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감상: 수필산책: <책과의 여행> 소개 및 리뷰]
수녀요 시인인 이해인의 《꽃삽》, 글모음 책을 다시 들었다. 마음의 창을 열어주는 삶의 이야기가 솔직하게 다가온다. 지금도 시작(詩作)은 물론 희생과 봉사 그리고 기도로써 하루를 열고 닫는 수녀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시대의 진정한 성자의 모습을 실천적 의지로 가꾸어 가는 모습. 거룩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노래한 《꽃삽》 중 <책과의 여행> 일부를 <1일 1 수필 산책>으로 소개해 본다.
가장 고요할 때
가장 외로울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밤하늘에서 별을 찾듯 책을 연다
보석상자의 뚜껑을 열듯
조심스러이 책을 연다
가장 기쁠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나와 같이 그 기쁨을 노래할
영혼의 친구들을
나의 행복을 미리 노래하고 간
나의 친구들을 거기서 만난다
아, 가장 아름다운 영혼의 주택들
아, 가장 높은 정신의 성(城)들
그리고 가장 거룩한 영혼의 무덤들
그들의 일생은 거기에 묻혀 있다
나의 슬픔과 나의 괴롬과
나의 희망을 노래하여 주는
내 친구들의 썩지 않는 영혼을
나는 거기서 만난다
그리고 힘주어 손을 잡는다
고(故) 김현승 시인의 《책》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좋은 책을 만날 때마다 나는 이 아름다운 시를 떠올리곤 하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여기에 소개한다.
수없이 되풀이해 읽어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고전인 《성서》와 《논어》, 작가를 직접 만난 후, 그 인품의 향기에 끌려 더 즐겨 읽게 된 피천득의 《수필》, 법정 스님의 머리글이 너무 아름다워 더 자주 읽게 된 《어린 왕자》와 톨스토이의 《인생론》 등 내게도 개인으로 소유하고 있는 책들이 몇 권 있긴 하지만 요즘은 좋은 책들을 나만의 소유로 묶어두기보다는 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여행'을 떠나보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진정 책과의 여행이 없었다면 어린 시절부터 나는 몹시 우울하고 메마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좋은 것을 선택할수록 책은 배신을 모르는 충실하고 미더운 동반자가 되어준다. 살아 있는 동안 좋은 책과의 여행을 계속하려면 깊이 고독할 줄도 알아야 한다. 책이 있는 한 나의 삶은 결코 메마르지 않을 것이며 책과의 여행에서 얻은 체험을 이웃과도 나눌 수 있는 순례자일 때 나의 삶은 더 풍요롭게 빛날 것이다. <1993년 이해인의 책과의 여행 중에서>(202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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