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명상수필: 나는 미친 듯 소리쳤다]

백두산백송 2024. 2. 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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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6회 대구국제재즈축제 수성못 야외 공연장

[명상수필: 나는 미친 듯 소리쳤다]

축제는 늘 사람을 흥분하게 한다. 소주 한 잔을 노래로 삼켰다. 수성못 가장자리에 설치된 분수도 재즈축제에 정신을 못 차리고 춤을 춘다.

노래라면 대중가요인 트롯을 좋아하지만 클래식이나 재즈에 대해 아는 노래란 손가락 두세 개 정도랄까. 거기다가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아예 없다. 하지만 가사 하나 몰라도 사람을 흥분시키는 것이 노래가 지닌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노래로 마셔버린 한 잔 소주가 흥을 타고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함께 찾은 수성못. 흥으로 동석한 사람은 인품 좋기로 소문난 수필 같은 문우다. 수필은 좋은 사람만이 쓴다. 좋은 사람이 옆에 있으니 수성못이 더욱 아름답다. 두 사람이 저 멀리 재즈의 본고장 뉴올리언스  어느 강변, 흥겨운  유람선을  타고 함께 재즈를 즐기는 기분이다.

축제의 현장 대구 수성못, 제16회 대구국제재즈축제가 열리고 있다. 역시 밤에 보는 수성못은 이색적이다. 아름답다. 화려한 조명 아래 수성못은 한 척의 유람선이다. 유람선이 흘러가며 재즈가 온몸을 휘감고 깊어가는 가을밤, 우연히 함께한 문우와의 낭만이 꿈만 같다.  

"애플재즈오케스트라"의 관현악 재즈가 절정을 향해갈 즈음 수성못 분수물이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다. 이럴 때 하는 말이 미치겠다는 말이다.  세느 강변, 에펠탑을 바라보며 유람선을 탔을 때도 유일하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딱 한 곡, '마이 웨이'가 흘러나왔다. 나는 노래보다 마이웨이란 말을 더 좋아한다. 마이웨이, 언제나 내 길, 내 인생을 내 방식대로 걸어왔고, 또 내 방식대로 걸어가고 있다. "마이웨이", 얼마나 좋은 말인가. 내가 알고 있는 영어 단어 중에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My way"다. 미친 듯 나는 소리쳤다.

"And now the end is here
And so I face that final curtain
이제 끝은 여기군요.
나는 마지막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네.
My friend I'll make it clear
내 친구여, 내가 분명히 말할게요.

I've lived a life that's full
나는 충만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
그리고 훨씬 중요한 것은 저는 제 방식대로 했다는 것입니다.
Yes it was my way
네, 제 방식대로요."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소절은 이것이 전부지만 "My way" 란 노랫말이 나오면 내 가슴은 뛰고 입은 절로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다.

노래가 끝날 때쯤 수성못 분수물도 춤을 멈추었다. 한판 신명이 지나간 축제의 현장, 다시금 물끄러미 바라보는 수성못이 밤물결로 다가온다. 수성못을 돌다가 멈추어 버린 사람들, 이들도 어쩌면 나처럼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을지 모른다.

같이했던 문우가 저만치 사라져 가고 있다.

"나는 충만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네, 제 방식대로요."

"My way!"

미친 듯 나는 문우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202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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