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감상: 수필산책:《나는 말랄라》, 말랄라여! 영원하라]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의 자전적 수필, 《나는 말라라》, 일부를 리뷰해 본다. 말랄라는 17세의 나이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1997년생이니 지금 나이 27세다. 본명은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1997~)다.
199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결승된 무장 이슬람 정치 단체로 1996 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한 세력이 탈레반이다.
《나는 말랄라》, 이 글은 탈레반의 공포에서 벗어나 학교에 다니는 것이 꿈이었던 한 소녀의 자전적 수필이다. 여자 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한 이야기, 테러리즘의 실체를 폭로,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절박하면서도 애절하게 담아내고 있다.
-내 마음속에는 신께서 나를 보호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내가 나의 권리를 위해, 우리 소녀들의 권리를 위해 말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나의 의무이기도 하다. 신은 우리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고 싶어 한다. 코란에 이런 말씀이 있다. "그릇됨은 사라져야 한다. 그러면 진실이 가득할 것이다." 만일 한 남자가, 즉 파즐 울라(이슬람의 근본주의 조직인 탈레반의 지도자)가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면, 한 소녀가 그것을 바꾸는 건 왜 못하겠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되게 힘을 달라고 매일밤 신에게 기도했다.
학교는 계속 파괴되고 있었다.(탈레반은 여성이 교육받는 것은 이슬람교리에 어긋난다고 여기기 때문에 학교를 계속 파괴함.) 2008년 10월 7일 밤, 멀리서 연쇄적으로 폭발음이 들려왔다. 다음 날 아침, 복면을 한 무장 세력들이 상고타 수녀원 부속 여학교와 엑셀시어 칼리지에 침입해 사제 폭발 장치로 학교 건물을 폭파했음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은 사전에 협박을 받은 교사들이 이미 대피시킨 상태였다. 이 두 학교는, 특히 상고타는 마지막 왈리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전통과 뛰어난 학업 성적으로 잘 알려진 곳이었다. 또 상당히 큰 학교로, 엑셀시어에는 이천 명, 상고타에는 천 명의 학생이 있었다. 폭발 사건 후 그곳을 찾은 아버지는 건물이 완전히 파괴되어 잔해만 남은 광경을 보았다. 아버지는 부서진 벽돌과 불에 탄 책들 가운데 서서 텔레비전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고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집에 돌아왔다. "남은 건 돌무더기뿐이었어."
그러다 2008년 말, 파즐울라의 부관 마울라나 샤 다우란이 라디오에서 모든 여학교는 문을 닫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1월 15일부터 여자들은 학교에 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처음에 나는 그 말이 농담인 줄 알았다. "우리가 학교 가는 걸 어떻게 막을 건데 나는 친구들에게 말하곤 했다. "그 사람들은 그럴 힘이 없어. 자기네가 산도 파괴할 거라고 말하지만 길 하나 통제 못 하잖아." / 다른 여자 아이들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누가 그 사람들을 막을 건데?" 친구들이 물었다. "그 사람들은 벌써 학교 수백 곳을 폭파했어. 하지만 아무도 어떻게 하지 못했어."
아버지는 스와트(파키스탄 서북부에 있는 지방) 사람들에게 말했다. 마지막 교실 하나가 있고, 마지막 선생님과 마지막 학생 한 사람이 살아 있다면 교육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고. 우리 부모님은 내가 학교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우리는 학교를 사랑하긴 했지만 탈레반이 학교에 가지 못하게 막을 때까지는 교육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지 못했다. 학교에 간다는 것은, 책을 읽고 숙제를 한다는 것은, 그저 시간을 보내는 하나의 방식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였던 것이다.-< '나는 말랄라' 및 천재교육 교재 발췌>
연일 북한에서 오물풍선을 날리고 있다. 서울은 물론 지방 깊숙이 날아온 오물을 수거하는 장병들을 보면 기가찬다. 코로나 때보다 실은 더 위기감을 느껴야 함에도 우리들 모두는 여유롭다. 아니 나부터도 전혀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설마 무슨 일이 더 생길 것이냐는 안일한 생각, 아마도 오랜 세월 익숙해진 전쟁불감증 때문이리라. 사실 오물을 뒤집어쓴들 어찌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 속에 인분과 미생물 및 벌레 사체가 있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그저 뉴스거니 지나치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 되어 버렸다. 믿고 의지 할 것은 그저 내 나라 내 조국뿐이다.
"나는 마랄라"란 글을 읽으면서 심훈의 《상록수》나 이광수의 《무정》이 떠올랐지만 이 글은 소설이 아니고 수필이다. 논픽션이 주는 절박한 호소의 글이다. 적의 위협 앞에서도 배우고 싶어 하는 어린 소녀의 순수 서정이다. 미래를 향한 몸부림, 그 절박함이 빚어내는 간절함, 비장미와 숭고미의 아우라가 우리를 전율케 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제치하'나 '6.25 전쟁', 조국상실과 전쟁의 상흔이 전설이 되어버린 현실 속의 내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도 군복무 시절 이야기만 하면 툭 튀어나오는 나의 군번, 그 속에 스며 있는 애국과 애족,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그렇게 거룩하게만 느껴졌던 그 시절이 오버랩된다. 그렇다. "나는 말랄라"를 외치는 한 소녀의 절박함이 그 옛날 그 시절 우리 선열들의 자화상이 아니고 무엇이랴. "말랄라여! 영원하라."(202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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