 나라도 힘들고 어렵게 느껴진다. 잠시 고개 숙였다.

석탑을 돌아 대장전으로 올라서니 말로만 들었던 티베트의 마니차와 같은 기능을 한다는 윤장대가 자리 잡고 있다. 돌고 돌리면 업장을 소멸해 준다는 윤장대.  이 속에 뜻 모를 경전이 들어 있어 고려인들은 대장경만큼 소중하게 여겼다는 깨달음의 바퀴가 윤장대라고 한다.

이 영험의 윤장대를  돌리고 싶었지만 이제는 영어의 몸이 되어 꼼짝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다. 업장소멸의 효력이 다했음인지 아니면 중생의 업을  더 이상 짐 지기조차 힘든 것인지 그저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만 있다. 돌릴 수도 그렇다고 주위를 맴돌 수도 없는 윤장대. 천년고찰 용문사도  시름시름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하다.

신라 경문왕을 시작으로 고려를 지나 조선 현종 때에 다시 건립되었다는 용문사를 거쳐 초간정 원림과 장안사를 지나 올라선 회룡포 전망대. 눈 아래 보이는 회룡포가 아름답기보다는 편안하게 다가왔다. 김 씨가 집성촌을 이루며 산다는 몇 가구 되어 보이지 않는 집들이 회룡포를 울타리 삼아 가지런히 잘 정리되어 있어 편안하고 아늑하게 느껴진다. 한 폭의 수묵화라고나 할까. 폴짝 뛰어내려 파묻히고 싶다. 짐짓 흥에 겨워 나 또한 '신선 되어 우화등선 진 맛'을 보고 싶어라. 송강 정철이 머리를 지나간다.

예천, 난생처음 찾은 회룡포,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포구, 회룡포지나  삼강주막에서 막걸리 한 잔을 기울였다. 다시금 돌릴 수 없을까. 회심의 윤장대를. 하여 아늑한 예천땅, 회룡포 포구 따라 국난극복, 국태민안, 시화연풍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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